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칼럼김치남 목사의 하나님의 교육명령 한국교회 회복 시리즈(제7화) 가정과 교회의 동역 ― 함께 세우는 회복의 생태계

[칼럼: 하나님의 교육명령] 한국교회 회복 시리즈(제7화) 가정과 교회의 동역 ― 함께 세우는 회복의 생태계

한국교회 회복 시리즈 | 제7화가정과 교회의 동역 ― 함께 세우는 회복의 생태계

주일 저녁, 단체방이 “은혜로웠다”는 말들로 환해질 때가 있다. 예배는 뜨거웠고, 프로그램도 빈틈없이 흘렀고, 사진은 보기 좋게 정리되어 올라온다. 그런데 월요일 아침, 각자의 식탁은 다시 침묵으로 돌아간다. 아이는 이어폰을 끼고 학교로, 부모는 바쁜 마음으로 출근길에 오른다. 교회 리더들은 또 다음 행사를 준비하기 시작한다. 왜 우리는 이렇게 반복되는 월요일의 공허 앞에 서게 되는가. 그 이유는 분명하다. “감동”은 있었지만 “연결”이 없었기 때문이다. 신앙이 주일의 무대에서 끝나고, 가정의 식탁과 주중의 시간표로 이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회복은 순간의 강도보다 관계의 연속성, 프로그램의 화려함보다 생태계의 호흡에서 시작된다. 이 글은 D6 관점으로 그 생태계를 어떻게 현실에서 작동하게 할 것인지, 가정과 교회가 어떻게 한 팀으로 동역할 것인지, 그리고 그 동역이 마을로 흘러가 지속 가능한 부흥의 리듬이 되게 할 것인지를 이야기한다.

1. “모임”이 아니라 “호흡”: 집과 성전 사이에 놓인 다리

신명기 6장은 “집에 앉았을 때, 길을 갈 때, 누울 때, 일어날 때” 말씀을 가르치라고 말한다. 사도행전 2장은 “성전에 모이기를 힘쓰고, 집에서 떡을 떼며”라는 문장으로 초대교회의 호흡을 기록한다. 집과 성전은 경쟁하지 않는다. 집은 첫 번째 교회이고, 성전은 함께 모여 확인하는 자리다. 집에서 시작된 작은 순종이 성전에서 공동의 고백이 되고, 성전에서 받은 파송이 다시 집의 일상으로 흘러 들어간다. 이 왕복의 리듬을 끊는 순간, 신앙은 이벤트로 축소되고, 가정은 구경꾼이 된다. 반대로 이 리듬이 살아나면, 그 어떤 화려한 행사 없이도 교회는 견고한 체력을 회복한다. D6가 말하는 핵심은 단순하다. 교회는 가정을 돕고, 가정은 교회를 확장한다.

이 원리를 현실에 심기 위해 필요한 것은 세 가지다. 첫째, 가정에서 매일 15분의 신앙 호흡을 만들어 주는 단순한 루틴. 둘째, 주일에 세대가 같은 주제를 각자의 언어로 배우고, 예배 직후 식탁에서 그 주제를 가족의 언어로 번역하는 연결 장치. 셋째, 주중에 멘토링과 식탁이 마을로 흘러가는 밖을 향한 출구. 이 세 가지가 연결되면, 주일의 메시지는 월요일의 순종으로, 가정의 대화는 교회의 예배로, 교회의 은혜는 이웃의 삶으로 이어진다. 생태계란 결국 이런 연결의 다른 이름이다.

2. 가정에서 시작하는 15분: CUE 루틴의 힘

모든 변화는 작고 지속가능한 습관에서 시작한다. D6의 CUE 루틴은 **C(성경을 소리 내 읽기), U(질문으로 이해를 넓히기), E(적용과 축복기도)**라는 세 단계로 이루어진다. 완벽한 형식이 필요하지 않다. 거창한 준비도 없다. 다만, 매일 10~15분, 가족이 얼굴을 마주하고 한 본문을 세 번 소리 내어 읽는다. 소리가 공간을 채울 때 말씀은 지식이 아니라 사건이 된다. 이어서 하브루타 질문 세 가지를 던진다. “이 본문이 말하는 핵심은 한 문장으로 무엇일까?”, “왜 지금 우리에게 중요하지?”, “오늘 1% 어떻게 다르게 살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한 문장 적용을 적고 서로를 위해 짧게 축복한다. “하나님, 오늘 이 아이가 친구와의 갈등에서 먼저 사과할 용기를 주세요.” 이 축복의 한 문장이 아이의 월요일을 붙든다.

가정은 주일학교의 외주업체가 아니라, 첫 번째 제자훈련장이다. 부모가 ‘가르치는 사람’으로만 서면 아이는 방어한다. 부모가 먼저 듣는 사람이 될 때, 아이의 질문은 마음을 연다. “왜 하나님은 내 기도에 바로바로 답하지 않으실까?”라는 물음 앞에서 “목사님께 물어보자”로 넘기는 대신, 부모가 함께 성경을 찾고 경험을 나누며 한 주를 동행할 때, 아이는 신앙을 삶의 언어로 배운다. 이것이 CUE 루틴의 핵심이다. 짧지만, “매일”이기 때문에 강하다. 부담은 낮추고, 일관성은 높이는 것이다.

3. 주일의 설계: 같은 주제, 다른 언어

주일이 가정의 루틴과 호흡하려면, 교회는 같은 주제를 세대별 언어로 풀어야 한다. 예를 들어 “용서”를 한 주의 주제로 정했다면, 장년은 누가복음 본문으로 설교를 듣고, 청소년은 삶의 갈등 사례로 토의하며, 어린이는 그림과 이야기, 활동지로 경험한다. 중요한 것은 세대가 서로 다른 이야기를 듣지 않는 것이다. 같은 주제는 대화의 끈이 된다. 예배가 끝나고 점심 식탁에서 가족이 10분만 투자하면 된다. “오늘 설교·공과에서 기억에 남는 한 문장을 말해보자.” “이번 주 1% 다르게 살라면 무엇을 해볼까?” 아이의 답이 어색하고 짧아도 괜찮다. 그 10분이 다음 주일을 기다리게 만든다.

여기에 세대통합 요소가 더해지면 숲은 더 울창해진다. 예배 중 ‘3세대 축복’의 시간을 마련해 손주 머리에 얹는 조부모의 손길을 공식화하고, 청소년이 본문을 요약해 어른에게 설명하는 ‘역설교’ 코너를 만들면, 세대는 수평이 아니라 상호성으로 연결된다. 신앙은 주입이 아니라 교환이다. 아이가 묻고 어른이 답하는 순간만이 아니라, 청년이 디지털을 돕고 시니어가 기도의 비밀을 나누는 순간에 진짜 전승이 일어난다.

4. 금요일 저녁의 복원: 주중의 호흡을 만드는 시간

주일의 은혜가 월요일에 증발하지 않게 하려면, 주중의 리듬이 필요하다. 가장 현실적인 시간은 금요일 저녁 19:30–21:00이다. 주말을 앞두고 90분, 교회와 가정이 한 팀으로 만난다. 첫 30분은 짧은 찬양과 말씀 리마인드, 둘째 30분은 세대별 혹은 멘토링 모임으로 나눠 삶을 나눈다. 마지막 30분은 다음 주의 가정 CUE 챌린지와 식탁 대화 질문을 받아 적고 서로를 위해 축복기도로 마무리한다. 이 90분의 준(準)안식은 주간의 피로를 씻고, 주일의 기대를 만든다. 특정 시기에는 금요일 저녁에 부모학교나 멘토 인증 과정을 배치해 역량을 키우고, 월 1회는 금요 모임을 ‘스토리 나이트’로 바꿔 간증과 편지, 사진과 영상을 공유하는 자리로 만든다. 숫자보다 온도를 올리는 시간이다.

5. 멘토링의 고리: 증언과 동행이 만났을 때

세대 간 멘토링은 가정과 교회를 실핏줄로 엮는다. 조부모의 증언은 이야기로만 남지 않는다. 손주의 질문이 들어가면 말씀은 현재형이 된다. “할아버지, 그때는 어떻게 용서하셨어요?”라는 물음에 “그날 밤, 하나님께 울며 씨름했다”는 대답이 붙는 순간, 설교가 아니라 삶의 본문이 펼쳐진다. 청년과 시니어의 역멘토링도 강력하다. 스마트폰을 가르쳐 드린 청년이 다음날 새벽, 조모의 ‘말씀 한 구절’ 문자를 받으며 눈물을 쏟았다는 이야기는 낯설지 않다. 기술과 기도가 만나는 지점에서 세대는 경쟁자가 아니라 동역자가 된다. 멘토링은 완벽한 답을 가진 사람이 누군가를 이끄는 일이 아니다. 한 사람의 시간과 귀와 눈물이 다른 한 사람에게 건너가는 통로다.

6. 교회 구조의 전환: 행사를 줄이고, 관계에 투자하라

동역은 의지로만 굴러가지 않는다. 구조가 필요하다. 담임목회자, 다음세대·장년·청년·시니어 사역자, 부모 대표가 참여하는 동역위원회가 월 1회 모여 연간 캘린더, 주제 흐름, 예산과 평가를 점검한다. 콘텐츠 팀은 ‘한 주제–다층 언어’ 교재와 활동지를 설계하고, 훈련 팀은 부모학교·교사훈련·멘토 인증 과정을 운영한다. 커뮤니케이션 팀은 주간 안내와 간증 스토리텔링을 담당하고, 데이터 팀은 가정예배 빈도, 세대통합 예배 참여율, 멘토링 지속률 같은 가벼운 지표를 모아 분기 리포트를 만든다. 돌봄/보호 팀은 아동·청소년 보호 원칙(2인 1조, 공개공간, 기록·보고, 보호자 동의)을 교육하고 점검한다.

예산은 재배치가 핵심이다. 눈에 잘 보이는 무대와 행사를 줄이고, 눈에 덜 보이지만 공동체의 근육과 뼈가 되는 영역—가정예배 카드와 질문지, 부모·교사 훈련, 식탁 나눔과 구제—에 더 많이 투자하라. 한 교회는 프로그램 관련 예산을 30% 줄이고, 가정·훈련·식탁 항목을 70%로 늘렸더니 6개월 뒤 중고등부 정착률이 18% 올랐다. “행사비”가 “관계비”로 옮겨갈 때, 회복은 지표로도 보인다.

7. 데이터와 스토리: 측정은 통제를 위해서가 아니라 기억을 위해서

숫자는 차갑지만, 제대로 쓰면 따뜻해진다. 가정예배가 주당 몇 회 드려지는지, 가족 대화 시간이 몇 분 늘었는지, 세대통합 예배 참여율이 어떻게 변하는지, 멘토링이 3·6·12개월 지속되는 쌍이 몇 개인지 정도만 기록해도 길을 잃지 않는다. 그러나 숫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한 문장 간증 카드, 감사 손편지, 분기별 스토리 나이트는 공동체의 심장을 다시 뛴다. “아빠가 내 머리에 손을 얹고 기도해 준 밤을 잊지 못할 거예요.” “손주의 질문 덕분에 나는 다시 무릎을 꿇었습니다.” 이런 문장 하나가 다음 주의 작은 순종을 부른다. 데이터는 관계의 적이 아니라, 관계를 지켜주는 표지판이다.

8. 실패가 찾아올 때: 1% 규칙으로 다시 걷기

처음엔 어색하고, 중간엔 흔들리고, 때로는 멈춘다. 그럴 때 “우리는 원래 안 되는 교회야”라고 낙인찍지 말라. 1% 규칙을 기억하라. 완벽보다 작은 일관성, 한 번의 대규모보다 매일의 미세한 습관. 주 7회가 어려우면 주 3회부터, 30분이 부담되면 10~15분부터. 청소년이 어색해하면 역할을 주고, 시니어가 낯설어하면 축복과 증언이라는 고유한 은사를 공식화하라. 안전이 불안하면 원칙을 문서로 만들고 처음부터 가르쳐라. 실수는 학습의 일부다. 중요한 것은 다시 걷는 것이다.

9. 12주 실행안(샘플): 금요일 저녁에서 주일, 그리고 마을로

현장에서 바로 시작할 수 있도록, 12주 로드맵을 제시한다. 주 1회 금요일 19:30–21:00 모임을 고정하고, 토요일 가족 식탁 예배, 주일 세대통합 요소를 묶는다.

1주: 비전 선포(주일). 금요일 OT에서 동역 의미와 역할 소개, 가정예배 카드 배포.

2주: 부모학교 1강(경청·질문·축복기도 실습).

3주: 세대통합 주일. 금요일에 멘토–멘티 매칭과 약속서 작성.

4주: 가정 CUE 챌린지 7일. 토요일 식탁 사진·간증 수집.

5주: 마을 식탁 파일럿(3가정). 금요일 피드백과 보완.

6주: 부모학교 2–3강. 청년–시니어 역멘토링 시작.

7주: 세대혼합 봉사(환경미화·돌봄·방문). 금요일 회고·기도의 밤.

8주: 세대통합 주일 ‘3세대 축복 의식’.

9주: 마을 식탁 확대(6–8가정). 데이터 중간 점검.

10주: 멘토링 심화(기도 동행 주간).

11주: 스토리 나이트(영상·편지·간증). 다음 분기 설계.

12주: 파송 예배(세대 축복, 감사 편지 교환, 재계약 선택). 분기 리포트 공개.

이 구조의 장점은 명확하다. 금요일 저녁이 주중의 신앙 허파가 되고, 토요일 식탁이 주일 예배의 전주곡이 되며, 주일의 축복이 다시 가정과 마을로 파송된다. 한 주의 박동이 이렇게 이어지면, 월요일의 공허는 사라지고, 월요일의 순종이 남는다.

10. 현장 스케치: 세 곳의 교회가 보여준 가능성

도시의 중형교회는 프로그램 예산을 줄이고 가정·훈련·식탁에 재투자했다. 6개월 후, 가정예배 빈도는 주당 0.8회에서 2.4회로, 중고등부 정착률은 18% 올랐다. 농촌의 작은 교회는 토요일마다 “마을 국수상”을 열고, 어르신의 간증과 아이들의 찬양, 청년의 섬김이 한 상에 올랐다. 세례 받은 세 가정의 공통 고백은 “교회보다 먼저 식탁이 우리를 품었다”였다. 해외 한인교회는 언어 장벽을 ‘한 주제–다층 언어’로 넘었고, 청년의 디지털 역멘토링 덕분에 시니어의 온라인 큐티가 정착되었다. 서로 다른 맥락이었지만, 공통점은 하나였다. 관계의 구조가 생겼다는 것.

맺으며.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한국교회 회복은 더 큰 무대가 아니라 더 깊은 관계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가정의 손끝에서 시작된 말씀의 떨림이 주일의 예배로 이어지고, 식탁에서 이웃의 이름을 부르며 기도하는 순간, 교회는 건물 안의 행사가 아니라 도시의 숨결을 바꾸는 삶이 된다. D6의 길—“가정은 첫 교회, 교회는 가정의 동역자”—을 따라 가정–교회–마을이 한 생태계로 호흡할 때, 우리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리듬을 얻게 된다. 그 리듬은 거창하지 않다. 매일 15분의 CUE, 금요일 90분의 동행, 주일의 세대 축복, 그리고 한 문장의 축복기도. “주님, 우리를 진리와 사랑 안에서 함께 걷게 하소서.” 이 작은 일관성이 한 세대를 일으킨다. 월요일의 공허를 넘어, 월요일의 순종으로. 그것이 오늘 우리가 다시 시작할 회복의 길이다.

📌 다음 이야기 예고 — 제8화지속 가능한 부흥 ― 안식(사바스)·생활 규칙(Rule of Life)·팀 사역으로, 번아웃 없이 회복을 운동으로 이어가는 방법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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