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개하라 그리고 복음을 믿으라
요한 마가는 예수님께서 세례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시고 사십 일 동안 광야에서 사탄에 의해 시험을 받으시는 과정을 통하여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가 메시아라는 사실을 선포하였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세례 요한이 잡히는 시점을 기준으로 갈릴리에서 자신의 공생애를 시작하십니다. 마가는 세례 요한이 잡힌 구체적인 이유를 언급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마가복음 6장 17절의 말씀을 근거해서 생각해 보면 세례 요한이 잡힌 이유는 당시 갈릴리 지역의 분봉 왕(tetrarch) 헤롯 안티파스(Herod Antipas)가 자신의 동생 빌립(Philip)의 아내 헤로디아(Herodias)와 통간(通姦)한 것을 세례 요한이 비판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예수님께서 자신의 공생애의 시작점에서 말씀하신 내용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공관복음서에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첫 번째 메시지를 직접 기록하고 있는 복음서는 마가복음과 마태복음입니다. 마가복음과 다르게 마태는 예수님의 메시지를 “회개하라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마 4:17b)라고 짧게 기록하고 있지만, 마가는 하나님께서 역사에 개입하시는 ‘카이로스’의 시간을 언급할 뿐만 아니라 회개의 메시지가 복음을 믿는 행동과 연결되어져 있다는 사실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우리들은 마가가 강조하고 있는 복음의 의미를 보다 깊이 있게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14) 요한이 잡힌 후에, 예수께서 하나님의 복음을 선포하기 위해서 갈릴리에 오셨습니다. (15) 그(예수)가 말하기를 “때가 성취되었고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으니 회개하라 그리고 복음을 믿으라” (Translated by YG Kim)
마가는 세례 요한이 헤롯 안타파스에 의해 잡히는 과정을 신적 수동태(divine passive)로 표현하여서(paradothenai: ‘was delivered over’) 하나님께서 세례 요한의 삶과 사역을 주관하고 계시다는 사실을 증거하고 있습니다. 신적 수동태란 저자가 의도적으로 주어를 생략하여서 하나님께서 역사의 주관자라는 사실을 표현하는 헬라어의 문법적 기능입니다. 이러한 신적 수동태는 예수님께서 자신이 십자가에서 죽임을 당하시는 장면을 예언하는 표현에서도 동일하게 사용이 됩니다(e.g., 막 9:31; 10:33; 14:21, 41). 그러므로 마가는 신적 수동태를 통하여 역사의 주관자가 되시는 하나님께서 세례 요한의 삶을 주관하고 계시다는 사실을 드러내면서 동시에 예수님께서 사탄의 시험을 받으시고 하나님의 복음을 선포하기 위해서 갈릴리(Galilee)로 이동하시는 모습 또한 하나님의 주권 아래에 있다는 사실을 함축적으로 보여 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하나님의 주권을 누가는 예수님께서 광야에서 시험을 받으시고 “성령의 능력”(the power of the Spirit)으로 다시 갈릴리로 돌아오셨다고 직접 기록을 하고 있습니다(눅 4:14a).
그러면 예수님께서 광야에서 시험을 받으시고 갈릴리로 다시 돌아오신 목적이 무엇입니까? 마가는 그 목적이 “하나님의 복음을 선포”하기 위함이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우리들은 마가복음 1장 1절의 말씀에서 ‘복음’(euangelion: Gospel)에 관하여 생각해 보았습니다. 구약적 배경에서 ‘복음’이란 승리의 소식입니다. 그리고 마가는 자신의 복음서의 시작에서 기록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막 1:1)의 동의어로 “하나님의 복음”(막 1:14)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표현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란 하나님께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헬라어 소유격(genitive of source)의 표현입니다.
그러면 예수님께서 자신의 공생애를 시작하시는 이유와 ‘하나님의 복음’의 내용은 무엇입니까?
마가는 예수님께서 공생애를 시작하는 시점이 하나님께서 개입하시는 시점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서 “때가 성취되었고”(The time is fulfilled)라고 표현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구는 마태복음에서는 기록되어져 있지 않은 표현으로(cf. 마 4:17b), 마가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공생애의 사역을 시작하는 시점이 하나님께서 개입하는 시간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마가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자신의 공생애를 시작하시면서 말씀하시는 시간의 개념은 과거에서 현재 그리고 미래로 연결이 되어지는 연대기적 시간의 개념으로서 ‘크로노스’(chronos)의 시간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역사에 직접 개입하시는 ‘카이로스’(kairos)의 시간입니다. 그러므로 ‘카이로스’의 시간은 죄로 인하여 하나님과 인간이 맺은 언약(covenant)이 파기되었지만 하나님께서 예수 그리스도를 이 땅에 보내 주셔서 사탄의 권세를 이기시고 하나님의 구원 계획을 성취하시기 위한 구원의 시간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하나님께서 역사에 개입하시는 ‘카이로스’의 시간은 하나님과 인간 사이에 맺어지는 새 언약(new covenant)의 관계가 시작되어지는 시간입니다(cf. 히 9:15).
또한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내용은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들은 “하나님의 나라”의 의미를 장소적 개념(place)으로 한정하는 경우가 있는데,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나라’는 하나님의 통치권(sovereignty)에 의해서 지배되어지는 영역의 개념입니다. 그러므로 예수님께서는 사탄의 권세 아래에서 살아가는 자들을 향하여 더 이상 죄악의 통치권 아래에서 살아가지 말고 회개하고 복음을 믿음으로 인하여 하나님의 통치권 안에서 살아가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회개하라’(metanoeite: repent)라는 메시지는 무엇을 의미합니까?
먼저 우리들이 생각해 보아야 하는 것은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회개의 메시지는 세례 요한이 외쳤던 회개의 메시지(막 1:4)와 연속성 위에 있다는 사실입니다. 세례 요한이 외쳤던 회개의 메시지는 ‘죄 용서함을 위한 회개의 세례’였다고 하면, 예수님께서 외치셨던 회개의 메시지는 복음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믿기 위한 전제 조건입니다. 또한 세례 요한이 외쳤던 회개의 메시지가 인간의 ‘마음의 변화’(the change of mind)와 ‘관점의 변화’(the dimension of conversion)에 집중하였다면, 예수님께서 외치셨던 회개의 메시지는 복음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하는 믿음(faith)의 전제 조건이면서 동시에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하는 통로입니다.
우리들은 진정한 회개란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행동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임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복음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믿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서 진정성이 있는 회개는 어떠한 모습입니까?
진정한 회개는 사탄의 통치권 아래에서 살아가고 있는 자들이 자신의 오만(arrogance)과 고집(self-will)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철저하게 자신의 잘못들을 뉘우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참된 회개는 죄의 통치권 아래에서 어두움의 일을 행하면서 살아가는 자들이 어두움의 죄악들을 벗어 버리고 빛의 갑옷을 입는 행동입니다(롬 13:12). 또한 어두움 가운데에서 영적으로 잠을 자고 있었던 자들이 깨어나서 죄악으로부터 절제된(self-controlled) 삶을 살아가는 것입니다(살전 5:5-6).
이러한 의미에서 복음을 믿고 참된 회개를 하는 자들에게 하나님께서는 모든 더러움으로부터 깨끗함을 허락해 주시고, 새로운 마음과 새로운 영혼을 주셔서 하나님의 영이 우리 안에 거하시게 하십니다(cf. 겔 36:25-27).
결과적으로 참된 회개는 우리들의 영혼이 새롭게 창조(re-creation)되어지는 과정이고, 우리들의 마음이 깨끗해져서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바라보는 전제 조건이 됩니다(cf. 마 5:8).
그러므로 세례 요한이 외쳤던 메시지처럼 참된 회개를 통하여 죄 용서함을 받은 자들은 복음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성령을 선물로 받게 되어지는데(행 2:38), 바로 이러한 모습이 예수님께서 베풀어 주시는 성령 세례의 모습입니다(막 1:8).
마지막으로 마가는 마태와 다르게 예수님께서 선포하셨던 첫 번째 메시지에서 “복음을 믿으라”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마가가 자신의 복음서의 시작에서 분명하게 복음과 예수 그리스도를 연결해서 선포하고 있는 것처럼, 복음은 예수 그리스도입니다(cf. 롬 1:1-4). 누가는 사도행전 16장 31절에서 빌립보 감옥에 갇혀 있는 바울의 메시지를 통하여 동일한 표현을 기록하고 있는데 그 내용은 “주 예수를 믿으라” 입니다. 그러므로 예수님께서는 하나님의 구원 계획 안에서 이 땅에 오신 자신의 사명을 바라보는 자들에게 복음을 제시하셨고, 복음으로 이 땅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사건과 부활의 사건을 믿으라고 선포하고 계십니다. 결과적으로 자신의 죄악을 회개하고 복음으로 이 땅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자들에게 하나님께서는 그들의 죄를 용서해 주시고 의롭게 해 주셔서 구원을 허락해 주십니다.
<함께 나누기>
- 마가는 세례 요한이 잡히는 과정을 직접 언급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면 세례 요한이 헤롯 안티파스에게 잡힌 이유는 무엇입니까? 또한 마가는 세례 요한이 잡히는 과정을 신적 수동태로 기록하고 있는데, 신적 수동태에 관하여 설명해 보십시오.
- 마가는 예수님께서 광야에서 사십 일 동안 시험을 받으시고 하나님의 복음을 선포하기 위해서 갈릴리로 오셨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우리들은 복음에 관하여 어떻게 이해하고 있습니까? 우리가 마가복음 1장 1절에서 생각해 본 것을 기초해서 복음에 관하여 설명해 보십시오. 하나님으로부터 나오는 복음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어떻게 성취되었습니까?
- 헬라어에는 ‘크로노스’의 시간과 ‘카이로스’의 시간이 있습니다. 이 둘의 차이점은 무엇입니까?
- 하나님의 나라가 장소적인 개념이 아니라 통치권의 개념이라고 하면 우리들은 이 땅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습니까?
- 세례 요한이 외쳤던 회개의 메시지와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회개의 메시지의 차이점은 무엇입니까?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복음을 믿기 위한 진정성 있는 참된 회개는 어떠한 모습입니까?
- 복음으로 이 땅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복음에 빚진 자 김윤규 목사 (토론토 쉴만한물가 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