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년 교회와 코이노니아(2)
초대교회가 사도들의 가르침을 따라 계속해서 힘쓴 사귐(코이노니아)의 핵심인 ‘마음의 코이노니아’는 ‘물질의 코이노니아’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초대교회의 성도들 가운데 넉넉한 사람들이 자기 가족의 몫을 초과하는 땅들과 집들을 팔아 그 값을 돈이 필요한 다른 성도들에게 나누어 준 것이다. 그것이 다음 본문에 나온다.
행 2:44-45, “44.믿는 사람이 다 함께 있어 모든 물건을 서로 통용하고 45.또 재산과 소유를 팔아 각 사람의 필요를 따라 나눠 주며.”
여기서 44절의 “모든 물건을 서로 통용하고”로 번역된 헬라어 문장은 ‘에이콘 하판타 코이나’인데, 이것을 정확히 번역하면 “그들은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했다(they had all things in common)”라는 뜻이다. 여기서 ‘공동의’라는 뜻으로 번역되는 헬라어 ‘코이노스’는 ‘코이노니아’와 같은 어원을 갖는다. 곧 초대교회가 사도들의 가르침을 받아 힘쓴 ‘코이노니아’에는, 성도들이 모든 것을 공동의(코이노스) 것으로 소유한 사실이 중요한 내용으로 포함된다. 그런데 이 구절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는 또 다른 본문이 사도행전 4장에 나온다.
행 4:32-35, “32.믿는 무리가 한마음과 한 뜻이 되어 모든 물건을 서로 통용하고 자기 재물을 조금이라도 자기 것이라 하는 이가 하나도 없더라 33.사도들이 큰 권능으로 주 예수의 부활을 증언하니 무리가 큰 은혜를 받아 34.그 중에 가난한 사람이 없으니 이는 밭과 집 있는 자는 팔아 그 판 것의 값을 가져다가 35.사도들의 발 앞에 두매 그들이 각 사람의 필요를 따라 나누어 줌이라.”
32절을 보다 정확하게 번역하면, “믿는 무리가 한 마음과 한 뜻이 되어, 자기에게 있는 것들을 조금이라도 자기 것이라고 말하는 이가 하나도 없고, 모든 것이 그들에게 공동으로 있었더라.”라는 뜻이다. 이 말씀은 믿는 무리가 자기에게 있는 것들을 모두 ‘하나님의 것’이라고 고백하면서, 그렇기 때문에 또한 그것들 가운데 자기 가족 몫을 초과하는 부분은 하나님의 뜻에 따라 그것들을 필요로 하는 ‘가난한 사람들의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믿는 무리가 한 마음과 한 뜻이 되어, 자기에게 있는 것들은 자기의 것이 아니고, 하나님의 것이며 따라서 자기 가족 몫의 초과분은 가난한 사람들의 것이라고 여긴 것이다. 이것이 바로 “모든 것이 그들에게 공동으로 있었더라.”라는 말씀의 의미이다. 이것은 공산주의(共産主義)의 공유(共有)가 아니라, ‘하나님의 소유’라는 뜻의 신유(神有)이며, 자기 가족 필요의 초과분은 ‘가난한 자의 소유’라는 뜻의 빈유(貧有)이다. 이와 같은 신유와 빈유의 사상은 구약성경과 신약성경을 관통하는 핵심적인 경제 사상이었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것’이며 자기 가족 몫의 초과분은 ‘가난한 자의 것’이라는 이 경제 사상을, 구약에서는 하나님이 희년을 비롯한 여러 제도를 통해 나타내셨으며, 신약에서는 예수님이 확고하게 갖고 계셨고, 예수님께 가르침을 받은 사도들 역시 갖고 있었으며, 또한 사도들의 가르침을 받아 사도들의 터 위에 세워진 초대교회도 갖고 있었다.
그럼 초대교회가 한 마음과 한 뜻이 되어, 자기에게 있는 것들을 자기의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것이며, 자기 가족 몫의 초과분은 가난한 사람들의 것이라고 여기고, 그렇게 실천할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는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주 예수의 부활”이었다. 33절, “사도들이 큰 권능으로 주 예수의 부활을 증언하니 무리가 큰 은혜를 받아” 그렇게 여기고 코이노니아를 실천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앞서 사도행전 2장에서도 베드로가 자신의 설교에서 “그리스도의 부활”(31절)을 핵심 메시지로 전한 후에 사람들이 세례를 받았고, 그 후에 “교제”(코이노니아, 42절)를 힘쓰는 일이 일어났었다. 이로 보건대 예수님의 부활을 온전하게 증언하는 것이야말로 코이노니아의 실천을 가능케 하는 가장 중요한 전제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