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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단상] 어떤 선택이 옳은지 묻기 전에, 지혜부터 구하라_야고보서 1장 2~5절_이신효 목사 (아보츠포드 한인장로교회) 

어떤 선택이 옳은지 묻기 전에, 지혜부터 구하라_야고보서 1장 2~5절

이신효 목사 (아보츠포드 한인장로교회) 

최근 대한민국 교육부 공식 블로그를 통해 미국 시카고에 위치한 한 학교의 사례를 접한 바 있다. 이 학교의 성적표에는 낙제를 의미하는 ‘F’가 존재하지 않는다. 믿기 어려울 수도 있으나, 실제로 이 학교는 어떤 학생에게도 F학점을 부여하지 않는다. 대신 ‘Not Yet’, 즉 ‘아직 완료되지 않음’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이는 “너는 실패했다”는 선언이 아니라 “아직 끝나지 않았을 뿐이다”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함이다. 이 학교는 실패를 단지 끝이 아닌, 성장의 일부로 인식하는 교육 철학을 가지고 있다.

이 사례는 자연스럽게 스탠퍼드대학교 심리학자 캐롤 드웩(Carol Dweck) 교수를 떠올리게 한다. 그녀는 인간의 마음가짐과 실패에 대한 태도를 오랜 시간에 걸쳐 연구하며 ‘마인드셋(Mindset)’ 이론을 정립하였다. 드웩 교수는 실패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를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하였다. 첫 번째는 ‘고정형 마인드셋(Fixed Mindset)’으로, 이와 같은 사고방식을 지닌 이들은 자신의 능력이나 지능이 타고난 것으로 고정되어 있다고 믿는다. 이들은 실패를 자신의 한계로 받아들이고, 도전을 회피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두 번째는 ‘성장형 마인드셋(Growth Mindset)’으로, 이러한 사람들은 노력과 학습을 통해 얼마든지 능력을 계발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들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오히려 그것을 배움의 기회로 삼는다.

드웩 교수는 열 살 난 아이들을 대상으로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하였다. 매우 어려운 수학 문제를 아이들에게 제시하고, 이들이 실패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관찰하였다. 일부 아이들은 예측대로 위축되었으나, 일부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중 한 아이는 실패에도 불구하고 기뻐하며 “나는 실패를 사랑해요!”라고 말하기까지 하였다. 실패 속에서 배움을 찾고, 그 과정을 즐기는 아이의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아야 한다. 우리는 과연 어떤 마인드셋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가? 선택의 기로에서 실패가 두려워 주저하고 있지는 않은가? 

이 질문 앞에서 신앙인은 성경의 가르침으로 시선을 돌려야 한다. 야고보서 1장 2절은 다음과 같이 말씀한다. “내 형제들아 너희가 여러 가지 시험을 당하거든 온전히 기쁘게 여기라” 여기서 ‘시험’은 단순한 시련이나 고난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우리를 연단하시는 과정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이 시련은 피해야 할 장애물이 아니라, 기쁨으로 감당해야 할 과정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마치 실패를 사랑했던 소년의 모습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온전히 기쁘게 여기라”는 말씀은 한 단어로 요약하면 무엇이 될까? 바로 ‘순종’이다. 성경 속 수많은 인물들은 결코 완벽한 이들이 아니었다. 아브라함은 나이가 많았고, 디모데는 너무 어렸으며, 에스더는 여성이었고, 모세는 말이 서툴렀다. 기드온은 성격이 소심하였고, 엘리야는 너무 강한 상대를 만났다. 이들은 모두 ‘할 수 없는 이유’를 지니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부르심 앞에 순종함으로써,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 나갔다.

순종은 단순한 복종이 아니다. 그것은 내면의 결단과 의지, 그리고 믿음을 바탕으로 한 능동적인 행위이다. 그리고 그 순종을 통해 우리는 한 걸음씩 성장하게 된다. 야고보서 1장 4절은 하나님의 선한 의도를 이렇게 설명한다. “인내를 온전히 이루라 이는 너희로 온전하고 구비하여 조금도 부족함이 없게 하려 함이라” 

결국 여러 가지 시험을 우리에게 허락하신 하나님의 뜻은 우리로 하여금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사람으로 자라나게 하시려는 데 있다.

2024년 12월 15일 주일 예배 시간, 한 젊은 집사 부부의 둘째 아이가 유아세례를 받았다. 그 전날, 세례 받는 아이의 아버지는 아들을 위해 손수 편지를 한 장 남겼다. 다음은 편지의 일부 내용이다.

“아들아, 너를 건강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보내주신 하나님께 감사한다.
…(중략)…
유아세례를 받는 너를 하나님의 방법으로 키우기로 고백한 만큼, 네가 커서 하나님의 길을 따를 수 있는 귀한 하나님의 자녀가 되도록 엄마 아빠가 많이 기도할게.”

의도한 것도 아닌데 자연스럽게 감사로 시작한 편지는 부모로서의 책임감으로 마무리된다. 이들도 부모로서 초보였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아이가 하나님의 길을 따라 갈 수 있도록 이들은 함께 기도하는 가운데 조금씩 온전한 믿음의 사람으로 성장해 갈 것이다. 신앙의 여정이란 바로 이러한 모습이다. 완전하지 않더라도 하나님의 뜻을 구하고, 그 뜻에 순종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조금씩 자라난다.

그렇다면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우리는 어떻게 결정해야 할까?

“이 전공을 선택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일까요?”
“하나님, 이 사람과 결혼해도 될까요?”
“지금 직장을 그만두는 것이 맞을까요?”
“어디로 이사를 가야 할까요?”

이 모든 질문에는 쉬운 답이 없다. 그리고 선택에는 반드시 그에 따른 결과가 따르게 마련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잘못된 결정’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주저하게 된다.

혹시 ‘결정공포증(Decidophobia)’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프린스턴대학교의 철학자 월터 카우프만(Walter Kauffman)이 처음 사용한 개념으로, 사람들이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것을 병리적으로 두려워하며 회피하는 경향을 지적한 이론이다. 실제로 어떤 이들은 결정 자체에서 오는 스트레스조차 감당하기 어려워한다.

크고 작은 선택 앞에서 “잘못된 결정을 하면 어쩌나” 하는 고민은 누구나 한 번쯤 해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 고민이 깊어질수록 하나님 앞에 엎드려 기도하는 것은 신앙인으로서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그 기도 속에서 우리는 이렇게 하나님께 묻는다. “하나님,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가 원하는 것은 1번인데, 하나님의 뜻은 혹시 2번입니까? 지금 이 순간을 기쁨으로 받아들이며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길 원합니다.”

기도는 결국 자신의 뜻을 내려놓는 시간이다. 이 내면의 변화는 결코 쉽지 않지만, 대개 그 과정 속에서 하나님의 응답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나 우리는 한 가지 오해를 종종 하게 된다. 기도하면 하나님께서 우리의 모든 결정을 대신 내려주실 것이라는 기대이다. 하나님은 우리가 해야 할 모든 결정을 하나부터 열까지 다 대신 해주시지는 않으신다. 

하나님은 때로 “네가 스스로 선택해 보아라”라고 말씀하신다. 이는 하나님께서 우리의 삶에 무관심하셔서가 아니라, 오히려 우리를 깊이 사랑하시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우리가 고민하고, 배우며, 선택하는 과정을 통해 더 성숙해지기를 바라신다.

이와 같은 관점은 자녀 교육에도 적용된다. 모든 결정을 부모가 대신 내려주는 것은 오히려 자녀를 망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오늘날 흔히 언급되는 ‘캥거루족’의 문제는 단순한 경제적 문제를 넘어서, 독립적인 의사결정 능력의 결핍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자녀가 진정으로 훌륭한 사람으로 자라나길 바란다면, 그들이 더 많은 선택과 결정을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돕는 부모가 되어야 한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온전한 신앙과 성숙한 인격을 갖춘 사람으로 자라나기를 바라신다. 그러므로 하나님은 우리가 단지 ‘정답’을 묻는 사람이 아니라, ‘지혜’를 구하는 사람이 되기를 원하신다.

야고보서 1장 5절은 이렇게 말씀한다. “너희 중에 누구든지 지혜가 부족하거든 모든 사람에게 후히 주시고 꾸짖지 아니하시는 하나님께 구하라 그리하면 주시리라”

많은 경우 우리는 하나님께서 마치 내비게이션처럼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길을 안내해주시기를 바라며 기도한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오히려 내비게이션 없이도 길을 찾을 수 있는 지혜와 능력을 우리에게 구하라고 하신다. 어떤 선택이 옳은지 묻기 전에 먼저 하나님 앞에 엎드려 지혜를 구하는 이들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모든 사람에게 후히 주시고 꾸짖지 않으시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지혜도 주시고, 능력도 주시며, 막힌 문도 열어 주실 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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