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향 (10) 탐심, 세상과 부에 대한 사랑
성경에는 돈 이야기가 많다. 기도에 관한 구절이 약 500개, 믿음에 관한 구절이 500개 미만인 데 반해, 돈과 소유에 관한 구절은 2,300개 이상에 달한다. 이는 인간의 삶에서 물질이 차지하는 비중과 위험성을 성경이 얼마나 엄중하게 보는지 보여준다. 예수님이 말씀하신 38개의 비유 중 16개가 재물과 관련되어 있다. 대표적으로 ‘부자 청년 이야기’, ‘어리석은 부자의 비유’, ‘달란트 비유’ 등이 있으며, 핵심은 “소유의 넉넉함이 생명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수님은 돈을 ‘맘몬’ 이라는 인격적 존재, 또 신으로 묘사하며,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길 수 없다고 단언하셨다. 즉, 돈은 하나님과 경쟁 관계에 놓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우상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네 보물 있는 그곳에는 네 마음도 있느니라”(마 6:21)라는 구절은 재물의 흐름이 곧 그 사람의 가치관과 영적 상태를 증명한다는 통찰을 담고 있다.
이 책은 청교도 신학자인 리챠드 백스터의 저작이다. 그는 ‘마음’이 문제임을 지적하며 더 가져도 불안한 심령을 파헤친다. 현대는 역사상 유례없는 물질적 풍요를 누리지만, 역설적이게도 내면은 그 어느 때보다 깊은 갈증에 시달리고 있다. ‘조금만 더’라는 신기루를 쫓아 가지만 영혼은 만족은 더 멀어지고 있다. 그는 이미 400년전에 현대인의 영적 안일함을 깨뜨리는 날카로운 통찰을 던진다. . 단순히 ‘돈’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존재의 가장 깊은 곳에 도사린 ‘우상’의 민낯을 드러낸다.
먼저 부는 죄가 아니라, 창조주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설명한다. 세상의 물질과 부 자체가 본질적인 악이라고 규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부와 물질은 더 큰 가치를 섬기기 위해 위탁된 유익한 수단이라고 한다. 부는 곤궁한 이웃을 위로하고 공동체의 선을 도모하는 통로가 되며, 우리의 육신을 유지하여 영원을 준비하는 순례의 길을 돕는다고 한다. 우리가 일용할 양식을 구하는 이유는 물질 그 자체를 탐해서가 아니라, 피조물을 통해 선하심을 맛보고 마음을 근원으로 돌리기 위함이라고 한다.
우리는 흔히 탐심은 부자들의 전유물로 치부하지만 실제는 마음의 ‘우선순위’와 ‘목적’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의 문제임을 지적한다. 부르심에 충실하지 못한 채 더 나은 형편만을 갈구하는 가난한 자의 불만족이, 부유한 자의 허영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은 ‘세상에 대한 비굴한 사랑’임을 꿰뚫어 본다.
또한 평생을 움켜쥐고 살다가 “죽을 때가 되면 기부하겠다”라는 것은 자기 기만에 가까움을 지적한다. 만약 그들이 무덤 너머로 부를 가져갈 수 있었다면, 결코 그 손을 펴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그 부를 가지고 누구를 섬겼으며, 얼마나 기꺼이 손을 폈는지가 우리의 참된 가치를 증명한다고 한다. 그는 근검절약은 청지기의 거룩한 의무라고 한다. 자신의 소명에 충실하며 낭비를 멀리하는 태도가 인색함이 아니라, 주인의 신뢰에 응답하는 청지기적 성실함 이라고 강조한다. 각자의 부르심에 따라 성실히 일하며, 아껴 선한 일에 힘쓰는 것은 성숙한 인간의 ‘지혜’이자 ‘의무’이다. 맡겨진 달란트는 더 큰 책임을 동반하기에 정당한 부의 축적을 지지한다.
우리의 보화는 지금 어디에 쌓여 있는가? 리처드 백스터는 주교직이라는 보장된 부를 거부하고, 스스로를 “죽어가는 자가 죽어가는 자에게” 전하는 자로 정의하며 영원한 가치를 사수했다. 인생의 후반전을 살아갈 때 그의 삶과 지혜는 도전이 된다. 우리의 부는 일시적인 필요를 채워줄 수 있을 뿐이다. 그 이상은 아니다. 하나님은 이르시되 어리석은 자여 오늘 밤에 네 영혼을 도로 찾으리니 그러면 네 준비한 것이 누구의 것이 되겠느냐 하셨으니 자기를 위하여 재물을 쌓아 두고 하나님께 대하여 부요하지 못한 자가 이와 같으니라 (눅 12: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