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기반 병원, 조력 사망 거부할 권리 있나”, BC주 대법원, 가톨릭 병원 MAID(안락사) 금지 정책 헌법 소송 개시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BC)주 대법원이 신앙 기반 의료기관이 시설 내에서 의료적 안락사(MAID)를 거부할 수 있는지 여부를 가리는 헌법 소송에 착수했다. 이번 재판은 조력 사망 제도와 종교·양심의 자유, 그리고 생명의 존엄성이라는 중대한 신앙적·윤리적 쟁점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어 교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소송은 말기 암 환자였던 사만다 오닐의 가족이 밴쿠버 세인트 폴 병원과 병원 운영 주체인 프로비던스 헬스케어 소사이어티, BC주 정부를 상대로 제기했다. 오닐 가족은 딸이 조력 사망을 받기 위해 신앙 기반 병원에서 외부 호스피스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심각한 육체적·정서적 고통을 겪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만다는 2023년 3월 자궁경부암 4기 진단을 받은 상태에서 극심한 통증 속에 세인트 폴 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러나 병원 측은 가톨릭 신앙에 따른 양심적 이유로 시설 내 MAID를 허용하지 않았고, 사만다는 약 25분 거리의 호스피스로 옮겨져 같은 해 4월 4일 의료적 조력 사망으로 생을 마감했다.
12일(월) 재판 첫날, 사만다의 어머니 게이 오닐은 법정에서 딸의 마지막 시간을 증언하며 “불필요한 강제 이송으로 인해 딸의 마지막 순간이 더욱 고통스러웠다”며 “다시는 어떤 가족도 이런 일을 겪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소송에는 조력 사망 옹호 단체 ‘DWDC(Dying With Dignity Canada)’와 밴쿠버의 완화의료 전문의 조티 자야라만 박사도 공동 원고로 참여했다. 원고 측은 공적 재정으로 운영되는 신앙 기반 의료기관이 MAID를 거부하는 현행 정책이 환자의 헌법적 권리를 침해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BC주 정부는 종교 기관이 운영하는 의료시설의 양심과 정체성을 보호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부 측 변호인은 “특정 의료 서비스를 특정한 장소에서 받을 헌법적 권리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현행 MAID 정책은 신앙 기반 기관을 양심의 충돌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절충안이라고 밝혔다.
세인트 폴 병원 측은 병원 인근에 MAID가 가능한 별도의 인접 시설이 마련돼 있으며, 이를 통해 환자의 선택권과 종교 기관의 신앙적 가치를 동시에 존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신앙에 기초한 병원과 요양시설 전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특히 조력 사망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가 확산되는 가운데, 신앙 공동체가 생명과 죽음의 문제를 어떻게 공적으로 증언할 것인지에 대한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이번 재판은 약 4주간 진행되며, 최종 변론은 4월 중순에 열릴 예정이다. 판결은 늦여름 또는 초가을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