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바닥에서 마주한 진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소설 중 하나가 해리 포터 시리즈다. 총 7권으로, 전 세계적으로 4억 5천만 부 이상이 판매되었다. 이 소설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은 작가 조엔 롤링은 소설을 쓰기 전 인생의 깊은 고난의 심연에 처해 있었다. 어머니를 잃고 큰 상실의 슬픔이 찾아왔고 실직의 충격이 더해졌다. 심한 우울감에 아이가 태어난 지 몇 주 만에 이혼을 하고 만다. 이후 생후 4개월 된 딸과 함께 영국 에든버러에 초라한 단칸방을 얻고, 일자리가 없어 1년 동안 정부의 생활 보조금으로 살며 주변의 냉대와 곤고함을 견디다 못해 수면제를 먹고 죽으려 했다. 이 때 딸아이가 우는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아, 이렇게 내 처지를 비관하고 끝낼 것이 아니라 무엇이라도 하자!’하고 생각했다. 고난 중에 그동안 자신을 가리고 치장했던 모든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내려놓고 진실의 순간을 직면한 것이다. 그녀는 정말 자신이 하고 싶은 일, 해야만 하는 일, 또 잘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했고, 바로 글쓰기를 결단했다. 그것은 유명해지기 위해서도 아니고, 부자가 되기 위해서도 아니었다. 오직 자신의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딸에게 들려줄 동화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하루에 만 오천원정도의 보조금으로 하루하루를 연명하며, 원고를 다 쓰고도 복사비가 없어서 8만 단어나 되는 원고를 일일이 처음부터 다시 타자기로 치기도 하였다.
그녀는 2008년 6월 5일 하버드 대학의 졸업식에서 연사로 등장하여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하였다. “졸업한 후 겨우 7년 만에 저의 삶은 어느 모로 보아도 대단히 실패한 삶이었습니다. 일반적인 기준에서 비추어 볼 때 내 삶은 내가 알고 있는 그 어떤 사람의 삶보다 실패한 삶이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실패의 바닥에서 제 삶에 불필요한 것들을 모두 벗겨내 버릴 수 있었습니다. 나는 실패한 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됐고, 내가 가진 모든 열정을 내게 가장 소중한 한 가지에 쏟아 붓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인생의 가장 밑바닥에서 진실을 마주하게 되었다. 그것은 내 삶에 불필요한 것은 무엇이고, 이렇게 비참한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며, 동시에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새롭게 발견하게 된 것이다.
지난 5월 10일 73세의 나이로 별세한 미국의 영성신학자인 미르바 던은 평생 질병과 장애로 고난 중에 살았다. 한쪽 눈은 보이지 않았고, 다리에는 장애가 있어 걷기가 힘들었다. 또 어릴 때 앓은 홍역으로 췌장이 망가지며 45년간을 당뇨로 투병했다. 극심한 저혈압에 시달렸고 신장 이식 수술을 받고 나서는 정해진 시간에 하루에 열한번씩 약을 먹었다. 게다가 암과 싸웠다. 놀라운 것은 그녀는 그런 극심한 고난의 바닥에서 하나님 앞에 인생의 진실한 순간에 직면하며 놀라운 영성의 글들을 써 내려갔다는 것이다. 그녀가 병마와 싸우며 얼마나 건강하기를 바랐겠는가? 그런데 그녀는 <의미없는 고난은 없다>라는 책에서 건강의 의미를 새롭게 정의했다. 그것은 우리 몸이 질병에서 벗어나는 것만이 아니라, 하나님을 추구하며 부활의 약속을 신뢰할 때 다른 종류의 건강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그녀의 글은 고난의 바닥에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하나님을 직면하게 하는 힘을 주었다.
고난의 바닥에 가라앉는 것은 정말 견디기 힘든 경험이다. 하지만 이 가운데 고난은 우리의 눈을 새롭게 열어주기도 한다. 이때 마주한 진실로 우리는 평생 살아갈 방향을 깨닫게 된다. 지금 나는 어떤 진실을 마주하며 살아가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