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희년 이야기] 근족의 땅 무르기

근족의 땅 무르기

레 25:24-25, “24.너희 기업의 온 땅에서 그 토지 무르기를 허락할지니 25.만일 네 형제가 가난하여 그의 기업 중에서 얼마를 팔았으면 그에게 가까운 기업 무를 자가 와서 그의 형제가 판 것을 무를 것이요.”

근족(近族)에 의한 땅 무르기란, 가난 때문에 땅을 팔아버린 사람의 가까운 친족이 대신 값을 치르고 그 가난한 사람의 땅을 되사서 그 땅을 그 가난한 사람에게 돌려주는 것을 말한다. 이 무르기는 집에도 적용된다. 그리고 무르기가 사람에게 적용될 때는 우리말에서는 속량이라고 달리 표현한다. 그러나 (땅에 대한) 무르기나 (사람에 대한) 속량은 히브리어로는 모두 똑같은 단어인 ‘게울라’로 표현된다. 이는 영어에서도 마찬가지여서 (땅에 대한) 무르기나 (사람에 대한) 속량이 모두 같은 단어인 ‘리뎀션’(redemption)으로 표현된다. 이는 (땅에 대한) 무르기와 (사람에 대한) 속량이 서로 밀접한 관계에 있다는 점을 잘 드러낸다. 

하나님께서 가난 때문에 땅과 집과 자유를 판 사람의 근족에게 그 가난한 사람을 위해 땅과 집에 대한 무르기와 사람에 대한 속량을 명하신 이유 가운데 하나는, 그리고 가난한 사람에게 빚을 꾸어 준 이웃이 안식년에 그 가난한 사람이 진 빚을 탕감해 주라고 명하신 이유 가운데 하나는, 그 근족과 이웃의 희생적 사랑을 받은 그 가난한 사람이 다시 다른 사람들에게 사랑을 베풀 수 있도록 하심으로써 사랑이 ‘확산 효과’에 의해 그 사회에 충만하게 되기를 원하셨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 희생적 사랑으로 사람이 되시고 또 십자가에서 죽임을 당하신 이유 가운데 하나도 마찬가지로, 그 은혜를 받은 사람들이 이웃에게 희생적 사랑을 베풀어서 사회가 사랑으로 충만하게 되기를 원하셨기 때문이다. 

토지에 대한 모든 권리가 토지를 매입한 지주에게 있는 현대 자본주의 토지사유제와 달리, 희년 토지법에서는 토지사용권 매각자 본인이나 그 근족이 토지사용권 매입자에게 토지 무르기를 요구하면 매입자는 반드시 이에 응하여야 한다. 곧 토지에 대한 우선권이 그 토지를 기업으로 분배받은 가족에게 있는 것이다. 이는 토지 평등 분배 상태를 희년이 오기 전이라도 하루속히 회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그럼 토지 무르기 가격은 어떻게 계산할까? 예컨대 보리 한 호멜지기 밭에 대해, 한 해 땅의 가치가 1세겔이며, 토지사용권 매매를 도래하는 희년의 5년 전에 했고, 그로부터 2년이 지나 지금은 도래하는 희년까지 3년이 남았다고 한다면, 토지 무르기 가격은 3세겔(=1세겔×3년)이 된다. 이 경우 토지사용권을 샀다가 되판 사람은 토지사용권을 보유한 2년 동안, 아마도 2세겔(=5세겔-3세겔) 그 이상 수익을 그 토지사용권 보유로부터 얻었을 것이며, 손해를 보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레 25:26-28, “26.만일 그것을 무를 사람이 없고 자기가 부유하게 되어 무를 힘이 있으면 27.그 판 해를 계수하여 그 남은 값을 산 자에게 주고 자기의 소유지로 돌릴 것이니라. 28.그러나 자기가 무를 힘이 없으면 그 판 것이 희년에 이르기까지 산 자의 손에 있다가 희년에 이르러 돌아올지니 그것이 곧 그의 기업으로 돌아갈 것이니라.”

만일 토지를 물러줄 근족이 없고, 자기가 부유하게 되어 무를 힘이 있으면 그 남은 토지가격을 토지를 매입한 자에게 주고 되찾을 수 있다. 그러나 토지를 물러줄 근족이 없고 자기도 무를 힘이 없으면, 그 매각한 토지가 희년에 이르기까지 토지 매입자에게 있다가 희년에 되찾을 수 있다.

희년 토지법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토지는 영원히 사고 팔 수 없으며, 오직 도래하는 다음 희년까지만 한시적으로 사고 팔 수 있다. 그래서 희년이 오면 토지 매매 기간이 종료되어 토지는 그것을 판 (기업으로 받은) 가족에게 반환된다. 그리고 희년이 오기 전에 언제든지 토지를 판 가족이나 그 근족(近族)에 의한 토지 무르기(되사기)가 가능한데, 토지 무르기는 토지 평등 분배 상태를 하루라도 빨리 회복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토지를 무를 수 없을 경우에는 최후에는 희년에 토지 평등 분배 상태를 회복한다. 이처럼 희년 토지법은 토지 평등 분배를 지향하면서 그것을 위한 겹겹의 장치, 중층적 제도를 두고 있다. 따라서 희년 토지법에는 만민의 토지평등권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근거는 바로 하나님의 토지소유권이다. 토지는 다 하나님의 것이다. 하나님은 토지의 유일한 소유주로서, 만민에게 토지평등권을 주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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