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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패밀리얼라이브] 용서 이야기 <11> 자기 용서

<용서 이야기 11> 자기 용서

그동안에 다룬 용서의 이야기들은 누군가 나에게 상처를 주거나 해를 입힌 다른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고, 지난 글에서 살펴보았던 용서 구하기의 경우도 내가 상처를 입히거나 해를 입힌 다른 대상을 전제로 한 것이었습니다. 이번 글은 그 대상이 자기 자신인 경우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우리는 때로 잘못된 선택을 함으로써 자신에게 큰 손해를 끼치는 일을 하기도 하고 자신이 내렸던 결정 때문에 자기 정죄감에 빠지기도 합니다. 사실 우리 모두는 삶에서 크고 작은 실수들을 하면서 살기 때문에 자기 용서는 우리가 배워야 할 중요한 기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기용서는 우리가 수치심, 후회, 혹은 죄책감 등에서 벗어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입니다. 우리는 삶에서 어떤 실수를 했을 때 이런 부정적인 감정들에 빠지게 됩니다. 이런 부정적인 감정들을 극복하지 못하면 자기 비난, 자기 정죄 및 자기 혐오 등으로 발전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부정적인 감정들은 대인 관계와 자신이 하는 일들 전반에 영향을 끼치고 우울증에 빠지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자기 용서는 이런 부정적인 감정들을 극복하고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감정을 회복하기 위해서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기를 용서한다는 말은 자신에 대한 분노 감정을 흘려 보내고 미래에 대한 새로운 희망을 품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자기 용서를 위해서는 자기 자신도 한 인간으로서 결점들이 있는 불완전한 존재이며 또 모든 일에 완벽할 수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그런 결점들과 실수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재확인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 자기 용서가 필요할까요? 

가장 쉽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경우는 어떤 중요한 일을 그르쳤을 때입니다. 즉 자신의 선택이나 행동으로 자신에게 해를 끼친 경우입니다. 이런 경우에 우리는 후회스러운 마음에 잠을 이루지 못하게 됩니다. 이럴 때는 후회한다고 해서 일을 돌이킬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자신을 용서하고 새로운 출발을 하기로 결단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둘째로는 나의 행동이나 말로 누군가에게 어떤 상처 혹은 해를 끼쳤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을 때입니다. 상대방에게 어떤 말이나 행동을 했을 당시에는 깨닫지 못했는데 후에 자신의 잘못을 깨닫게 되면 상대방에 대한 미안한 마음에서 생기는 죄책감과 함께 그런 일을 했던 자신에 대한 실망감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자기 용서는 이런 죄책감과 자신에 대한 실망감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 필요합니다. 

셋째로는 자기 자신의 신념에 위배되는 행동을 했을 때입니다. 이런 경우에 우리는 자기 자신에게 많은 실망을 하게 됩니다. 예를 들면, 다른 사람들을 존중하는 것을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고 살았는데 자신이 한 행동이 어떤 사람을 부당하게 대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우리는 자신에 대한 실망감, 수치심 등에 빠질 수 있습니다. 혹은 정직을 아주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고 살았는데 어떤 특별한 상황 때문에 사실이 아닌 말을 했거나 거짓말을 했다면 후에 그로 인한 죄책감 때문에 고통스러울 때 자기 용서가 필요합니다. 

넷째로는 우리 삶에서 중요한 타인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 때입니다. 특히 어린 시절 중요한 타인에 해당하는 사람인 부모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 우리는 죄책감을 가질 수 있습니다. 사실, 부모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은 자신의 잘못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어린 자녀들은 자신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나 판단을 내면화하기 때문에 어린 시절에 경험한 죄책감은 성장하면서 인격의 한 부분이 되기도 합니다. 부모에게 받은 지속적인 비난과 부정적 평가는 자기 비난, 자기 정죄, 심지어 자기 혐오 등으로 발전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이런 경험을 한 사람들에게 있어서 자기 용서는 그런 일들이 자신의 잘못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의 자기 용서는 다른 사람의 잘못된 기대로 인한 비난과 정죄로부터 자신을 해방시키는 일입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자기 용서의 당위성이 자신의 행동에 대한 충분한 반성이 없이 자기를 용서하는 것으로 이어진다면 그런 일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지난 글에서 살펴보았던 것처럼 우리가 잘못한 일이 있다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신이 행한 잘못을 바르게 인식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서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책임지고자 하는 책임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아울러 다시는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는 것이 필요하고 그 일이 하나님께 죄를 고백하고 용서를 구해야 하는 일이면 그렇게 한 후에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상처를 입었거나 해를 입은 사람에게도 잘못을 고백하고 사과해야 합니다. 자기 용서는 그 후에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충분한 반성이나 참된 회개가 없이 자기 용서로 달려가는 것은 일종의 자기 기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다른 사람에게 잘못했던 일을 사과할 때 그 사람에게 자신의 입장을 변명하려고 하는 것이 바람직한 태도가 아닌 것과 마찬가지로 자기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스스로 합리화하려고 하는 일도 자기 용서와는 다른 모습입니다. 자기 용서는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자신의 불완전함을 겸허히 받아들일 때 진정성이 있게 됩니다. 많은 경우에 우리는 자신이 한 잘못보다는 잘못의 결과로 발생한 해로 인해 후회하곤 합니다. 그러게 되면 자신의 잘못에 대해 충분한 반성이 없이 발생한 손해에만 집중하게 되기 때문에 자기 용서를 통해 얻어질 수 있는 인격적 성장이 일어나지 못합니다.

참된 자기 용서는 자신의 잘못에 대한 참된 회개를 수반하는 것으로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분명히 인식하는 일과 잘못에 대한 책임을 받아들이고 실제로 책임져야 하는 일이 있다면 책임을 지는 것을 회피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기로 다짐할 뿐 아니라 필요하면 그렇게 하기 위해 스스로를 훈련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참된 자기 용서는 자기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박진경 (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 객원교수, Family Alive 대표, 홈페이지: www.familyalive.ca, 이메일: familyalive202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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