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민단기선교준비- Faith Circle
선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문화로 들어가 먼저 배우는 것이다. 그런 후에 그곳 상황에 맞게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는 것이다.
계시록 7장 9절을 보면, 하나님은 각 나라와 민족과 백성과 방언으로 찬양을 받으신다. 그러기에 소위 주류 문화든 비주류 문화든 관계없이 모든 민족이 동등하게 하나님을 찬양할 것이며 그 모든 모습이 하나님 앞에서는 보석과도 같다. 따라서 모든 민족이 자기에게 익숙한 문화와 방식으로 하나님을 찬양하고 예배하도록 돕는 것이 선교사가 해야 할 일이다.
많은 교회가 여름마다 바이블 캠프라는 명칭으로 단기선교를 한다. 그런데 이 바이블 캠프는 다분히 서구 중심적인 사역 방식이다. 상대를 가르치고 일깨우려다 보니, 그들의 문화나 언어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배우려고 하지 않는다.
나의 문화적 방식으로 그리스도를 전달하는 것을 고집하다보면 자문화 중심적 사고로 우월감을 느끼며 상대의 문화를 비하하고 사탄적인 것인 양 취급할 수 있다. 많은 서구 국가가 그러한 방식으로 선교를 했기에 기독교에 대해 극심한 반감을 가진 곳이 많다. 수용자 중심으로 복음을 전하지 못했기에 일어난 부작용이다.
나는 원주민들과 함께 성경 공부를 하고 있지만, 그 모임을 바이블스터디라거나 바이블 캠프라고 부르지 않는다. 왜냐하면 일부 원주민들은 바이블캠프에 대한 반감이나 아픈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원주민 문화 안에는 서로 좋은 말씀을 나누거나 지혜로운 이야기를 듣는 익숙한 방식이 있는데, 이를 영어로 ‘서클’이라 부른다. 교실처럼 한쪽 방향을 보는 대신 둥그렇게 둘러앉으면, 모든 사람이 평등하고 공평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서로 배울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여름 단기선교를 할 때 바이블 캠프 방식으로 일방적 가르침을 주기보다는 믿음의 서클(faith circle) 개념으로 접근하여 진행하면 훨씬 상호 존중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원주민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고 친숙하고 동등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구한말에 서구 각 나라에서 선교사가 들어왔을 당시, 그들은 자기에게 익숙한 하나님이나 단어를 고집하는 대신 조신 민족이 지닌 유일신 사상에 주목하고 최고의 절대자를 의미하는 ‘하나님’이란 단어를 찾아냈다. 자기 방식을 주입하는 대신 우리 민족이 생각하는 하나님을 이해하고 이를 사용한 것이다. 또한 당시 선교사들은 우리 민족이 소리 높여 기도하거나 새벽에 정한수를 떠놓고 기도하는 습관을 보고 이를 새벽 예배와 기도회로 바꾸어 전 세계에 유래 없는 고유한 영성으로 발전시킬 수 있게 도왔다. 이것이 바로 인터 컬처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여름에는 단기선교를 갈 때 꼭 고민해보자. 그들이 자기 문화적 방식과 언어로 하나님을 마음 깊이 경배하고 누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지, 그리고 이를 어떻게 찾아가도록 도와줄 수 있을지 말이다. 우리 방식이나 우리 문화나 우리 스타일의 하나님이 아니라 그들의 모습 그대로 하나님을 찾아가도록 러닝메이트, 조력자가 되어주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