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향한 예수님의 주권(Lordship)
마가복음 4:35-8:26절에서 마가는 예수 그리스도의 주권(Lordship)을 자신의 공동체에 강조하고 있습니다. 마가복음 4:35-8:26절에는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배를 타고 움직이는 세번의 짧은 여행(막 4:35-41; 6:45-52; 8:14-21)이 기록되어 있는데, 각각의 여행을 통하여 마가는 예수님이 누구인가를 보여줌과 동시에 여행의 전후에 기록되어 있는 예수님의 치유의 사건과 기적,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의 논쟁을 통하여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주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면, 마가복음 4:35-6:29절은 예수님께서 바다를 잠잠히 다스리시는 사건으로 시작이 됩니다(막 4:35-41). 이 사건 이후에 예수님은 군대 귀신들린 자를 잠잠하게 다스리셨고(막 5:1-20), 열두 해 혈루증을 앓던 여인과 죽은 야이로의 딸을 고쳐 주심으로 질병과 죽음을 다스리십니다(막 5:21-43). 또한 마가복음 6:1-29절의 말씀을 통하여 예수님의 주권에 관한 반응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마가복음 6:30-7:37절의 말씀 가운데에서 예수님과 제자들의 두번째 여행은 6:45-52절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바다 위를 걸으시는 모습을(막 6:45-52) 전후해서 마가는 예수님께서 보리 떡 다섯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을 먹이시는 기적과(막 6:30-44), 병자들을 고쳐 주시는 사건을 기록하고 있습니다(막 6:53-56). 또한 예수님께서는 바리새인들과의 대화를 통하여 깨끗함의 원칙에 관하여 말씀해 주셨고(막 7:1-23), 예수님의 주(Lord) 되심이 유대인뿐만 아니라 이방인들에게도 선포되었고(막 7:24-30), 듣지 못하는 자를 고쳐 주시는 사건을 통하여 예수님께서 신체적인 질병과 고통도 다스리시는 권위와 능력을 가지고 계시다는 사실을 선포합니다(막 7:31-37).
예수님과 제자들의 세번째 여행은 8:14-21절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과의 여행 가운데에서 떡이 없음을 걱정하는 제자들에게 다시 한번 오병이어와 칠병이어의 사건을 상기시키시고(막 8:14-21), 그 전후에 떡 일곱개와 작은 물고기 두어 마리로 칠천 명을 먹이시는 사건(막 8:1-10)과, 표적을 구하는 바리새인들과의 대화(막 8:11-13)와, 그리고 예수님께서 벳세다에서 앞을 보지 못하는 자를 고쳐 주시는 사건을 기록하고 있습니다(막 8:22-26).
이러한 구조 가운데에서, 마가는 예수님과 제자들의 첫 번째 여행을 통하여 예수님은 자연(막 4:35-41)과 귀신(막 5:1-20)과 질병과 죽음(막 5:21-43)을 다스리시는 분이라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마가복음 4: 35-41절에 기록되어 있는 예수님께서 갈릴리 호수에 부는 바람과 폭풍을 꾸짖으시면서 자연을 통제하시는 사건은 예수님께서 귀신들린 자들을 고쳐 주시는 사건(막 1:23-28) 과 매우 유사합니다. 우리가 이미 예수님께서 더러운 귀신을 꾸짖으시고 귀신이 예수님께 순종하여서 사람으로부터 나온 것처럼 예수님께서 자연을 다스리시는 사건은 자연을 꾸짖으시고 자연이 예수님께 순종함으로 이루어집니다.
(막 4:35) 그리고 저녁이 되었을 때 그(예수)가 그들(제자들)에게 말하였습니다. “우리가 저편으로 건너가자.” (36) 그러자 그들이 군중을 남겨 두고, 배에 계신 그(예수)를 데리고 가는데, 다른 배들도 그(예수)와 함께 있었습니다. (37) 그리고 큰 바람의 폭풍이 일어나서, 파도가 배에 부딪쳐, 그 결과 이미 배에 물이 가득 차게 되었습니다. (38) 그러나 그(예수)는 [배의] 뒤쪽에서 베개에 누워 주무시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그들(제자들)이 그(예수)를 깨우면서 그(예수)에게 말했습니다. “선생님, 우리가 죽게 된 것을 걱정하지 않으십니까?” (39) 그리고 그(예수)가 일어나셔서 바람을 꾸짖으시고 바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잠잠하라! 조용히 하라!” 그러자 바람은 잦아들고, 큰 고요함이 다가왔습니다. (40) 그리고 그들(제자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왜 두려워 하느냐? 아직도 믿음이 없느냐?” (41) 그들(제자들)이 크게 두려워하며 서로에게 말했습니다. “이 사람이 누구이기에 바람과 바다까지도 그에게 순종하는가?”
예수님께서 자연을 다스리시는 사건의 시작은 예수님께서 자신의 주변에 있는 자들과 제자들에게 비유에 관하여 말씀하시고 난 후 저녁이 되었을 때 제자들에게 따로 말씀하시는 내용으로 시작됩니다. 특별히 마가는 예수님과 제자들이 배를 타고 갈릴리 호수 저편을 가는 시점을 ‘저녁’(ophios: evening)이라고 명시하면서 어두움의 상징적인 모습을 내포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마가복음에서 ‘저녁’이라는 시점은 ‘밤’(nyx: night)과 더불어 어두움의 힘이 작동하는 시간과 연결되어 있지 않습니다(막 14:17; 15:42). 따라서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저녁에 배를 타고 갈릴리 호수 저편으로 가시는 모습은 ‘저녁’이라는 단어를 통하여 제자들에게 일어날 일들에 관한 복선(伏線; foreshadowing)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우리가 저편으로 건너가자”(막 4:35)라고 말씀하셨을 때 그 장소는 갈릴리 호수 동쪽인 거라사(Gerasa)지역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자신의 주변 밖에 있는 군중들과(막 4:1-2), 예수님 주변에 있었던 무리(막 4:10)를 남겨두고 제자들만을 데리고 배에 오르셨습니다(막 4:36).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타신 배는 마가복음 3장 9절에 기록되어 있는 작은 배(ploiarion: a small boat)가 아니라 예수님과 열두 제자들이 탈 수 있는 큰 배(ploion: a large sea-faring ship)입니다. 1986년 이스라엘의 극심한 가뭄에 의해서 발견된 예수님 당시의 배의 크기를 생각해 보면, 배의 길이가 26.5피트(약 8.1미터), 폭이 7.5피트(약 2.3미터), 그리고 깊이가 4.5피트(약 1.4미터)로 성인 15명 정도가 탈 수 있는 배입니다. (Wachsmann, S., 1988. The Galilee Boat: 2,000-Year-Old Hull Recovered Intact. Biblical Archaeology Review 14(5): 18-33.).
따라서 예수님과 열두 제자들이 타고 있는 배는 갈릴리 호수에서 작은 풍랑을 견딜 수 있는 배입니다. 또한 마가는 예수님께서 타고 계신 배 주변에 다른 배들도 함께 있었다고 언급합니다(막 4:36c). 그러나 그 배들은 제자들이 풍랑을 만났을 때 어떠한 도움도 주지 못했습니다.
예수님과 제자들이 갈릴리 호수 동쪽 거라사 지역으로 움직이는 가운데 그들은 갈릴리 호수에서 큰 바람(anemos: wind)과 더불어 폭풍(lailap: whirlwind)을 만났습니다. 그 결과 갈릴리 호수는 파도를 만들어서 예수님과 제자들이 타고 있는 배에 부딪쳐 결과적으로 배에 물이 가득 차게 되었습니다(막 4:37).
이러한 상황 가운데에서도 예수님께서는 배의 뒤쪽에서 베개에 누워 주무시고 계셨습니다(막 4:38a). 제자들은 주무시는 예수님을 깨우면서 자신들이 죽게 되었다고 말합니다(막 4:38b-c).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듯이 예수님의 열두 명의 제자들 가운데에서 베드로와 안드레 그리고 야고보와 요한은 공관 복음에 분명히 기록되어 있는 어부들입니다. 그들은 예수님을 만나기 이전까지 갈릴리 호수에서 물고기를 잡고 있었기에, 밤에 부는 풍랑 가운데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그들은 자신들이 만난 풍랑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예수님을 깨우고 있습니다. 마치 이러한 모습은 고라 자손의 마스길(교훈시)에서 시인이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하나님을 깨우는 모습과 유사합니다(시 44:23).
제자들은 마치 회당 안에 있는 더러운 귀신들린 자가 예수님을 만나 “당신은 우리를 멸망시키려고(apollymi: to destroy) 오셨습니까?”(막 1:24b)라고 질문하고 있듯이, 제자들은 예수님을 깨우면서, “선생님, 우리가 죽게 된 것을(apollymi: to destroy) 걱정하지 않으십니까?”라고 질문합니다. 이러한 질문에는 예수님을 향한 신뢰보다는 의심과 원망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의 요구에 일어나셔서 바람을 꾸짖으셨고 갈릴리 호수를 향해 “잠잠하라! 조용히 하라!”라고 꾸짖으셨을(epitimao: to rebuke) 때, 바람은 잦아들고 파도는 고요해졌습니다(막 4:39). 마치 이러한 모습은 예수님께서 더러운 귀신들린 자를 책망하시는 모습과 유사합니다(막 1:25).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이 직면하고 있는 큰 바람과 폭풍으로 인해 배가 위험에 처해 있는 문제를 해결해 주시고, 제자들에게 두 가지 질문을 던집니다. “왜 두려워 하느냐? 아직도 믿음이 없느냐?”(막 4:40b).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두 가지 질문을 던지셔서 자연을 향한 예수님의 주권(Lordship)을 드러내십니다. 따라서 예수님의 질문은 제자들이 예수님이 누구인가를 깨닫지 못함을 책망하시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께서 자연을 꾸짖으셨을 때 자연이 순종하는 모습을 통하여 제자들이 예수님께서 하늘과 땅을 창조하신 하나님의 아들(the Son of God; 막 1:1)이라는 사실을 깨닫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제자들을 향한 예수님의 질문을 통하여 우리가 깨닫게 되는 것은 제자들이 예수님이 누구인가를 깨닫지 못하고 믿지 못했을 때 그들은 두려움을 소유하게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시는 믿음이란 하나님의 아들로서 창조주 하나님의 능력이 예수님을 통하여 이루어진다는 사실입니다.
결과적으로 예수님께서 갈릴리 호수에 부는 바람과 갈릴리 호수에 부는 바람의 폭풍과 파도를 책망하시는 모습을 통하여 제자들은 한 가지 분명한 질문을 가지게 되었는데, 바로 예수님의 정체성(identity)입니다(막 4:41). 마가는 이 사건을 통하여 제자들의 믿음 없음을 강조해서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제자들의 마지막 질문을 통하여 자연을 다스리는 예수님의 정체성을 자신의 복음서를 읽는 독자들에게 선포하고 있습니다. 마가는 하나님의 아들로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고 있습니다.
<함께 나누기>
- 마가복음 4:35-8:26절에는 예수님과 제자들의 세 번의 짧은 배 여행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 내용이 무엇인가 이야기해 보고, 예수님과 제자들의 여행이 어떠한 사건들과 연결되어 있는지 설명해 보십시오.
-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갈릴리 호수 동쪽 거라사 지역으로 가실 때 타신 배는 어떠한 크기의 배입니까?
- 예수님의 열두 명의 제자들 가운데에서 어부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누구입니까?
- 제자들이 풍랑 가운데에서 주무시는 예수님을 깨우는 모습에는 예수님을 향한 의심과 원망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모습이 우리에게도 있지 않습니까?
- 예수님께서 제자들이 직면하고 있는 풍랑의 문제를 해결해 주시고 난 후에 제자들에 던진 두 가지 질문의 핵심은 무엇입니까?
- 제자들을 향한 예수님의 질문을 통하여 마가는 자신의 복음서를 읽는 독자들에게 무엇을 원하고 있습니까?
복음에 빚진 자 김윤규 목사 (토론토 쉴만한물가 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