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 “주님, 열심히 생존하다 왔습니다.“ 라고만 할 수 없어서….
선교사 수련회에 말씀을 전하러, 강의하러 잠시 다녀왔습니다. 1999년도에 원주민 단기선교를 참여했고… 20여년간 원주민 선교에 직간접 뛰어든 듯 합니다. 원주민 선교의 첫인상은 원주민의 문제는 만만한 문제가 아닌 듯해 처음에는 주저했습니다. 그러다가 원주민 형제들을 어떻게 하면 잘 섬길 수 있을지 고민하고 연구하며 필드에서… 10여년은 정신 없이 뛰어 다닌 듯 합니다.
원주민들을 이해하기 위해 일부러 홈 리스(Homeless)들 숙소에서 함께 잠을 잤습니다. 중독자 치유센터 (Recovery and Disciplship 훈련센터)에 머물며 치유 회복훈련을 간접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중독이라는 문제에 대한 치유와 회복의 길을 찾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어떤 때는 중독자도 아니면서 AA모임 (알코올마약 중독자 모임)에 참여해 치유와 회복 소그룹에 참석했습니다…. 중독자도 아니면서 미친 척 하고 참여한 것입니다.
20여년전 캐나다에 오자마다 트리니티 석사과정(MA)에서 원주민의 영성과 기독교 영성 비교 연구하는 논문을 쓰기도 했습니다. 그것으로 캐나다 복음주의 교단 본부(Christian and Missionary Alliance)에 찾아 갔습니다. 그 논문 하나로 저에게 원주민 선교의 문을 열어 주었고, 캐나다 교단에서 저의 비자문제 (Permanent resident)를 해결해 주었습니다. 원주민 교회는 원주민이 하도록 한다는 교단 본부의 정책까지 바꾸면서… 예외적으로 교단 본부 산하의 원주민 선교 목사로 들어갔습니다. 원주민들을 섬길 수 있도록 하나님께서 길을 열어 주신 것입니다.
원주민 선교사역, 15년 사역을 마칠 무렵에는 트리니티 박사과정(Docctor) 에서 트라우마(Trauma)와 중독(Addiction)을 중심으로 연구했습니다. 원주민뿐 아니라 모든 사람은 상처를 간직하고 있는데… 상처(트라우마)는 중독의 뿌리이며, 사람은 누구나 중독적인 현상(addictive behavior)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누가나 다 치유가 필요한 존재이구나…라는 사실을 더욱 절감하게 되었습니다… 20여년 간을 회고해 보면 원주민 대학교와 원주민 신학교사역, 교회 개척과 원주민 리더 영성과 리더십 개발을 위한 사역들….. 할 수 있는 것들은 다 시도해 본 듯합니다.
결론은 원주민 선교…. 정말 성령의 역사, 은혜와 기적이 아니면 할 수 없구나…. 그 사실 하나 깨닫고…. 선교 전방(front line)에서 한걸음 물러났습니다. 20년가까이 원주민 선교를 하다 보니…. 몸이 여기저기 고장이 나고 체력도 허락 하지를 않기 때문입니다.
원주민 선교를 해보신 분들은 다른 나라, 다른 지역 선교는 식은 죽 먹기다…라고 말씀합니다. 저도 그 말에 100% 동감합니다. 캐나다의 선교사님들은 세계 어느 지역을 가도 충분히 잘 하실 수 있는 분들입니다. 캐나다에서 이민자로 생존하는 자체도 만만치 않은데… 거기에 선교를 한다?! 은혜 위에 은혜가 필요한 듯합니다.
저는 소위 은사 사역자가 아닌데… 악한 영의 역사가 강해… 본의 아니게 귀신들린 사람을 종종 마주치기도 했습니다. 악한 영의 역사가 많다 보니 어쩌다 보니 축사(deliverance)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귀머거리가 치유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어떤 질병은 악한 영의 역사로 생기기도 합니다. 원주민 선교는 타선교지 보다 보이는 보이지 않는 영적전쟁이 치열합니다.
가끔은 단기선교 온 청년들에게 악한 영이 올라타 축사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악한 영을 축사해도 종종 영적 공격을 받습니다. 그래서 원주민 선교는 성령 없이, 기도 없이 선교는 불가능합니다. 일반 그리스도인조차 악한 영이 순간순간 속이며 미혹케 합니다. 조용기 목사님조차 집회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는데 어느 날 자신도 모르게… ‘죽고 싶다. 죽어라, 죽어 버려라~… 자신의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 나중에 자신도 모르게 몸 안에 들어온 귀신을 축사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원주민 보호구역은 대부분 비포장 도로입니다. 차 한 두대 가까스로 지나는 길을 때로는 알코올과 마약을 한 채 100km이상의 속도로 질주합니다. 자동차 사고가 심심치 않게 일어납니다. 교통사고, 비포장 도로에서 수차례 0.5초 차이(?)로 자동차가 정면 충돌할 뻔 한 위기의 순간들… 간발의 차이였습니다. 살아 있는 것이 기적입니다. 하나님께서 살려 주셨습니다! 가끔 ” 죽고 싶다 ! 죽자 ! 죽어버려라… 사단 마귀가 얼마나 마음 속에 속삭이는지… 너 왜 그렇게 살아?! 선교하면서 너에게 돌아 온 게 도대체 뭐야?! 사람들이 알아? 하나님이 널 알아? 너를 버렸어! 하나님은 너를 버렸어” 자기연민에 빠져 죽고 싶다는 생각에 펑펑 운 적도 있습니다. 주님께서 그때 붙들어 주지 않으셨다면…. 밤새도록 씨름했던 시간들…. 마귀의 음성을 떨치지 않았다면, 주께서 붙들어 주시지 않았다면 제가 지금 어떠했을까요. 돌아보면 주님의 긍휼과 자비하심 때문입니다. 선교사로서 부족과 한계를 절감하며… 부끄러운 모습 뿐입니다.
한인교회는 원주민 선교의 모판입니다. 한인교회가 원주민 선교를 충분히 잘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20여년 캐나다에 살아보니…. ‘ 아 캐나다에서 생존하는 자체도 만만치 않구나!’ 한인교회가 문을 닫아야 하는 경우도 많은데 아웃 리치, 선교 행사라도 할 수 있으면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생존하기도 힘든데… 선교를 하시는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캐나다 원주선교는 매우 복잡하고, 모든 것이 깨어지고 무너진 지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선교, 선교사들의 생존 자체도 쉽지 않은 선교, 만만해 보이지만 그렇게 만만하지 않은 선교인 듯 합니다. 선교사들은 써바이벌, 생존의 문제부터 시작해야 하는 선교입니다.
가슴속에 원주민 선교를 알기에.. 가끔 그런 질문이 올라옵니다. 저분은 그동안 도대체 어떻게 살아 남으셨을까? 영적으로 지독한 충돌들이 있었을 텐데… 원주민 선교를 하시는 분들을 뵈면…. 선교사 취급도 받지 못하는 선교지, “그 많고 많은 선교지 중에 어쩌다가 하필이면 원주민 선교를 하게 되셨어요?” 묻고 싶고… 그 마음에 애잔하며 아픈 마음 마저 듭니다. 1-2년 선교가 중단되는 일도 허다한데… 선교가 진행되다 본의 아니게 중단되는 일들이 허다합니다. 무슨 수로 지금까지 Give up 하지 않고 오셨을까? 지속적인 선교를 하려면 인간적 동정과는 다른 그 무엇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저는 그분들에게 원주민들에 대한 긍휼의 마음을 봅니다. 포기하고 싶어도 차마 포기하지 못하는…. 마치 길을 가다가 강도만난 자를 보고는 숙소로 데리고 정성껏 치유해주고 돌보아 주는 사마리아인의 모습과도 같습니다. 강도만난 자의 이웃이 되어 그 힘겨운 자리를 오랜 시간동안 버티고 견디어 온 것입니다.
장시간 원주민 선교를 하다 보면 몸이 병들거나 마음이 병들기 십상입니다. 재정적으로 버티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정상적으로 가정을 유지하고 사는 것이 참 어렵습니다. 이민자의 삶 자체가 고단하고 만만치 않은데….. 원주민 선교 현장에 있다는 자체로 말할 수 없는 데미지를 입습니다. 하나님께서 긍휼의 마음을 부어 주시지 않으면 1,2년 안에 포기하고 말 선교입니다.
선교사님들을 진심으로 응원하며…. 얼마전 선교사 수련회에 강사로 방문해 부족하지만 작은 선물, 비타민C와 영양제 몇 개를 전해 드렸습니다. 건강부터 챙기시라… 장거리 운전에…. 숙식문제만도 해결도 절대 만만치 않을 텐데 …. 몸이 병들면 다른 어떤 것도 할 수 없으니까요! 원주민 선교하시는 분들에 대해 뭐라고 말하면… 마음 속에서는 ” 당신은 도대체 하나님 나라를 위해, 원주민의 땅에서 그들을 위해 한 게 도대체 뭐 죠?” 라고 따지고 싶은 마음이 올라옵니다.
캐나다에 한인으로서, 한인 교회로서 생존하기 힘든 것 잘 압니다. 그렇다고, 나중에 주님 앞에 “주님 힘든 이민자로 사느라… 열심히 생존하다가 왔습니다 ! ” 이렇게만 말할 수는 없지 않을까요? 원주민 선교에 참여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러나, 그분들이 용기를 주는 말 한마디라도 해 주면 좋겠습니다. 그 자리에 버티고 있는 것만으로도, 원주민들을 마음에 품고 친구로 머물러 있는 그 자체로 참으로 귀합니다. 우리가 그래도 원주민들, 그들의 땅에서 사는데…. 우리를 이민자로 받아 준 캐나다에 대한 고마움도 있겠지만 늘 원주민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이 교차합니다.
긍휼히 여기는 자만이 하나님의 긍휼을 받습니다. 불쌍히 여기는 자만이 불쌍히 여김을 받습니다. 생명이 있는 자만이 생명에 대한 감탄과 경이로움이 있습니다.
복음은 차별하지 않고 겸손의 옷을 입습니다. 할렐루야! 하나님의 선하심으로 우리가 죽지 않고 지금 이 땅에 호흡하며 존재합니다!
현실은 정말 전쟁터요 생존의 정글입니다. 그렇다고 주님 앞에 설 때 “주님 저 열심히 생존하다 왔습니다.” 라고만 말 수 없어서… 오늘도 작은 일,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기도합니다. 그래도 생명을 위해 살다 왔다고 말 해야 하니까요. 생명이 없는 곳이 선교지라면 선교를 위해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우리의 가정, 불신 이웃,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곳이 선교지니까요. “ 예수가 있는 사람이 선교사요, 예수가 없는 곳이 선교지 입니다 ! “
“주님, 생명을 살리며 건지다 왔습니다.“ 이렇게 우리의 할 말이 바뀌면 좋겠습니다. 생존을 넘어서 생명으로 살수 있기를 예수 이름으로 기원 드립니다.
밴쿠버 동산교회 장천득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