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교계뉴스캐나다 <분노 이야기 8> 분노의 종류 4: 무의식적 분노

[칼럼: 패밀리얼라이브] <분노 이야기 8> 분노의 종류 4: 무의식적 분노

<분노 이야기 8> 분노의 종류 4: 무의식적 분노

마지막으로 다루고자 하는 분노의 종류는 무의식적 분노입니다. 무의식적 분노란 분노의 대상이 불분명하거나 너무 커서 분노를 표현할 수 없을 때 마음 속에 생긴 분노가 무의식 속에 묻히게 되어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인지되지 않거나 억압된 상태의 분노를 말합니다. 어린 나이에 분노를 경험하면 혼란스러운 감정을 느끼면서 그것이 분노라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가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의식의 수면 아래로 내려가 갇히는 일이 생깁니다. 또는 분노의 대상이 불분명하거나 그 대상이 어린 아이에게는 너무 크게 느껴져서 표현할 수 없어서 억눌렀던 분노가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무의식 속으로 사라지기도 합니다.

이런 분노는 무의식 속에 자리 잡고 있으면서 삶의 여러 영역에서 보이지 않게 부정적인 작용을 합니다. 무의식적인 분노는 밖으로 표현되지는 않았지만 분노가 사라진 것이 아니고 깊이 묻어두었기 때문에 밖으로 인지되지 않을 뿐 인격 속에 깊이 뿌리를 박고 있는 분노입니다. 이런 경우는 마치 뿌리가 땅 위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생명력이 있어서 적당한 조건이 되면 지표를 뚫고 올라와 싹을 틔우는 것처럼 언제든지 그 분노의 싹이 무의식의 경계를 뚫고 밖으로 나올 수 있습니다. 무의식적인 분노가 생기는 경우는 다음과 같이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 어린 시절에 채워지지 않은 욕구로 인한 상처에서 비롯된 분노입니다. 어린 시절에 돌봄의 부재로 인한 불안을 겪었거나 학대 혹은 거부를 경험했거나 괴롭힘, 차별 등을 당한 경우에 아이는 어리기 때문에 자신이 당하고 있는 일이 부당한 것인지조차 인식하지 못합니다. 이런 일을 당한 아이는 불안, 두려움, 슬픔, 아픔 등의 상처받은 감정에 갇혀서 지내면서도 자신에게 있는 감정이 어떻게 해서 시작된 것인지를 알지 못한 채 그런 부정적인 감정들의 지배를 받으며 살게 됩니다. 그러다가 차차 인지능력이 발달하면서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들이 부당한 것이었음을 알게 되면 자신을 마땅히 돌보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돌봄을 제공하지 않았던 사람들 혹은 자신에게 부당한 일을 행했던 사람들에 대해 강한 반발심이 생깁니다. 그리고 그 반발심은 분노로 발전하지만 아직 힘이 없는 어린 아이로서는 그 분노를 표현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마음 속에 깊이 억눌러 놓게 됩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 분노는 무의식 속에 저장됩니다. 

어떤 경우에는 자신에게 부당한 일을 행한 사람이 한편으로는 자신의 생존에 매우 중요한 존재이기 때문에 그 대상이 행한 일이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혼란에 빠지기도 합니다. 그 사람이 자기에게 나쁜 일을 행했을 리가 없으니 그 사람이 한 일이 나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자신의 삶을 흔드는 두려운 일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아이들은 상대가 잘못했던 것은 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면서 마음 속으로 상대방을 변호하고 자기비난에 빠지기도 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자신에게 생겼던 불쾌하고 부당한 경험을 그 일을 행한 사람에 대한 분노로 발전시키지 않고 오히려 자기비난과 자책에 빠져 자기를 향한 분노로 발전시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는 자신의 속에 있는 혼란과 자기를 향한 분노가 혼합되어 무의식 속에 억눌린 상태로 오랜 시간이 지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 아이들은 (이미 연령적으로 성인이 되었다라도 이런 사람들은 ‘성인아이’라고 불리움) 자신의 삶이 분노의 지배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상태로 무의식적으로 억압된 분노의 희생자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둘째, 어린 시절에 일어났던 충격적 사건으로 인해 혼란, 상처, 두려움을 경험한 경우입니다. 어린 시절에 부모가 이혼했거나 별거, 외도 등으로 부모 중 한 사람 혹은 양쪽 부모 모두와 떨어지게 되는 경우에 아이는 큰 충격을 받습니다. 혹은 부모 중 한 사람 혹은 양쪽이 사망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큰 충격을 받습니다. 일반적으로 전자의 경우에는 부모가 왜 헤어져 살게 되었는지에 대해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혼란스러움을 함께 경험하며 많은 아이들은 부모가 자기 때문에 헤어지게 된 것이라고 믿는다고 합니다. 

부모가 어린 시절에 사망한 경우에도 아이에게 적절한 돌봄이 제공되지 않는다면 충격과 슬픔 뿐 아니라 두려움이 아이를 압도할 것이고 어린 자기를 두고 떠난 부모에 대한 원망이 생기며 그 원망이 분노로 발전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분노를 표현할 수 있는 대상은 이미 세상에 없고 아이의 충격은 슬픔과 두려움과 분노가 뒤섞인 채로 무의식 중에 묻히게 됩니다. 그리고 아이는 자신의 분노의 대상이 누구였는지조차 불분명한 채로 혼란 가운데 자라게 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어린 시절에 이처럼 지속적인 상처를 경험하면서 자라거나 충격적 경험으로 인해 분노가 깊이 뿌리 박힌 사람들은 성장하여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때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작은 일로도 갑작스럽게 지나칠 정도로 분노를 폭발적으로 드러내는 일이 있는가 하면 사람들을 기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장기 우울증에 빠지는 일도 있습니다. 

무의식적인 분노는 대체로 어린 시절의 경험에서 시작되어 오랜 세월 무의식 속에 갇혀 있었기 때문에 그 분노의 근원을 찾아 분노의 문제를 다루는 데는 다른 경우보다 일반적으로 훨씬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그러나 그로 인한 피해가 매우 깊고 크기 때문에 반드시 다루어져야 할 문제입니다. 그러므로 위에 기술한 것과 같은 증세를 보이는 사람들은 무의식 속에 감추어져 있는 오래된 분노의 문제를 끄집어 내서 자세히 살피고 자신의 혼란이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는지를 찾아내어 그 혼란에서 시작된 분노를 바람직한 방법으로 다룰 필요가 있습니다. 

박진경 (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 객원교수, Family Alive 대표, 홈페이지: www.familyalive.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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