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즈버리 신학교, UMC 공인 신학교서 제외… 80년 넘게 이어온 협력 관계 종료
미국 복음주의 웨슬리안 전통을 대표하는 애즈버리 신학교(Asbury Theological Seminary)가 미연합감리교회(United Methodist Church, UMC)의 목회자 양성을 위한 공인 신학교 명단에서 제외됐다. 이번 결정은 단순한 행정 절차를 넘어, 동성결혼과 인간의 성(性)에 대한 신학적 입장 차이가 미국 감리교회의 분열을 교육기관으로까지 확산시킨 상징적인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UMC 산하 대학 및 신학교 승인기구인 ‘유니버시티 세네이트(University Senate)’는 최근 회의를 통해 애즈버리 신학교를 안수 후보생을 위한 공인 신학교 명단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이로 인해 앞으로 UMC에서 목회 안수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애즈버리 신학교에서 수학하더라도 기존과 같은 공인 교육과정을 인정받지 못하게 된다. 다만 2026년 가을학기 이전 입학생들에게는 경과조치가 적용된다. 학교 측은 이번 결정이 UMC의 2024년 개정 사회원칙(Social Principles)과 학교의 신앙고백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2024년 UMC 총회가 갈등의 전환점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배경은 2024년 UMC 총회에서 이루어진 역사적인 교단법 개정이다. 당시 총회는 1972년부터 유지되어 온 “동성애는 기독교의 가르침과 양립할 수 없다”는 문구를 삭제했으며, 동성결혼을 집례한 목회자에 대한 징계를 폐지하고 LGBTQ 성직자 안수 제한도 없앴다. 이는 오랫동안 이어져 온 교단 내 보수·진보 갈등에서 진보 진영의 입장이 공식 교단 정책으로 채택된 것을 의미했다.
반면 애즈버리 신학교는 창립 이후 유지해 온 전통적인 성경관을 고수해 왔다. 학교는 공식 입장에서 “결혼은 하나님께서 제정하신 한 남성과 한 여성의 평생 언약이며, 성적 친밀함은 그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신앙고백을 재확인했다. 학교는 이러한 입장이 성경과 역사적 기독교 신앙에 근거한 것이며, 이를 변경할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애즈버리 “성경적 사명은 변하지 않는다”
데이비드 F. 왓슨(David F. Watson) 총장은 공식 성명을 통해 “우리는 UMC와 오랜 협력 관계를 소중히 여기며 그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이번 결과는 상호 합의가 아닌 UMC의 일방적인 결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학교는 심사 과정에 성실히 참여했으며 모든 요구 사항에 응답했지만, 학교의 정체성과 역사적 기독교 신앙에 반하는 기준을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왓슨 총장은 또한 애즈버리 신학교의 설립 정신인 “온 세상을 위한 온전한 성경(The Whole Bible for the Whole World)”은 변하지 않을 것이며, 앞으로도 성경적 거룩함과 복음 전도, 선교를 위한 목회자를 양성하는 사명을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80년 넘게 이어온 협력 관계 종료
1923년 설립된 애즈버리 신학교는 미국 웨슬리안-성결운동을 대표하는 신학교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비록 UMC가 직접 운영하는 13개 공식 신학교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1946년부터 UMC 안수 후보생을 위한 승인 교육기관으로 인정받아 왔으며 수천 명의 UMC 목회자를 배출했다. 특히 보수적인 웨슬리안 신학을 추구하는 목회자들에게 가장 영향력 있는 교육기관으로 평가받아 왔다.
애즈버리 신학교는 한국 교회에도 익숙한 이름이다. 2023년 미국 켄터키주 윌모어에서 시작돼 세계적인 관심을 모았던 ‘애즈버리 부흥운동’의 중심지인 애즈버리대학교와 같은 지역에 위치해 있으며, 당시 예배와 회개, 기도 중심의 영적 각성은 세계 교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비록 대학과 신학교는 별도의 기관이지만 같은 웨슬리안 전통을 공유하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 감리교 재편의 또 다른 단면
이번 결정은 최근 몇 년간 계속된 미국 감리교 재편의 연장선상에 있다. 2022년 출범한 글로벌감리교회(Global Methodist Church, GMC)는 UMC의 신학적 변화에 반대하는 교회들이 중심이 되어 설립됐으며, 현재 수천 개의 교회가 UMC를 떠나 GMC에 합류했다. 애즈버리 신학교 역시 GMC가 승인한 대표적인 신학교 가운데 하나로, 앞으로도 GMC 목회자 양성을 위한 핵심 교육기관 역할을 이어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단순히 한 신학교의 승인 여부를 넘어 미국 감리교회가 어떤 신학적 정체성을 선택할 것인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한다. 동시에 전통적 성경관을 유지하려는 기관들과 새로운 교단 정책을 수용하는 기관들 사이의 거리가 더욱 벌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이번 결정은 UMC 안수 과정에만 영향을 미칠 뿐 애즈버리 신학교의 학문적 인가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학교는 미국신학교협회(ATS)와 남부대학협회(SACSCOC)의 정식 인가를 계속 유지하고 있으며, 복음주의 및 웨슬리안 계열 여러 교단에서는 여전히 인정받는 신학교로 운영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