토론토 영락교회 창립 48주년 기념 부흥성회 성료
토론토 영락교회(전대혁 목사)가 지난 24일(금)-26일(주일)까지 창립 48주년을 맞이하며 권혁빈 목사(Seed Church)를 강사로 ‘복음이 이끄는 삶’이라는 주제로 부흥성회를 개최했다. 권 목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에 위치한 씨드교회의 담임목사로 2018년부터 교회를 이끌며, 이민자(디아스포라) 선교를 통해 하나님 나라를 실현하는 ‘선교적 교회’를 지향하고 있다.
한양대 철학과를 졸업한 후 장로회신학대 신학석사를 마치고, 영국 버밍엄대 조직신학 석사, 캠브리지대 종교철학 박사를 취득했다. 1999년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안수를 받은 그는 온누리교회 부목사, 강동·얼바인 온누리교회 담당목사, 횃불 트리니티 신학대학원대 교수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사랑에 이루는 신학》(두란노, 2017)을 비롯해 다수의 논문이 있으며, 유튜브 채널 ‘생각에서 믿음으로’를 통해 합리적 신앙 설명을 이어가고 있다.
사흘간 진행된 부흥성회 첫날은 창세기 32:22-32절 본문, ‘복음을 체험하다’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전했다. 권 목사는 안식월 기간 중 하와이의 한 선교단체 프로그램에 참여한 후, 아내와 함께 화산 지역을 찾았다가 갑작스러운 비와 함께 유독성 화산 가스에 완전히 고립되었다. 시야가 가려 손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다리를 헛디뎌 부상을 입고 질식 직전의 패닉 상태에 빠졌고, 절망 속에서 전화가 불통이었으나, 아내가 포기하지 않고 문자를 통해 희미하게 잡힌 신호로 고립 사실을 외부에 알리는 데 성공했다.
구조 헬기가 세 번이나 왔으나 가스로 인해 발견하지 못하고 돌아갔고, 결국 마지막 순간 비바람을 멈추게 해달라는 기도를 했지만 더 센 바람이 불어 가스를 일시적으로 걷어내면서 극적으로 구조되었다고 간증했다.
권 목사는 이 경험을 통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고 고백하며, 구원은 나의 노력이나 행위가 아닌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로만 가능하다는 복음의 핵심을 깨달았다고 강조했다.
권 목사는 이 사건 후 100가지가 넘는 감사 제목을 적었으며, 하나님이 자신에게 주신 복음의 세 가지 메시지를 나누었다.
첫째, 멈춰라(Stop): 사고 직전 서울과 미국 이민교회로부터 청빙 제안을 받고 진로를 고민하던 그는 이 사건이 네가 가고자 하는 곳에 가지 마라는 하나님의 음성으로 해석되었다고 말했다. 이는 예수 믿는다는 것은 세상이 추구하는 길에서 멈춰 서서 방향을 돌리는 회개(메타노이아)임을 체험적으로 확신하게 했다. 그는 이 사건 후 1년이 채 안 되어 섬기던 교회를 사임하고 새로운 교회를 개척하게 되었다.
둘째, 내 힘으로 구원할 수 없다: 가스 속에서 발버둥 쳤지만 넘어져 다친 것 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음을 고백하며, 구원은 나의 행위나 노력, 지식으로 얻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은혜로만 구원받을 수 있듯이, 야곱 역시 자기 힘을 의지하던 삶을 멈추고 하나님께 항복해야 했다는 것이다.
셋째, 하나님과의 인격적인 사랑: 야곱이 당신의 이름이 무엇이냐고 물었으나 하나님은 이름을 알려주지 않고 축복만 하신 것처럼, 하나님을 지식적으로 아는 것이 아니라 인격적인 만남을 통해 알아가야 함을 강조했다. 그는 천국은 사랑하지 않는 배우자와 영원히 거하는 고통이 될 수 있다며, 신앙생활은 그리스도 신랑과 신부인 우리가 연애하며 사랑을 키워가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권 목사는 야곱이 환도뼈가 부러져 절뚝거렸듯, 자신도 다친 다리로 한동안 절뚝거렸고, 개척교회 목회 역시 팬데믹을 겪으며 절뚝거리는 상황이지만, 이 절뚝거림이야말로 하나님을 의지하게 만드는 희망의 장치가 되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이민자가 된 것, 원치 않았던 고난 모두가 우리로 하여금 교만을 내려놓고 하나님을 의지하게 했다면 그것이 희망이다”라며, 복음이 단순한 지식이 아닌 삶의 실체가 되어 주님과 더 깊이 사귀는 축복이 임하기를 당부하며 첫날 설교를 마쳤다.
둘째 날은 베드로전서 2:9절 ‘복음을 살아내다’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전했다. 권 목사는 디아스포라(Diaspora)를 ‘씨앗을 뿌리다(Spero)’라는 의미로 해석하며, 하나님께서 생명의 씨앗을 열방에 뿌리신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교회의 확장은 항상 디아스포라를 통해 이루어졌음을 강조했다.
특히 한국교회의 시작이 1884년 알렌 선교사보다 먼저 중국에 있던 한인 디아스포라(서상륜 등)가 성경을 들여와 교회를 세운 것에서 비롯되었음을 언급하며, 현재 전 세계 유엔 등록국 중 가장 많은 181개국에 한인들이 거주하고 있다는 통계를 제시했다.
권 목사는 유대인보다도 배타적이었던 한국 민족을 하나님이 이토록 흩으신 이유가 바로 ‘열방을 축복하시기 위한 하나님의 크신 계획’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이는 고센 땅으로 이주하여 순수한 신앙을 지켰던 야곱의 가족처럼, 한인 디아스포라도 교회 중심의 공동체를 통해 영적인 은혜를 더하고, 선교적 사명을 감당하도록 부름받았다는 것이다.
권 목사는 디아스포라들이 갖는 특징이 곧 선교에 최적화된 역량이라고 진단했다. 언어, 문화 적응력, 이중·다중 문화 경험에서 오는 창의력(Creative Quotient)은 물론, 이민자들이 공통으로 겪는 외로움과 소외감마저도 소외된 이들을 품을 수 있는 환대의 능력이 되어 선교적 역량으로 발휘된다는 것이다.
그는 디아스포라의 소명을 실천하는 세 가지 삶의 방식을 제시했다.
1. 좋은 시민이 되라: 세상은 예배의 은혜가 아닌, 크리스천이 법을 지키고 정직하며 윤리적으로 살아가는 ‘좋은 시민’의 언어에 감동받는다. 크리스천의 삶이 사회적 책임을 다할 때 비로소 선교적 언어로 소통할 수 있다.
2. 창문을 닦으라: 각자에게 주어진 은사와 경험(손에 있는 것)을 통해 믿지 않는 사람들이 하나님의 빛(사랑과 통치)을 볼 수 있도록 ‘창문을 닦는 역할’을 해야 한다. 디아스포라는 이미 적진에 들어가 있는 ‘트로이의 목마’와 같은 선교적 자원이다.
3. 질문을 자아내는 삶을 살라: 초대교회 성도들이 박해 속에서도 전염병 환자들을 돌보고, 성적으로 타락한 로마 사회에서 순결을 지키는 등 ‘복음을 살아내는 삶’을 통해 로마 사회의 질문을 자아내고 복음이 확산되었듯이, 우리의 삶 자체가 선교의 도구가 되어야 한다.
권 목사는 “우리는 내가 택한 족속이요, 왕 같은 제사장”이라는 베드로전서 2장 9절 말씀을 인용하며, 모든 디아스포라가 개인적인 목적을 넘어 하나님의 선교적 목적을 발견하고 그 소명대로 살기를 당부하며 설교를 마쳤다.
마지막날 설교에는 요한일서 1:1-20절, ‘복음을 함께하다’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전했다. 권 목사는 ‘빛 가운데 행한다’는 요한일서의 가르침을 재해석했다. 1장 7절에서 “그가 빛 가운데 계신 것 같이 우리도 빛 가운데 행하면 우리가 서로 사귐이 있고 그 아들 예수의 피가 우리를 모든 죄에서 깨끗하게 하실 것이요”라고 한 구절을 놓고 볼 때, 빛 가운데 행하는 것은 죄를 짓지 않는 행위를 넘어, “나의 죄와 허물을 인정하고 은혜의 자리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자신의 막내딸이 노크 없이 사무실에 들어와 냉장고를 열어보는 것처럼, 하나님과의 관계는 우리가 완벽하고 온전해야 들어설 수 있는 곳이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죄인임에도 불구하고 은혜의 자리로 나아가는 이 태도야말로 크리스천이 빛 가운데 행하는 것이다. 나아가, 권 목사는 공동체가 혼란의 단계를 거쳐 성숙하는 과정은*”상대를 뜯어고치려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에 대해 내 마음에 있는 것을 내려놓고 있는 모습 그대로 수용해 주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마이클 프로스트의 공동체론에 빗대어 설명했다. “목회는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을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해 주는 것입니다. 공동체가 안전하다고 느낄 때, 그때 비로소 치유되고 변화되기 시작합니다.”
설교자는 공동체 사귐의 핵심이 “만일 우리가 죄가 없다 말하면 스스로 속이는 것”(요일 1:8)을 인정하고 죄를 자백하는 데 있다고 결론지었다. 이처럼 복음 앞에서 나 자신의 죄인 됨을 인정하고 주님의 사랑을 깨닫는 자만이, 그 사랑으로 다른 사람을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권 목사는 자신이 40대 초반 기도원에서 “이는 내 사랑하는 자요 기뻐하는 자다”라는 음성을 들었을 때, 그 음성이 자신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을 향한 것임을 깨닫고 자신이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는 메신저라는 소명을 확증한 개인적 경험을 나눴다.
권 목사는 우리가 용서하기 힘든 사람, 사랑하기 힘든 사람을 대할 때, 사랑의 영이신 성령의 도우심을 구해야 한다고 권면하며 설교를 마무리했다. 진정한 복음 전파에 필요한 권능은 곧 사랑의 능력이며, 성령을 구할 때 그 능력을 우리에게 부어주시겠다는 것이 주님의 약속이라고 전하며 부흥회를 마쳤다.
전대혁 목사는 “지난 한 해 동안 우리 교회는 ‘복음과 사랑을 누리는 교회’를 표어로 복음에 대해, 또한 교회의 공동체성에 대해 함께 돌아봤습니다. 이번 부흥 성회는 그에 대한 정리처럼 느껴졌습니다. 교회 안의 모든 세대가 함께 어우러져 말씀 앞에서 복음의 감격을 누릴 수 있어서 참 감사했습니다. 또한 우리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헌신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