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대학
열다섯에 초등학교 3학년으로 들어가서 열여덟에 6학년을 졸업했다는 우리 엄마가 노인대학 졸업식을 한다고 전화가 왔다. 나는 엄마가 다니는 노인대학이라 해봤자
연세드신 어르신들의 유치원정도라고 시시하게 생각했다. 그도 그럴것이 어느 날 엄마가 노인대학에서 만든 것들이라며 종이접시에 그린 얼굴들, 색종이를 오려 붙여 만든 손거울들…을 방바닥에 늘여놓았다. “잘 만들었지?” 하면서… 마치 유치원 아이들이 만든 솜씨자랑 작품들 같았다. 사느라고 뙤약볕아래서, 논밭에서 업드려서 일만 하며 평생을 보낸 엄마에겐 그런 소꿉장난같은 수업시간이 재미지고 신기했을지도 모르겠다. 부모님이 쌔빠지게 논밭을 뒹군 덕에 대학물을 먹은 내겐 엄마가 다닌 다는 노인대학은 말만 대학이지 그저 노인 유치원이다 싶었다.
노인대학 졸업식? 이라고 별 대수로운 일도 아니었고
그 졸업식에서 대표로 연설?을 하게 됐다는 엄마의 내심 자랑섞인 말에도 그저 그러냐는 듯 “그래?” 놀라는 척 하는 게 다였다.
저녁에 청소기를 밀며 청소하다가 문득 나의 대학 졸업식이 생각났다. 생전 안입던 양장에 구두를 신고, 얼굴에 하얗게 화장을 하고 학교로 찾아온 엄마…
엄마는 그 날 나의 학사모를 쓰고 활짝 웃으며 사진을 찍으셨었지… 그랬다. 초등학교 졸업식, 중학교 졸업식에도 엄마는 화장을 하고 꽃을 들고 찾아오셨었다. 그나마 오래된 사진이 없었다면 떠오르지도 않았을 기억들이다.
내가 그렇게 시시하고 만만하게 본 엄마의 노인대학 졸업식은 끝났고 학생 대표로 연설을 한다고 들뜬 엄마는 오남매 누구한테도 꽃다발 하나 받지 못했을 것이다.
뒤늦게 마음이 아프다.
오십고개를 넘은 지가 언젠데 여적지 철이 안든 나 스스로에게 욕 한 바가지 퍼붓고 엄마에게 전화를 건다.
“엄마. 오늘 어땠는고? 축하하네이. 내가 꽃다발 대신 졸업 선물 쏴보낼테니 남 갖다 주지 말고 꼭 엄마가 쓰게이. 알겠재? “
친정집 사랑방 벽에는 오남매가 까만 학사모를 쓰고 있는 사진이 쭈르륵 붙어있다.
그 액자들 곁에 파란 학사모를 쓴 엄마 아부지 사진이 놓여있다. 부모님이 말없이 살아낸 그 세월이, 그 사랑이 뭉클하다.
어버이날이다.
백발을 이고서도 자식 머리에 흰머리 난다고 쯧쯧… 애달파 하시는 부모님의 사랑! 이런 사랑을 또 어디서 만날 수 있을까 싶다.
부모님… 하나님이 주신 참 귀한 인생 선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