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스카지로_정서적으로 건강한 제자_두란노_2021
처음에 이 책을 선뜻 선택하지 못했던 것은 아마도 제목에서 주는 뉘앙스 때문이었다. 신앙서적에 ‘정서(emotional)’를 이야기한다는 것이 왠지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처럼 불편한 감정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정서적으로 건강하다는 것이 다소 인본주의적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해야 할까. 왜인지는 정확히 설명을 찾기가 어려웠지만 정서라든지 건강이라는 것을 추구하는 것이 다소 영적이지 않다는 개념이 내재화 되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제자’라고 하는 단어가 들어갔기 때문이다. 제자가 되는 것과 제자 삼는 것은 크리스천이라면 당연히 가져야 하는 의무이며 삶의 목표라고 생각한다. 어떤 상황에 놓이더라도 제자로 살아가는 것과 또한 사람을 제자 삼아야 한다는 것은 인생의 목적이기도 하다. 그러하기에 제자에 대한 도전을 줄 수 있는 저작은 그동안 찾아서 탐독하고 있었던 주제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왜 저자가 제자 이야기를 하면서 정서적이라는 것을 운운하는 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프롤로그에서 풀어놓는 저자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그에게 있어서 일대 변혁의 순간을 통해 깨닫게 된 진리에 대한 이야기가 깊은 통찰로 다가왔다. 저자 피터 스카지로는 73개국 이상에서 온 이민자들로 이루어진 다민족 교회인 뉴라이프펠로우십교회를 1987년에 개척하여 승승장구하였다.
그러던 중 1994년에 스페인어 부목사가 200여명의 교인들을 데리고 교회를 떠나게 된다. 비슷한 시기에 아내도 사역에만 매달리는 남편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교회를 떠나겠다는 폭탄 선언을 하게 된다. 저자는 이 사건들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무엇이 잘못된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정서적으로 건강(emotionally healthy)”하지 못했음을 깨닫게 된다. 제자훈련에는 관심이 있었지만 정서적으로 건강한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전혀 생각해 보지 못했던 것이다.
저자는 자신이 왜 이런 결과를 낳았는지에 대해서 4가지의 원인을 말해준다. 첫 번째는 정서적 미성숙을 용인했다는 점이다. 크리스천들은 인간의 5가지 측면 중에서 육체적, 정서적, 사회적, 지적 측면들보다 영적 측면만을 중시한다. 그러다 보면 감정들(슬픔, 두려움, 분노 등)을 영적이지 못하고 특히 성령에 반대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감정을 말하지 않는 것을 미덕이라고 생각하며 분노를 부인하고 고통을 무시하고 우울증에 걸려도 쉬쉬하게 되어 정서적 미성숙을 그냥 방치하였던 것이다.
두 번째로 하나님과 함께 하는 것보다 하나님을 위해 일하는 것 만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하나님을 섬기기 위해 동분서주하지만 하나님과의 관계를 놓치고 있었다. 그리스도와의 개인적인 관계를 중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은사를 발휘하여 최대한 많은 일을 해야 한다는 무언의 메시지를 따랐다. 그런 과정에서 자신과 하나님의 관계에서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지 못하고 사역의 성패와 성과에서 자신의 가치를 찾으려고 했던 것이다.
세 번째로, 교회 역사의 보물들을 무시했다는 것이다. 수세기에 걸쳐서 30만 번 이상의 개신교회 분열이 있었다. 복음주의가 전체 교회들의 좋은 유산과 역사를 놓치고 있기에 신학과 제자훈련을 심각하게 왜곡시키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교회 역사 가운데 일어난 보물들까지 함께 무시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렇게 성경적인 보물들을 잃어버리게 되자 그에 대한 무지뿐만 아니라 역사들을 무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네 번째로, 성공을 그릇되게 정의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큰 것이 무조건 좋은 것이며 더 커지지 않으면 실패한 것이고 결국 소멸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교회도 숫자로 성공을 판단하고 항상 더 큰 것을 목표로 삼았다. 출석교인, 헌금, 소그룹, 사역자의 숫자와 규모가 얼마나 커졌느냐를 따졌다. 그러나 수적으로 성장하고 있었지만 실상은 실패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제 문제를 알았으니 이것을 바꾸어 나갈 수 있어야 했다. 저자는 이런 표면적인 삶 아래를 다루어 깊은 변화를 이루어 나가도록 도우며 장기적이고도 지속가능한 영향을 미치도록 할 제자로 훈련할 방법을 찾고 찾았다. 그래서 발견한 것이 바로 정서적인 건강함이었다. 저자는 정서적 성숙도가 젖먹이 부터 아이, 청소년, 어른으로 구분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즉 정서적으로 건강한 어른은 삶의 속도를 낮춰 예수님과 함께 하는 시간을 내는 사람이다. 또한 정신없이 바쁜 삶을 거부하고 적절한 삶의 리듬을 따르며, 예수님과의 개인적인 관계를 중심으로 삶 전체를 바꾸는 사람이다.
더욱이 자기 존재 전체가 선물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예수님을 위해 세상에 복을 더해 주기 위한 선물이 되려고 하는 삶을 사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을 만들어 가는 제자훈련이 필요함을 저자는 절감하였다. 저자는 이 제자가 되어가는 7가지 방법을 이 책의 후반부에 제시하고 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진정한 제자가 된다는 것은 정서적으로 건강한 참 어른이 되어가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건강을 잃어본 사람이 건강의 소중함을 알게 되는 것처럼 정서적으로 고통을 받았던 사람이 회복되고서야 정서적 건강이 중요함을 알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정서적으로 건강한 어른이 정말 참된 제자가 될 수 있다. 세상이 알려주는 성공 방정식이 아니라 진짜 성공인 하나님이 원하시는 사람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일을 하나님의 뜻과 시간표에 따라 살아가는 제자가 되어 살아가기를 다짐하는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