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 자녀의 특징
자녀를 양육하는 동안 부모로서 가장 힘든 시기는 자녀들이 청소년기, 소위 ‘십대’ 혹은 ‘사춘기’를 지나는 기간일 것입니다. 자녀들이 어릴 때는 부모들이 육체적인 수고를 통해 자녀를 도와주는 일 때문에 힘들기는 하지만 그런 수고는 한편으로 기쁨이 되기도 합니다. 태어난 아이를 위해 시간 맞춰 수유하는 일이나 기저귀를 갈아주는 일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저는 영유아기의 아이를 키울 때 잠을 8시간 연속해서 잘 수 있으면 좋겠다는 소원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수고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자라는 것을 보는 기쁨은 수고와 비교할 수 없이 크기 때문에 부모는 수고를 하면서도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를 다니는 동안에도 대부분의 자녀들은 부모의 지도를 따르기 때문에 마음의 수고를 하는 일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자녀가 청소년기에 접어 들면서 그동안 잘 순종하던 아이가 갑작스럽게 짜증을 부리고 반항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많은 부모들이 아이를 이해하지 못해 힘들어합니다. 이 시기 자녀들의 특징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변화가 갑작스럽게 급격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부모들은 종종 혼란을 경험합니다. 사실 사춘기의 변화는 ‘성장’을 의미하는 것이지만 성장이 짧은 시간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시기 동안 부모에게 가장 필요한 미덕은 인내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청소년기에 일어나는 변화를 몇 가지로 나누어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청소년기 동안에는 급격한 신체적 성숙이 일어납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키가 크는 것이고 신체적 성숙의 한 부분으로 성적인 성숙이 일어납니다. 성호르몬의 발달과 함께 제2차 성징이 나타나고 여자 아이들은 생리가 시작되면서 아기를 낳을 수 있는 몸으로 준비되고 남자 아이들은 사정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런 신체의 변화와 함께 아이들은 이성에 대한 관심도 급격하게 고조됩니다. 이런 변화들은 아이들에게 새로운 세계로 성장하는 데 따르는 흥분을 가져다 주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여러 종류의 고민이 시작되기도 하고 염려와 두려움에 빠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 시기는 기대감과 불안감이 공존하는 시기입니다.
둘째, 이 시기는 정서적으로 매우 예민하게 되는 시기입니다. 청소년들의 뇌를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기는 감정이나 충동을 조절하고 여러가지 정보를 비교하고 분석하여 종합적인 판단을 하는 대뇌피질의 전두엽이 크게 리모델링을 하는 시기라고 합니다. 아직 전두엽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종합적인 사고 능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그 대신 대뇌 변연계의 편도라는 기관이 먼저 발달하면서 종종 극단적인 감정 상태를 보이는 경우가 생기게 됩니다. 극단적인 감정 상태가 될 때 그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이 아직 발달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이 시기의 자녀들은 짜증을 부리는 경우가 많고 감정의 기복도 심합니다. 아이들마다 선천적인 기질이 다르지만 그런 이유 때문에 이 시기에는 모든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예민해집니다.
셋째, 이 시기는 심리적인 독립을 추구하는 시기입니다. 아이들이 의식적으로 ‘나는 부모로부터 독립할 준비를 해야 해’라고 생각하지 않더라도 심리적으로 부모를 떠나 독립적인 인생을 살 수 있는 준비를 하는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부모에 대한 의존성을 탈피하기 위해 그동안 부모가 하라는 대로 따르던 모습에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됩니다. 자기 자신만의 생각을 하려고 하는 모습이 부모들에게는 반항의 모습으로 비쳐지기 때문에 부모들이 아이의 이런 변화를 이해하지 못하면 때로 크게 분노하고 아이와 큰 갈등에 빠지기도 합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자신이 부모와 다르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 이런 변화는 바람직한 것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부모에게 종속된 삶이 아니라 자신만의 인생을 살 수 있는 준비를 하는 것인데 부모가 그런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부모로부터 독립된 인격으로서 부모에게 의존하지 않고 자신만의 인생을 살기 위해 소위 ‘자아정체감’을 확립하는 것은 한 개인의 인생에서 중요한 과제입니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혹은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나는 앞으로 어떤 일을 하면서 인생을 살아야 할까?’ 등 여러 가지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시기이기 때문에 고민도 많은 시기입니다. 부모들은 아이가 이런 고민들 때문에 방문을 닫아 걸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어할 때도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러므로 부모들은 청소년기 자녀들의 이런 모습을 성장의 한 측면으로 이해하고 자녀의 성숙을 지켜보면서 부모 자신도 자녀를 떠나 보내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합니다.
넷째, 이 시기는 새로운 차원의 지적인 성숙이 일어나는 시기입니다. 아동기까지는 눈에 보이는 일들에 관심을 가지고 사고의 영역이 구체적인 대상들에 머무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지적인 발달에 있어서 소위 ‘형식적 조작기’라고 불리는 청소년기가 되면 아이들의 사고는 추상적인 영역에까지 넓혀지게 됩니다. 이와 함께 지적으로 예민해지면서 분석적이고 비판적인 사고 능력이 발달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 일과 비합리적인 일들을 참지 못하고 부모에게 따지는 일들이 많아지기 때문에 부모들과 충동하는 일이 잦아지게 됩니다.
이처럼 지적인 사고의 영역이 넓어지고 논리적으로 사고하고 분석적이고 비판적인 사고 능력이 발달하는 것은 성장에 있어 중요한 부분이고 반겨야 할 일이지만 그런 성장이 밖으로는 부모와의 긴장을 만들기 쉽습니다. 성숙한 부모라면 자녀들이 이런 모습을 보일 때 자녀를 통제하고 억누르려고 하기 보다 자녀의 생각을 들어주면서 자녀의 생각을 인정해주고 필요할 때는 자녀에게 사과하는 모습도 보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자녀들은 부모가 자기에게 사과할 때 부모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부모를 더 존경하게 됩니다. 때로 자녀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긴장은 자녀가 독립을 준비하는 과정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 자녀의 성장을 마음으로부터 기뻐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박진경 (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 객원교수, Family Alive 대표, 홈페이지: www.familyalive.ca, 이메일: inquiry@familyalive.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