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벌은 꼭 필요한 것일까?
잠언 13장 24절에 “매를 아끼는 자는 그의 자식을 미워함이라. 자식을 사랑하는 자는 근실히 징계하느니라.”는 말씀이 있다. 20장 30절에는 “상하게 때리는 것이 악을 없이하나니 매는 사람 속에 깊이 들어가느니라.”는 말씀이 있고 22장 15절에는 “아이의 마음에는 미련한 것이 얽혔으니 징계하는 채찍이 이를 멀리 쫓아내리라.”는 말씀이 있다. 심지어 23장 13-14절에는 “아이를 훈계하지 아니치 말라. 채찍으로 그를 때릴지라도 죽지 아니하리라. 그를 채찍으로 때리면 그 영혼을 음부에서 구원하리라.”고 기록되어 있다. 잠언에 기록된 매와 채찍에 대한 언급들은 29장 15절~17에서 마무리된다: “꾸짖고 때려서라도 교육을 시키면 지혜를 얻게 되지만 제멋대로 하도록 내버려 두면 자식이 어머니를 욕되게 한다. . . 네 자식을 징계하라. 그러면 그가 네 마음에 기쁨과 평안을 줄 것이다.” (잠 29: 15 & 17, 현대인의 성경)
우리 가족이 캐나다에 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매니토바주의 어떤 아버지가 자녀를 쇠사슬로 때려서 구속된 일이 신문에 실렸었다. 그 아버지는 자신이 성경의 가르침을 따랐을 뿐이라고 했다. 과연 매와 채찍과 쇠사슬 등으로 자녀에게 체벌을 가하는 것이 성경의 가르침을 따르는 길일까?
위에서 언급한 성경 귀절들은 모두 훈계의 중요성을 강조한 귀절들이다. 자녀에게 훈계할 일 혹은 자녀의 잘못을 바로잡아야 할 필요성이 있을 때는 그 일을 소홀히 하거나 무심히 지나치지 말고 “근실히”(부지런하고 성실하게) 자녀가 바른 행동을 하도록 가르치라는 뜻이다. 그런데 우리가 이 말씀들을 읽을 때 초점을 두어야 하는 것은 훈련의 중요성이지 채찍 자체는 아니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 말씀들의 핵심은 자녀에게 훈계의 내용이 마음 깊이 새겨지도록 하기 위해서 필요하다면 신체에 아픔을 주더라도 가르칠 것은 반드시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체벌과 관련하여 캐나다 형법에는 2세부터 12세 사이의 아동에 대해서는 “교정의 목적으로 합리적인 범위를 초과하지 않는 한에서 유형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니까 캐나다에서는 부모가 체벌을 사용하여 훈육하는 것이 어느 정도 허용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자녀들에게 체벌을 가하거나 자녀를 학대한다면 법의 제재를 받게 된다. 사실, 자녀를 훈계하기 위해 체벌하는 것이 필요하다면 그것은 매우 절제된 방법으로 신중하게 사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았고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학대 수준에 해당하는 체벌을 하는 경우들이 있었을 뿐 아니라 어느 정도까지를 허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기준을 세울 수 없다는 문제가 있어 대한민국에서는 많은 논의 끝에 2021년에 부모가 자녀를 훈육하기 위해 체벌할 수 있는 자녀징계권을 삭제하고 체벌금지법이 제정되었다. 자녀징계권을 완전히 삭제한 것이 바람직한 일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의 여지가 있지만, 이처럼 자녀에 대한 체벌금지법이 제정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성경에 매와 채찍을 사용하여 자녀를 훈계해야 한다는 말씀이 있기 때문에 부모가 자녀를 훈련하기 위해 체벌을 한다면 많은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하나님의 말씀 중 어떤 내용들은 시대의 상황에 맞게 적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구약에는 간음한 사람들을 반드시 죽이라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지만 우리는 지금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것은 간음을 해도 된다는 의미가 아니다. 각 시대는 하나님의 말씀의 근본 의도를 충실히 살리면서도 그 시대의 상황과 조화를 이루는 적절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절제 없이 사용된 매와 채찍은 아이의 자존감에 상처를 가하는 것이 될 수 있고 자녀를 빗나가게 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매와 채찍을 사용하지 않고도 자녀를 훈련하고 자녀의 잘못을 바로잡아 줄 수 있다면 그런 방법을 찾는 것이 지혜로운 일이다.
예를 들어, 어린 자녀들을 훈련하기 위해 ‘생각자리’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자녀가 잘못된 행동이나 말을 했을 때는 자녀에게 그 행동이나 말이 왜 잘못된 것인지 설명해 준 후에 다시 그런 행동이나 말을 하게 되면 ‘생각자리’에 서서 정해진 시간 동안 서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3살 아이에게는 3분, 5살 아이에게는 5분 정도의 시간을 정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아이들이 조금 더 크면 일정 기간 동안 TV를 볼 수 없다는 규칙을 세우거나 설거지나 청소하기 등을 벌칙을 정할 수 있다. 청소년 자녀들에게는 며칠 동안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다는 규칙을 세울 수도 있을 것이다.
잠언 13장 24절에 사용된 “근실히”라는 말에는 “부지런하고 성실하게”라는 의미 외에도 “신중하게” 혹은 “분별력을 가지고”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많은 부모들이 이런 말씀들에 대해 섬세하게 관심을 가지기 보다 “매”와 “채찍”을 사용하라는 말씀을 단순하게 받아들이고 너무 쉽게 사용하는 경향이 있었다. 필자 자신도 우리 아이들이 꽤 자랐을 때까지 손을 들고 벌을 서게 하는 일이 종종 있었고 가끔은 엎드려 뻗치게 하고 막대기를 사용하여 체벌을 가한 일도 있다. 그렇게 했던 데는 성경에 매와 채찍을 사용해서 훈계하라는 말씀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사실은 학교에서 행해지는 손쉬운 훈육의 방법들을 모방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지금 다시 아이들을 양육하게 된다면 사용하지 않았을 방법들이다.
자녀들을 바르게 이끌어주고 잘못된 언행을 바로잡아 주는 일은 대부분 자녀들과 바람직한 대화를 함으로써 이루어질 수 있다. 자녀들을 올바로 이끌어주기 위해 벌칙이나 체벌에 의존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일이다. 그러나 목욕물과 함께 아기도 버리는 일이 있으면 안 되는 것처럼 체벌과 함께 훈계도 버린다면 이는 더욱 지혜롭지 못한 일일 것이다. 예수님께서 하셨던 것처럼 자녀들의 인격과 자녀들의 특성을 존중하면서 사랑과 존중에 기초한 의사소통 방법을 사용한다면 굳이 체벌의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도 자녀들을 바르게 잘 이끌어 줄 수 있을 것이다.
박진경 (전 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 교수, Family Alive 대표, 홈페이지: www.familyalive.ca, 이메일: inquiry@familyalive.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