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의 의미
일반적으로 유산은 부모가 죽을 때 자녀에게 남기고 가는 물질적인 재산을 말합니다. 그런데 자녀에게 물질적인 유산만 물려주고 그 유산을 지킬 만한 힘을 키워주지 못한다면 그 재산을 지킬 수 없으니 그런 경우에는 사실상 물질적인 유산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유대인들의 격언 중에 “자녀들에게 물고기를 잡아 주기보다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라”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은 자녀들에게 물질을 물려주기보다는 독립적으로 살 수 있는 힘을 키워주라는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진짜 유산은 많은 재산이 아니라 남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일해서 얻은 소득으로 사는 삶의 태도, 혹은 물질을 관리하는 능력과 같은 정신적 유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신적 유산을 모두 바람직한 것일까요? 물질적인 유산에도 자녀들에게 재산을 물려주기 보다 오히려 빚을 물려주는 경우가 있는 것처럼 정신적인 유산 역시 바람직한 정신적 유산이 있는 반면, 바람직하지 못한 유산이 있습니다. 바람직한 정신적 유산의 예로는 어떤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는 정신, 부지런하고 성실한 삶의 자세, 어려운 이웃을 돌보고 돕는 마음, 검소한 삶의 자세, 다른 사람에 대한 존중하는 태도 등을 들 수 있을 것입니다. 반면에, 바람직하지 못한 정신적 유산의 예로는 게으름, 불성실한 태도, 부도덕성, 부정직성, 무분별한 경제생활 등을 들 수 있습니다. 바람직한 정신적 유산이 자녀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것과 마찬가지로 바람직하지 못한 정신적 유산도 역시 자녀의 삶에 영향을 끼칩니다.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둔다면 유산의 진정한 의미는 자녀의 삶에 계속해서 끼쳐지는 부모의 영향력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신적 유산의 가치는 유산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유산의 내용에 의해 결정됩니다. 바람직하지 못한 정신적 유산을 물려받은 자녀들 중에는 물질적 유산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물질적인 유산보다 더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적 유산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바람직한 정신적 유산을 물려주는 것이 중요한 진짜 이유는 그것들로 인해 물질적 유산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들로 인해 자녀들이 보람 있고 가치 있는 인생을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면에서 부모는 자녀가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자녀에게 유산을 물려주는 행위를 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려서부터 부모가 자녀에게 해 주는 말들, 자녀에게 보여주는 얼굴 표정들, 삶의 모습 등은 부모가 세상에 있을 때든지 세상을 떠난 후든지 관계없이 자녀가 삶을 사는 동안 계속해서 영향을 주는 유산입니다. 다시 말하면, 부모의 삶 전체가 자녀에게 유산이 되며 부모의 삶은 자녀에게 유산을 물려주는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부모는 자녀에게 분노와 상처의 유산을 물려줄 수도 있고 사랑과 건강한 자존감의 유산을 물려줄 수도 있습니다. 물질적 유산은 많고 적음의 차이가 있는 것이지만 정신적인 유산은 유산의 질에서 차이가 나며 세월이 가도 없어지지 않습니다. 아름답고 훌륭한 유산도 자녀들에게 계속해서 영향을 끼치지만 추하고 흉한 유산도 계속해서 영향을 끼칩니다.
자녀들은 많은 장난감이 있어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 장난감을 가지고 함께 놀아주는 부모가 있을 때 행복감을 느끼며, 그 행복감은 자녀에게 평생 남는 유산이 됩니다. 반면에, 많은 장난감을 사 주기는 하지만 부모가 함께 놀아 주는 시간을 내지 않는다면 그 아픔이 평생 남는 유산이 될 수 있습니다. 자나깨나 유튜브 앞에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유산이 될 수도 있고 시간이 있는 대로 자녀들과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는 인자한 모습이 유산이 될 수도 있습니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유산이 될 수도 있고 짜증 섞인 목소리나 화난 표정이 유산이 될 수도 있습니다. 성실하게 일하는 모습이 유산이 될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의 부를 부러워하면서 늘 불만 속에 지내는 모습이 유산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정말 중요한 유산은 손으로 잡을 수 있는 물질이 아니라 자녀들의 기억에 남는 것이며 자녀의 가슴에 새겨지는 것입니다.
신앙의 유산도 마찬가지입니다. 삶의 순간마다 하나님의 존재를 인식하면서 작은 일에도 감사를 잊지 않으며 늘 기도하는 삶을 사는 모습이 유산이 될 수 있지만 신앙의 의미를 교회에 다니는 형식적 종교생활에서 찾을 뿐 매일의 삶에서 하나님의 존재를 인식하는 사람으로 살지 않는 모습도 유산이 될 수 있습니다. 기회 있을 때마다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는 모습이 유산이 될 수도 있고 가난한 사람들을 비웃고 흉보는 모습이 유산이 될 수도 있습니다. 엄마와 아빠가 서로 존경하고 존중하는 모습이 유산이 될 수도 있고 비난하고 원망하는 모습이 유산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인생의 어려움에 분노하거나 절망하는 모습이 유산이 될 수도 있고 어려움에도 희망을 잃지 않고 하나님께 소망을 두고 사는 모습이 유산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삶의 모습 하나하나가 우리의 신앙의 질을 보여주는 구체적인 예들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