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누여정 – 지혜는 모든 이에게 있다.
하루의 일정이 끝나자 우리 부족 장로 네케이튼이 참석한 모두를 불러 모았다. 오늘 카누 여정에 참석해서 하루종일 노를 저은 사람이든, 노를 젓지 않고 탠트에서 머물렀던 사람이든 상관 없이 모두를 불러 모았다. 물론 하루종일 노를 저었던 이들은 텐트에서 머물렀던 이들보다 육체적으로 피곤했다. 그렇지만 하루 내내 카누를 타면서 여러 새로운 장소를 보았고 가끔씩은 역사적 장소를 지나가면서 마음 깊이 큰 감명을 받는 일도 있었기에 나눌 말들이 많았다.
모두가 둘러앉자 네케이튼은 오늘 하루에 대해서 서로 나누게 했다. 그는 독수리 깃털을 하나 들고 오더니 먼저 자기 얘기를 나누었고, 이후에는 깃털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면서 이야기를 나누게 했다. 알고 보니 그 독수리 깃털은 토킹 스틱(Talking stick)이라고 하는데, 이 깃털을 들고 있는 사람에게만 이야기 할 수 있는 시간을 허락했다. 어느 누구도 그의 말을 막지 못하게 하여 그가 충분히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나눌 수 있도록 시간과 기회를 주려는 배려로 보였다.
사람들은 다들 깃털을 든 사람의 말을 경청하며 들었다. 내용이 일반적이지 않고 독특한 경우도 있고, 때로 울면서 나누는 사람들도 있었다. 결국 그렇게 깃털은 영어를 잘못하던 나에게까지 전달되었는데, 사람들은 나의 어설픈 말 하나하나를 귀담아 들어 주었다.
그뿐 만이 아니었다. 그날 하루 캠프장에서 일하거나 쉬었던 사람들까지도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고, 다들 차별 없이 그 말에 귀를 기울여 주었다. 딱히 특별하거나 멋진 말이 아니어도 무시하거나 지루해 하는 기색 하나 없이 관심을 가지고 들었다.
둘러 앉은 모든 이가 독수리 깃털을 돌려가며 이야기를 마치자, 네케이튼은 이야기를 나눠준 모두에게 감사를 전했다. 물론 본인도 하루간 묵상하고 느끼고 배운 것을 짧게 나누었다. 그러면서 덧붙였다. 원주민들에게 지혜란 조상으로부터 대대로 내려오는 것이기에 매우 중요하고, 현세를 살아가는데 중요한 지침이 된다. 하지만 모든 사람 각자가 지닌 지혜 역시 보석과도 같이 소중하기에, 이렇게 서로 나눌 때 다른 이들이 가지고 있는 갖가지 색상과 모양의 지혜까지 얻어가는 시간이 되므로 더욱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말이다. 카누를 타고 다닌 이들뿐 아니라 캠프장에서 안식했던 이들 역시 그 자리에서 깨달은 지혜가 있기에 서로를 경청해 달라고 했다. 또한 캠프장을 지키고 팀을 지원해주는 이들이 없다면 노를 젓는 이들 역시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모두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오늘 쉬었던 이들은 내일 다시 카누에 오를 것이기에 휴식은 충전의 시간이라고 했다.
소수의 생각이나 작은 깨달음을 무시하는 세상의 방식을 대신, 카누를 통해서 소통하고 지혜를 전수하는 그들의 방식은 다시금 나에게 울림을 주었다. “작은 자가 나에게 오는 것을 막지 말라”고 하셨던 예수님의 가르침이 사뭇 이들의 생각과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한 사람이 앞에 서서 마이크를 잡고 강연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되어버린 오늘의 문화에서, 모두가 동등한 자리에 앉아 자기를 나누는 써클의 방식은 나눔과 지혜에 대한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