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주의와 해석학
목회적 관점에서 사회 배경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사회 배경은 성경이 기록되었던 고대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큰 변화를 겪어왔습니다. 아마도, 어떤 분은 불과 최근 몇 년 사이에도 우리 사회에 너무나도 많은 것이 변했다고 느낄지도 모르겠습니다. 현대 사회를 살면서 직면하게 되는 죄의 문제는 본질적으로 인간의 죄성에 기원한다는 점에서 시대를 초월한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우리의 부모 세대나 조상 세대가 마주했던 것들과 매우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끊임없이 변하는 사회로 인하여, 현대 시대에서 새로운 양상으로 나타나는 죄를 분별하는 것도 때로는 어려운 과제로 여겨집니다.
오늘날과 같이 복잡하고 변화무쌍한 시대 속에서 주님께 쓰임 받는 사역자를 준비시키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현대 사역자는 물질만능주의, 포스트모더니즘, 세대 간의 갈등, 목회자에 대한 신뢰의 약화, 자유주의 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의 세계관 변화로 인해 여러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러한 도전들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훈련을 받는 것보다 더 깊은 차원에서의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교육을 받기에 가장 적절한 시기는 바로 신학교 시절입니다. 하지만, 신학교에서 우리가 고민하는 모든 질문들에 대해 완벽한 해답을 찾는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오늘의 교회가 어제와 다르고, 내일의 교회 또한 오늘과 다를 것이기 때문입니다. 신학교의 궁극적인 과제는 변화무쌍한 시대의 흐름 속에서 변치 않는 진리의 말씀을 어떻게 이해하고 적용할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이러한 교육으로 신학생들은 목회 현장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문제들에 대응하는 목회자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맥마스터 신학교 (McMaster Divinity College)에서는 신학교육을 해석학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곤 합니다. 해석학이라는 단어는 종종 오해되기 쉽습니다. 이 단어를 아는 사람들조차, 그것을 단순히 성경 해석 또는 해석 방법론 정도로만 이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성경 본문에 올바른 해석 방법을 적용하면, 곧바로 현재 상황에 맞는 정답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해석학은 단순히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무엇보다도 먼저 “올바른 질문을 던지는 방법”과 그 다음으로 “올바르게 이해하는 방법”에 초점을 둡니다.
해석학의 첫 번째 단계는 “올바른 질문을 던지는 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해석학의 역사는 서구 계몽주의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사람들은 성경에 대해 심도 있는 질문들을 던지기 시작하면서, 질문에 이르는 방식과 답을 해석하는 태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일부 사람들은 하나님의 존재를 전제에서 아예 배제한 채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을 도출하려는 시도를 했습니다. 이러한 해석은 편향된 전제에 기반한 질문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처음부터 잘못된 것입니다. 이와 별개로, 저는 이 시기부터 사람들이 해석학적으로 “올바른 질문을 던지는 법”을 심도 있게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러한 관심은 현대 해석학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만약 어떤 문제가 영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면, 그 해답 또한 영적인 차원에서 찾아야 한다는 판단은 틀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에 대한 “올바른 질문”을 던지기도 전에 단순히 ‘영적인 문제’라고만 규정하고 결론짓는 태도는, 우리가 현실적으로 겪고 있는 다양한 고통의 원인을 간과하게 만들고 하나님 앞에서 마주해야 할 실제적인 과정 역시 무시하게 만듭니다. 명확하게 결론을 내리는 것은 필요하지만, 성급한 결론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오히려 더 복잡한 문제를 만들고 악화시킵니다. 따라서 우리는 “올바른 질문”을 통해 문제를 명확하고 신중하게 이해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올바른 질문”을 하는 해석학적 과제는 인생의 문제와 그에 대한 해결 방안을 설명하는 성경을 알아가는 과정에도 필요하며, 성경이 기록된 시대와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차이를 이해하는 과정에도 필수적입니다.
이러한 “올바른 질문을 던지는” 과정은 해석학의 두 번째 과제인 “이해의 본질”로 이어집니다. 해석학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어떻게 인식하고, 어떤 관점에서 해석하며 수용할지를 탐구합니다. 현대의 많은 목회자들은 과거 훌륭했던 신학자들이 제시한 성경적 해답을 오늘날 목회 현장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리는 스스로 올바른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할 뿐 아니라, 그 질문의 본질과 그 안에 담긴 의미, 그리고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올바르게 이해해야 합니다. 이러한 해석학적 능력을 기르는 일은 현대 목회자들에게 필수적이지만 동시에 매우 어려운 과정입니다. 물론 다양한 독서를 통해 단편적으로 어느 정도는 배울 수 있지만, 더 효과적인 학습 방법은 교수와 다른 학생들 간의 상호작용이 가능한, 고도로 집중된 교육 환경에서 해석학적 이해 능력을 훈련하는 것입니다.
맥마스터 신학교의 모든 교육 과정이 추구하는 교육 목표 중 하나는 바로 이러한 해석학적 이해를 심화시키는 것입니다. 저희 신학교의 모든 과정은 학생들이 “올바르게 질문을 던지는 법”과 “올바르게 이해하는 법”을 배우고, 현대인들의 실질적이고 영적인 필요에 응답하는 해석학적 과정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특별히, 저는 이번 가을학기부터 맥마스터 신학교에서 이러한 해석학을 기반으로 한인 교수들이 한국어 과목을 가르친다는 것이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한국어 과목을 개설하는 것은 단순히 영어가 어려운 분들이 학위를 쉽게 받을 수 있는 과정을 만들고자 함이 아닙니다. 저희의 궁극적인 목표는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과 “현대 한인 사회”를 깊이 해석하고 연구하는 교육 환경을 제공하고자 함에 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북미 사회는 정치, 경제, 문화, 사회적으로 급변하는 시대이며, 한국 본토도 다인종, 다문화가 빠르게 진행되어 감에 따라 격동하는 시대에 돌입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복잡한 변화를 대비하기 위해서 한국교회는 성경과 시대를 함께 읽어내는 해석학 중심의 교육이 필요합니다. 저희 신학교의 모든 과정이,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성경 해석과 시대의 흐름을 분별하는 한인 목회자를 세우는 일에 귀하게 쓰이기를 소망합니다.


글: 스탠리 E. 포터 | 맥마스터 신학교 총장
번역: 박성민 | 맥마스터 신학교 신약학 연구원/ 겸임 교수
한국어 과정 웹페이지: https://mcmasterdivinity.ca/biblical-theology-courses-in-kore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