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칼럼박창수 목사의 희년이야기 희년 교회와 코이노니아(4)

[칼럼: 희년 이야기] 희년 교회와 코이노니아(4)

[희년 이야기] 희년 교회와 코이노니아(4)

행 4:34-35에서, 작은 밭들과 집들을 팔아 가난한 성도들에게 나누어준 사람들은 대지주들이 아니라 중소지주들이었다. 여기서 작은 밭들과 집들이 있는 자들은, 말 그대로 ‘작은 밭들’과 ‘집들’, 곧 ‘다(多)토지’와 ‘다(多)주택’을 소유한 자들로서, 희년법이 보장하는 가족 몫의 ‘작은 밭 한 뙈기’와 ‘집 한 채’를 초과하여, 여러 곳에 작은 밭들과 집들을 소유한 사람들을 가리킨다. 자기 가족 몫의 작은 밭 한 뙈기와 집 한 채만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자기 가족 몫의 작은 밭 한 뙈기와 집 한 채만 가진 사람들이 그것을 팔아서 나누어 주었다고 오해하면 안 된다. 이것은 이어지는 아나니아와 삽비라 사건에서 잘 드러난다. 

행 5:1-4, “1.아나니아라 하는 사람이 그의 아내 삽비라와 더불어 소유를 팔아 2.그 값에서 얼마를 감추매 그 아내도 알더라 얼마만 가져다가 사도들의 발 앞에 두니 3.베드로가 이르되 아나니아야 어찌하여 사탄이 네 마음에 가득하여 네가 성령을 속이고 땅 값 얼마를 감추었느냐 4.땅이 그대로 있을 때에는 네 땅이 아니며 판 후에도 네 마음대로 할 수가 없더냐 어찌하여 이 일을 네 마음에 두었느냐 사람에게 거짓말한 것이 아니요 하나님께로다.”

1절에서 ‘소유’로 번역된 헬라어는 ‘크테마’인데, 바로 땅을 가리킨다. 3절에서 ‘땅 값’(테스 티메스 투 코리우)이라고 나오므로, 1절의 ‘크테마’는 땅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크테마’는 단수형이다. 복수형이 아니라 단수형이 사용되었기 때문에, 아나니아가 판 것은 ‘땅들’이 아니라 ‘땅 한 뙈기’이다. 그리고 3절의 “땅 값 얼마를 감추었느냐”에서 ‘땅’으로 번역된 헬라어는 ‘코리온’인데, 이 단어는 앞서 설명했듯이 ‘코라’의 지소형(指小形)으로 ‘작은 땅’을 가리킨다. 곧 아나니아는 ‘작은 밭 한 뙈기’를 팔았다. 그리고 문맥상 아나니아가 판 그 땅은 희년법이 보장하는 자기 가족 몫의 땅으로서, 그가 가지고 있던 땅의 전부였다. 곧 아나니아는 작지만 자기가 갖고 있던 땅의 전부인 자기 가족 몫의 땅을 팔아서, 그 땅 값에서 얼마를 감추고 일부만 가지고 사도들에게 가서,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저는 희년법이 보장하는 저희 가족 몫의 땅만 조금 갖고 있었는데, 그 땅을 모두 팔아서 그 땅 값 전부를 가난한 성도들과 나누려고 가져왔습니다. 그런데 저희 가족 몫의 땅을 모두 팔아버려서 이제는 저희 가족이 먹고 살아갈 길이 없습니다. 그러니 앞으로는 교회가 저희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 주십시오.”

아나니아는 거짓과 탐욕으로 감춘 땅 값의 얼마가 자신에게 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자기 가족의 생계는 교회가 책임져 줄 것이니, 이렇게 하는 것이 자신에게 경제적으로 이익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게다가 앞으로 힘들게 밭에서 일하지 않아도 된다고도 생각했을 것이다. 

곧 아나니아는 초대교회의 코이노니아를 보고 그것을 악용하려 한 것이다. 초대교회가 사도의 가르침을 따라 가난한 성도들에게 그 필요를 따라 나누어주는 코이노니아를 계속해서 힘쓰는 것을 보고, 자기 가족이 그 수혜 대상인 가난한 가족이 되기 위해 자기가 갖고 있던 땅의 전부인 자기 가족 몫의 땅을 모두 팔아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그 땅 값의 얼마를 숨긴 채 일부만을 가지고 베드로에게 온 것이다. 

그런데 초대교회의 코이노니아를 악용하려 한 아나니아의 계획과 언행은 그대로 방치하면 초대교회의 코이노니아를 깨뜨릴 수 있는 심각한 죄악이었다. 그는 이기적인 목적으로 초대교회의 코이노니아를 악용하려 했다. 그의 거짓말은 베드로의 예리한 영적 통찰이 아니었더라도 성도들에게 머지않아 탄로 났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땅을 산 사람과 그것을 공증한 증인들이 그 땅 값이 얼마인지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이 땅 값의 시세를 대강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거짓말이 성도들 사이에 탄로가 나서 회자되면, 초대교회 성도들 사이의 굳건했던 신뢰는 큰 금이 가고 말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거짓말과 악한 행동을 따라 하는 사람들이 나오면, 성도들 사이의 신뢰는 완전히 깨지고 말았을 것이다. 그래서 땅들과 집들을 팔아 가난한 성도들에게 나누는 뜨거웠던 사랑의 열기가 차갑게 식어버렸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 과정에서 초대교회의 코이노니아 재정은 장기적으로 적자에 시달리게 되어, 정말 가난한 성도들의 필요를 채우지 못하게 되었을 것이다. 결국 초대교회에서 성도들이 서로 마음을 같이하여 한 마음으로 사랑하는 코이노니아는 중단되고 말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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