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일성수’
“The Lord’s day is not just the seventh day, but all of the days.”
출애굽기 20장에 나오는 십계명 중 4계명은 소위 안식일 계명이라 불립니다. 그러나 4계명은 안식일을 거룩히 지키는 것(출20:8)과 동시에 나머지 육일의 모든 일을 힘써 행하는 것(출20:9)이 결합된 계명입니다. 출 20:8-9,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하게 지키라, 엿새동안은 힘써 네 모든 일을 행할 것이나” 제 4계명은 안식일과 안식일을 안식일되게 하는 육일의 계명입니다.
제 4계명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하나님께서 천지창조를 하실 때 칠일 동안을 어떻게 보내셨는지 살펴보면 됩니다. 일종의 원형 모델을 확인하는 겁니다. 하나님께서는 육일동안 열일하셨습니다. 마치 건축가와 같이 첫 3일 동안 세상의 기본적인 틀을 만드시고, 그 후 3일 동안 그 안을 채워놓으셨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신 가장 최선을 다해 하신 일은 사람을 만드신 것이었습니다. 하나님은 왜 6일동안 빛을 만드시고, 땅과 바다를 만드시고, 그 안의 각종 동물과 물고기와 새를 만드셨을까요? 하나님께서는 왜 하늘의 해와 달과 별과 땅의 꽃과 나무를 만드셨을까요? 무엇을 위해서, 누구를 위해서요? 그 모든 것을 누릴 (마지막 창조하실)사람을 위해서! 저와 여러분을 위해서입니다. 마치 첫아이가 세상에 태어나기 전에 그 아이의 방을 꾸미고, 갓난아이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정성껏 준비하는 부모처럼 말입니다.
하나님께서 그렇게 6일 동안 창조하시고 일곱 번째 날에 안식하신 이유는 쉼이 필요해서가 아닙니다. 하나님은 피곤치 않으신 분이십니다. 그럼 왜 안식하셨나요? 더 일할 필요가 없으셨기 때문입니다. 완벽한 창조였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완전한 안식을 누렸습니다. 그런데, 그 안식에 균열이 가고 곧 안식이 깨어졌습니다. 인간의 죄가 하나님의 창조세계에 들어와 세상의 가득 찬 안식을 조금씩 갉아먹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다시 일하기 시작하셨습니다. 망가진 집을 고치는 목수처럼 다시 일하기 시작하셨습니다. 죄가 들어오기 전 첫 창조의 때처럼 세상의 온전한 안식을 회복시켜주시기 위해서 하나님은 다시 일하기 시작하셨습니다. 하나님의 일하심, 그 절정에는 예수 그리스도가 있으셨습니다. 예수님은 이 땅에 오셔서 세상의 안식을 위해 쉴 틈 없이 일하셨습니다. 왜 안식일에도 일하느냐고 비판하는 종교지도자들을 향해 아버지께서 일하시니 나도 일한다고 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안식일을 거룩하게 지키라 하시면서 동시에 엿새 동안 힘써 일하라고 하셨습니다. 안식일에는 하나님의 온전히 공급하심을 신뢰하고 모든 생계를 위한 노동을 멈추고 안식을 취해야 합니다. 그러나 나머지 육일 동안에는 힘써 일해야 합니다. 안식일에 쉬는 것만 거룩한 것이 아니라, 육일 동안 힘써 일하는 것도 거룩한 것입니다. 종교개혁자 루터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일을 하는 순간 인간은 하나님의 사랑을 주위에 전하는 하나님의 손가락이 된다.” 이 말의 구체적인 의미를 루터는 ‘하나님의 가면(Masks of God)’라 정의하며 이렇게 설명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이 땅에 계시고 가면 속에 숨어서 이 땅에서 일하신다. 부모, 이웃, 통치자, 자녀, 노동자의 가면을 쓰시고 이 땅에 나타나신다. 인간들을 통하지 않고서도 아이를 만드실 수 있지만 자신을 부부 속에 숨기시고 자녀를 낳게 하신다. 하나님은 부모, 교사를 통해서 아이를 양육 해가신다. 농부를 통해 소를 키우시고 우유를 짜신다. 방앗간 주인을 통해 빵을 주신다. 하나님께서 가면을 쓰시고 하시는 일이다. 우리를 통해서, 우리의 일을 통해서 세상을 다스리고 움직여 가신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육일동안을 하나님의 손가락이 되어 세상에 하나님의 사랑을 드러내야합니다. 하나님의 사랑을 드러내는 일이 바로 우리가 육일동안 세상에서 우리의 일상과 일터에서 해야 하는 일입니다. 일요일 하루만을 주님의 날이라고 지정해서 그 날 교회 와서 하는 일들만 거룩하다는 생각은 비성경적입니다. 영적인 일이 따로 있고, 육적인 일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주일을 성수하는 만큼 육일도 성수(聖守)해야 합니다. 일주일 중 하루만 주님의 날이 아니라 일주일 매일 모두가 주님의 날(主日, Lord’s day)입니다. 진정한 주일성수란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는 하나님의 손가락이 되는 육일성수 없이는 애당초 불가능한 개념입니다.
육일동안 하나님의 손가락은커녕 비난자의 손가락, 욕심쟁이의 손가락, 이기주의자의 손가락, 거짓말쟁이, 포악자의 손가락으로 살다가 일평생 일요일에 교회는 빠지지 않는다고 그것이 주일을 거룩히 지키는 주일성수가 되겠습니까? 어불성설입니다.
우리는 정말 다양한 삶의 자리에서 육일을 보냅니다. 어떤 분은 의사로, 어떤 분은 디자이너로, 어떤 분은 가정주부로, 어떤 분은 회사원으로, 어떤 분은 비즈니스맨, 또 어떤 분은 선생님으로 5일 혹은 6일을 보내십니다. 그리고 주일에는 이렇게 모여 주일을 거룩히 지키려합니다. 이런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가 세상에서 육일을 지내는데 구체적으로 우리가 어떻게 하면 육일을 거룩하게 일하게 되는 것일까요? 루터는 이에 대해 아주 명료하게 답합니다. “그것이 어떤 일이든 나만을 위해 하는 일을 세속적인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어떤 일이든 남을 위해서 하는 일은 영적인 일이다.”
십계명 중 안식일을 거룩히 지키라는 제 4계명은 일요일에 교회 빠지지 말고, 일요일에 돈쓰고 놀러가지 말라는 째째한 명령이 아닙니다. 안식일을 거룩히 지키는 것은 육일 동안은 가족과 이웃과 세상의 안식을 위해 하나님처럼 일하고, 일곱 번째 날에는 하나님을 온전히 신뢰하고 쉬라는 겁니다. 일요일에 교회 오시기 전, 육일동안은 자신의 자리에서 성실하게 일하십시오. 그러나 그 일이 자기 자신만을 위한 것이 되지 않도록 주의하십시오. 육일동안 힘써 행하는 그 일이 하나님의 사랑을 드러내는 하나님의 손가락이 되게 하십시오. 전 육일동안 목회를 그렇게 할 것입니다. 열심히 여러분을 위해 기도할 것이고, 여러분에게 건강한 영의 양식을 먹이기 열심히 말씀을 묵상하고 연구할 것이고, 어려움과 아픔 당한 분이 계시다면 최선을 다해 찾아뵐 것입니다. 여러분도 여러분의 일을 하십시오. 가족과 일터의 동료와 직원들과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들의 안식을 위해 최선을 다해 일하십시오. 그 일터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드러내는 하나님의 손가락으로 쓰임받으십시오. 그렇게 이번 한주간도 육일성수 잘하시고 다음 주일에 만나 거룩한 주일성수하는 우리 모두 되길 간절히 소망하며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