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Bill C-9’ 상원 심의 돌입…혐오범죄 대응 강화 vs 표현의 자유 침해 논쟁 확산
종교계·시민단체 “위축 효과 우려”…정부 “소수자 보호 위한 불가피한 조치”
캐나다 연방 의회가 혐오범죄 대응 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Bill C-9’ 법안을 하원에서 통과시키고 상원 심의에 돌입하면서, 표현의 자유와 공공 안전을 둘러싼 논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종교계와 시민자유 단체를 중심으로 “신앙과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에 캐나다 헌법 자유 재단(CCF)에서는 지난 4월 1일(수) 온라인(ZOOM)으로 관련 법안에 관해 안내하고, 잠재적 영향력과 이에 대응할 실질적인 방안을 모색하는 회의가 진행되었다.
이번 법안은 형법 개정을 통해 기존 제도를 보완하는 수준을 넘어, 혐오 관련 행위에 대한 처벌 체계를 구조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주요 내용으로는 ▲혐오 동기를 가진 범죄의 별도 범죄화 ▲공공장소에서 특정 혐오 상징 및 표현 제한 ▲종교시설 및 커뮤니티 시설 접근 방해 행위 처벌 ▲특정 집단에 대한 위협 및 공포 조성 행위 처벌 등이 포함됐다.
특히 그동안 판례를 통해 해석되어 온 ‘혐오(hatred)’ 개념을 법률에 명시적으로 정의하려는 시도가 포함된 점이 주목된다. 다만 혐오 발언 관련 기소 시 검찰총장의 사전 승인 요건은 유지되면서, 무분별한 기소를 일정 부분 통제하려는 장치도 남겨두었다.
법안은 하원에서 다수 찬성으로 통과됐으며, 현재 상원 심의를 거치고 있다. 상원은 법안을 수정할 권한을 가지고 있어, 일부 조항에 대한 변경 가능성도 제기된다.
“상징만으로 처벌”…표현 자유 침해 논란
법안에는 나치 문양(스와스티카)이나 테러 조직 상징 등 특정 상징을 단순히 표시하는 행위 자체를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비판 측은 “이미 현행 형법으로도 혐오 선동이나 증오 조장 행위는 처벌이 가능하다”며, 단순 표현까지 규제하는 것은 과도한 제한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정치적 시위나 사회적 비판 과정에서 해당 상징이 사용되는 경우까지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어 표현의 자유 침해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혐오 동기’ 별도 범죄화…중복 처벌 우려
C-9의 또 다른 핵심은 범죄가 ‘혐오 동기’에 기반했을 경우 이를 별도의 범죄로 추가 적용할 수 있도록 한 점이다. 현재도 혐오 동기는 형량을 가중하는 요소로 반영되지만, 법안은 이를 독립된 범죄로 규정해 하나의 행위에 대해 이중 처벌이 가능하도록 한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를 “기존 제도의 중복 확대”로 평가하며, 특히 인권법 등 비형사 영역까지 형사 처벌로 연결될 경우 표현 규제가 과도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종교계 “신앙 표현 위축 가능성”
종교계에서는 기존 ‘선의의 종교적 표현’ 방어 조항이 삭제된 점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성경이나 종교적 가르침을 인용하는 설교나 발언이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로 해석될 경우 형사 처벌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비판자들은 이러한 상황이 개인이나 공동체가 발언 자체를 자제하게 만드는 ‘위축 효과(chilling effect)’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형사 기소 가능성과 법적 비용 부담이 표현 자체를 억제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완화 조치에도 논쟁 지속
논란 속에서도 일부 조항은 수정되거나 유지됐다.
* ‘혐오’의 정의를 지나치게 낮추려던 시도 철회
* 혐오 발언 기소 시 검찰총장 승인 요건 유지
* ‘버블존’(특정 지역 표현 금지 구역) 도입 제외
특히 ‘혐오’를 “극단적이고 강렬한 수준의 감정”으로 규정한 점은 단순 불쾌 표현까지 처벌될 가능성을 낮추는 장치로 평가된다.
정부 “공공 안전 위한 불가피한 선택”
정부와 법안 지지 측은 최근 증가하는 혐오범죄와 종교시설 대상 공격 사례를 근거로 보다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양한 인종과 종교가 공존하는 캐나다 사회에서 소수자 보호와 공공 안전을 강화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는 설명이다.
상원 심의 변수…법안 수정 가능성
현재 법안은 상원 심의를 거치고 있으며, 일부 조항에 대한 수정 가능성이 남아 있다. 특히 종교적 표현 보호 조항의 복원 여부와 ‘혐오’ 정의의 범위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상원이 법안을 전면 부결할 가능성은 낮지만, 사회적 논란이 큰 만큼 일부 조정은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