設.來臨 I 말씀이 찾아와 임하다 I 설.래임 칼럼
우연 속에 숨겨진 하나님의 손길
1989년 11월 9일 저녁,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습니다. 역사는 이 엄청난 일이 ‘우연’에서 비롯되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서독과의 여행 규제 완화 정책을 발표하던 동독 정치국원의 “지금 당장”이라는 말실수와 기자들의 과장된 보도가 걷잡을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 것입니다. 세상에는 우리가 전혀 계획하고 의도하지 않은 일들이 우연의 옷을 입고 필연같이 나타나는 일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룻기의 이야기도 그렇습니다. 룻과 나오미가 베들레헴(떡집)으로 돌아온 시기는 ‘마침’ 보리추수의 때였습니다(룻 1:22). 또한 룻이 이삭을 줍기 위해 도달한 밭은 앞으로 그녀와 나오미의 텅빈 삶을 채우 줄 그들의 친족이요, 유력한 자(경제적으로 그리고 도덕적으로 탁월한 사람) 보아스의 밭이었습니다. 룻기 2장 3절은 그것을 ‘우연’이었다고 표현합니다.
룻은 그렇게 우연히 보아스의 밭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그 때 ‘마침’ 보아스가 그 밭에 등장합니다(4절). 하나님의 카메라 앵글이 룻의 걸음걸음을 따라가고 있는데, 그 앵글 안에 보아스라는 또 다른 등장인물이 들어온 것입니다. 정확히 “그 밭”에서, ‘우연히’와 ‘마침’의 만남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한편, 얼마 전인가 보아스는 이미 우연히 자신의 친족 나오미에게 헤세드(사랑의 충성)를 베풀었던 모압여인 룻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보아스는 분명 룻에 대한 큰 호감을 갖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마침’ 방문하게 된 자신의 한 밭에서 ‘우연히’ 그녀를 만난 것입니다. 이제 보아스는 룻에게 자신의 밭에서 마음껏 그리고 안전하게 이삭을 줍고 물을 마시도록 은혜를 베풉니다(룻 2:8-9).
룻기의 저자는 룻과 보아스의 만남을 ‘우연’으로 표현했습니다. 룻과 보아스의 발걸음은 그들의 의도 나 계획이 전혀 없었기에 인간의 관점에서 보면 우연이라는 표현이 적절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관점에서 볼 때 그것은 아무런 인과관계도 없는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그 우연 속에는 하나님의 세밀하신 손길이 숨겨져 있습니다. 이것을 우리는 신학의 용어로 하나님의 섭리(divine providence)라고 합니다.
하나님은 영이시기 때문에 우리는 하나님의 일하심을 볼 수 없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 인생 속에 펼쳐지는 수많은 우연들 속에 숨으셔서 우리의 발걸음을 한치의 오차도 없이 인도하십니다. 잠언서 16장 9절의 고백처럼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 이십니다.
우연 속에 숨으셔서 룻의 발걸음을 보아스의 밭으로 인도해내신 하나님, 보아스의 발걸음을 마침이란 타이밍에 맞추어 룻의 인생에 등장시키신 하나님, 그 하나님께서는 오늘도 저와 여러분의 걸음걸음을 세밀하게 인도하고 계십니다. 그 하나님은 실수하지 않으시는 하나님이십니다. 오늘도 우연 속에 숨어 우리를 위해 한치의 오차도 없이 일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발견하는 하나님의 복된 백성들 되시길 축복합니다.
FULLERTON 나들목비전교회 권도근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