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이민교회가 지향할 문화
우리는 캐나다에 거주하는 소수 민족을 지칭할 때 국적을 후행하는 개념으로 “Korean Canadian”, “Chinese Canadian”이라 한다. 이는 샐러드볼 문화의 정체성 표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전 세계 민족 중 유일하게 유대인 만은 “Jew Canadian”이라 하지 않고 “Canadian Jew” 라고 한다. 유대인의 정체성은 단순한 민족이 아니라, 종교·문화·역사를 포함하는 특별한 개념이다. 디아스포라(이산 공동체)로 살아온 유대인들은 항상 “자신이 속한 국가 안의 유대인”이라는 개념을 가졌다. 그 결과, “Canadian Jew”라는 표현이 일반적이며, 이는 용광로(Melting Pot) 개념과 일부 유사하지만, 실제로는 샐러드볼(Salad Bowl) 성격을 강하게 띄고 있다. 즉, 유대인들은 샐러드볼 문화 속에 살아가지만, 자신들의 전통과 문화를 유지하면서 역사적·문화적 이유로 인해 “Canadian Jew”라는 명칭을 사용하게 되었다는 것이 핵심이다. 결국 유대인은 2000년 이상을 디아스포라로 살면서 정체성의 순서를 분명히 한 것이다. 이 순서 하나의 차이가 그들의 과거를 말해주는 동시에 그들의 미래를 지속하게 했다. 그러므로 유대 문화는 샐러볼 문화와 용광로 문화의 융합과 조화의 형태로 간직되고 있다.
한인 이민교회는 용광로 문화인가, 샐러드 볼 문화인가?
한인 이민교회는 문화적 측면(샐러드 볼 요소)에서 1세대(한국 문화 중심)와 1.5세대, 2세대(현지 문화에 익숙한 세대)가 공존한다. 교회 내에서도 한국어 예배, 영어 예배가 공존하며, 한인 정체성을 유지하는 요소가 남아 있다. 따라서, 문화적으로는 다양한 정체성이 공존하는 샐러드 볼과 유사한 모습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한인 이민교회가 추구해야 할 방향은 단순한 “문화적 용광로”가 아니라 “신앙적 용광로”이다. 즉, 한인 이민교회는 문화적으로는 샐러드 볼의 특성을 인정할 수 있지만, 신앙적으로는 용광로적인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
“Canadian Korean” vs “Korean Canadian”
이민사회에서 한인들의 신앙 정체성을 더욱 강화하는 신앙 교육이 필수이다. 왜냐하면 1.5세, 2세 후대들이 다문화적 환경에서 살아가더라도 신앙을 중심으로 정체성을 유지하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유대인들이 세속화되는 문화 속에서도 강한 신앙 정체성을 유지했듯이, 한인 이민교회도 세속주의에 동화되지 않고 복음 중심의 공동체로 나아가야 한다. 유대인의 “Canadian Jew” 정체성은 문화적 샐러드 볼이지만, 신앙적으로는 강한 유대교 중심성을 유지하는 신앙적 용광로 모델을 보여준다. 유대인들은 캐나다 사회에 융화되면서도 유대교 신앙과 문화(안식일, 절기, 유대 전통 교육 등)를 강하게 유지한다. 이는 문화적으로는 샐러드 볼을 수용하지만, 신앙적으로는 용광로적 결속력을 유지하는 전략이다. 한인 이민교회도 이와 유사하게,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하되 신앙적 중심성을 공고히 해야 한다.
신앙적 용광로 vs 문화적 샐러드 볼
한인 이민교회가 지향해야 할 모델은 “문화적 샐러드 볼 속에서 신앙적 용광로를 추구하는 공동체”이다. 문화적으로 유연성을 가지되(샐러드 볼) 다양한 세대(1세, 1.5세, 2세)의 문화적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 언어적, 문화적 차이를 반영한 예배 및 사역을 제공하여 각 세대가 교회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신앙적으로는 하나의 정체성(용광로)을 유지해야 한다. 신앙적 핵심 가치(세대를 통합하고 잇는 예배, 말씀, 공동체, 선교 그리고 부모가 자녀를 첫 제자삼는 다음 세대 교육)를 중심으로 강한 정체성을 형성해야 한다.
한인 이민교회의 방향성
신앙적 용광로 모델을 기반으로 가정과 교회가 협력하여 신앙을 다음 세대에 전수하는 강한 이민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 한인 이민교회의 방향이 되어야 한다. 유대교 회당(Synagogue)이 단순한 예배 장소가 아니라 교육, 법률, 문화, 네트워크의 중심이 되어 후대에 전수하는 역할을 한 것처럼 한인 이민교회도 같은 역할(예: 한국어 교육, 한국 역사·문화 교육, 정체성 교육을 강화, 예배 후 한국 음식 나눔, 한국 전통 행사등)을 교회 내에서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유대인들은 유대인 학교(Jewish Day School) 및 유대교 교육(Bar/Bat Mitzvah 성년식 과정)을 통해 어린 나이부터 유대인 정체성을 철저하게 교육하듯, 한인 이민교회도 “한인 기독교 학교” 설립 운영 및 Bar/Bat Mitzvah 같은 신앙훈련을 통해 기독교 신앙과 한국 문화를 함께 교육할 수 있는 시스템(D6 랜드: 추후 별도 칼럼)을 구축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즉, 유대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며, 전 세계 어디에 있든 유대인이라는 정체성을 유지하듯, 한인 이민교회도 “Korean Christian Community”개념을 확립하고, “한인 디아스포라 신앙”의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다. 캐나다의 한인 교회의 미래는 다문화주의 모델과 연결하여, 문화적 모자이크 속에서 한인 신앙 공동체(Cultural Mosaic Faith Community)를 유지 및 이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