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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훈 전 총장 “창조론 논쟁에서도 진리와 사랑 함께 추구해야”, 전 에스와티니 기독의과대학 총장·전 VIEW 학장, 한국 창조과학 운동의 성장과 한계 돌아봐

양승훈 전 총장, “창조론 논쟁에서도 진리와 사랑 함께 추구해야”

전 에스와티니 기독의과대학 총장·전 VIEW 학장, 한국 창조과학 운동의 성장과 한계 돌아봐

한국 창조과학 운동의 태동부터 성장과 내부 논쟁까지 직접 경험해 온 양승훈 박사(전 에스와티니 기독의과대학 총장, 전 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VIEW) 원장)가 최근 은퇴 후 밴쿠버를 찾아 한국 창조론 운동의 역사를 돌아보고, 과학과 신앙의 관계에 대한 자신의 연구 여정을 나눴다.

양 박사는 지난 10월 15일(목) 랭리 소재 트리니티웨스턴대학교(Trinity Western University)에서 캐나다창조인류학회(CSCA) 밴쿠버 지부 초청으로 열린 특별 강연에서 ‘한국 창조론과 그 너머: 한 개인의 여정(Creationism in Korea and Beyond: A Personal Journey)’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1978년 창조론 연구를 접한 이후 한국과 캐나다에서 이어 온 연구 및 교육 활동을 소개하며, 창조과학 운동의 성과뿐 아니라 내부 갈등과 학문적 한계도 함께 짚었다.

양 박사는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물리교육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물리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물리교육과 교수로 14년간 재직했으며, 미국 위스콘신대학교 매디슨 캠퍼스에서 과학사 석사 학위를, 휘튼대학에서 신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시카고대학교에서 객원학자로 연구하기도 했다.

1997년 캐나다로 이주한 그는 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VIEW)을 설립하고 기독교 세계관 교육과 연구에 헌신했다. 2007년에는 창조론 오픈포럼을 창립해 서로 다른 창조론적 관점을 가진 학자들이 연구 결과를 나누고 토론할 수 있는 학술적 장을 마련했다. 창조론과 과학사, 기독교 세계관을 주제로 40여 권의 저서를 집필하는 등 활발한 저술 활동도 이어 왔다.

2021년 VIEW에서의 사역을 마친 뒤에는 아프리카 남부 에스와티니로 건너가 에스와티니 기독의과대학(Eswatini Medical Christian University, EMCU)에서 총장으로 봉사했다. 이후 제3·4대 총장으로서의 역할을 마치고 지난 8월 은퇴했으며, 이번 강연을 통해 오랜 연구와 사역의 여정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양 박사는 강연에서 한국 창조과학 운동의 본격적인 출발점으로 1980년 8월 열린 세계복음화대회와 창조론·진화론 관련 공개 세미나를 소개했다. 당시 여러 강사가 참여한 세미나에는 누적 약 4,000명이 참석했으며, 이를 계기로 창조과학 운동의 조직화가 추진됐다. 이어 1981년 1월 31일 한국창조과학회(KACR)가 창립되면서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됐다.

그는 한국창조과학회가 초기부터 교회와 기독교 대학, 대학생 선교단체 등의 지원을 바탕으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대학생선교회(CCC)가 초기 세미나 개최와 장소 제공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창조론 관련 강연과 출판 활동이 활발하게 진행됐다고 회고했다.

양 박사 자신도 당시 물리학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었지만, 창조과학 관련 서적의 편집과 집필에 참여했다. 생물학이나 지질학을 전공하지 않았던 그는 관련 분야의 자료를 공부하며 연구 범위를 넓혔다. 그러나 초기 창조과학 운동이 미국의 연구와 출판물을 소개하고 대중에게 전달하는 데 상당 부분 의존했다는 점도 돌아봤다.

양 박사는 한국 창조과학 운동의 성과와 한계를 함께 소개했다. 대표적인 성과로는 노아의 방주 안정성 연구를 들었다. 한국에서 제작되는 선박의 안정성 평가 방법을 활용해 방주의 구조적 안정성, 복원 안정성, 파랑에 대한 안정성을 검토한 연구는 1992년 국내 방송을 통해 보도되며 주목을 받았다.

반면 교과서 개정 추진은 논란 속에 좌절된 사례로 꼽았다. 창조론을 반영한 교과서 원고가 교육 당국의 심사를 받는 과정에서 관련 사실이 알려지자 진화론을 지지하는 학계의 반발과 논쟁이 거세졌다는 것이다. 양 박사는 이 사례를 통해 학문적 주장뿐 아니라 이를 공적으로 제시하는 방식과 절차 역시 중요하다는 점을 설명했다.

그는 창조과학 운동 내부의 갈등도 주요하게 다뤘다. 창조과학 운동이 독자적인 연구를 수행하는 학문 공동체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해외 자료를 번역하고 전달하는 수준을 넘어 자체적인 연구와 학문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적설계론(Intelligent Design), 오래된 지구 창조론, 유신진화론 등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진 기독교 학자들과의 관계에서 신학적 차이와 학문적 관점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점이 갈등의 원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양 박사 자신의 연구 관점에도 변화가 있었다. 그는 1978년 창조과학을 접한 뒤 초기에는 젊은 지구 창조론의 관점에서 연구했지만, 캐나다로 이주한 이후 로키산맥과 앨버타 지역, 미국 워싱턴주와 옐로스톤 등 여러 지질학적 현장을 탐방하며 연구를 이어 갔다. 특히 운석 충돌과 대규모 멸종의 관계를 연구하면서 지질학적 역사에서 여러 차례의 격변이 발생했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그 결과 그는 2003년경 젊은 지구 창조론에서 오래된 지구와 다중 격변론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연구 관점을 바꿨다고 밝혔다. 젊은 지구 창조론이 지구 역사의 주요 지질학적 변화를 노아의 홍수라는 단일한 대격변과 연결하는 반면, 다중 격변론은 지질학적 역사에서 여러 차례의 격변이 일어났다고 보는 관점이다.

이러한 관점의 변화는 그가 창조론 연구자들 사이의 학술적 대화를 강조하게 된 배경이 됐다. 양 박사는 2007년 창조론 오픈포럼을 시작해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진 기독교 학자들이 연구 결과를 공유하고 토론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그는 특정 입장만을 고수하기보다 다양한 해석과 연구 결과를 검토하는 학문적 환경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양 박사는 성경의 권위를 존중하는 것과 성경을 과학 교과서처럼 사용하는 것은 구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경은 기독교 신앙의 핵심적인 권위를 지니지만, 과학적 현상을 설명하는 과정에서는 과학적 연구와 해석의 방법을 신중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성경의 권위와 무오성을 존중하면서도 성경을 현대 과학의 모든 질문에 직접 답하는 교과서로 취급하는 방식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연을 마무리하며 양 박사는 창조론과 진화론을 둘러싼 논쟁에서 상대방을 단순히 배척하거나 자신의 견해만을 절대화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자신의 지식과 판단에도 오류가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하고,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들과 진지하게 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에베소서 4장 15절의 말씀을 인용하며 ‘사랑 안에서 참된 것을 하라’는 성경적 원칙을 강조했다. 진리를 말하되 사랑을 잃지 않고, 사랑을 실천하되 진리를 외면하지 않는 균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양 박사는 창조론 논쟁이 단순히 과학적 증거를 둘러싼 대립에 머무르지 않고, 기독교 공동체가 서로 다른 견해를 어떻게 다루고 함께 성장할 것인지 돌아보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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