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마가 공동체를 향한 하나님의 메시지
공관 복음서 가운데에서 가장 먼저 기록된 마가복음은 그리스 로마의 전기(Greco-Roman biographies) 양식을 따라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선포하고 있습니다(막 1:1; 1:11; 9:7; 15:39).
마가복음이 공관 복음서 가운데에서 가장 먼저 기록이 되어졌다는 사실을 현대의 신학자들은 큰 이견 없이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1764년 요한 야코브 그리스바흐(Johan Jakob Griesbach)의 두 복음서 가설(Two-Gospel hypothesis)에 의하면 공관복음서 가운데에서 마가복음이 가장 먼저 기록되어졌다는 사실을 부인합니다. 그리스바흐는 마태복음이 가장 먼저 기록이 되었고, 누가는 마태복음을 근거해서 누가복음을 기록하였고, 마가는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을 사용해서 간결하게 마가복음을 기록하였다고 주장을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의견은 1964년 윌리엄 파머(William Farmer)에 의해서 널리 전파되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현대의 신학자들은 1955년 오스틴 파러 가설(Farrer hypothesis)에서 시작되어진 마가복음 우선설을 받아들입니다. 파러 가설에 의하면 마가복음이 가장 먼저 기록되었고, 마태는 마가복음을 근거해서 자신의 복음서를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누가는 마가와 마태복음을 사용해서 누가복음을 기록했다는 가설입니다. [이와 유사한 가설로 두 자료 가설(The Two-Source Hypothesis)에서는 Q(Quelle) 자료가 추가되어집니다.]
마가복음은 저자가 누구인지 직접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 전통적으로 마가복음의 저자는 사도행전에 기록되어져 있는 요한 마가(John Mark; 이후로 ‘마가’로 표기)일 가능성이 가장 높습니다(행 12:12, 25; 15:37). 유대인 출신의 마가는 헬라어와 아람어를 사용할 줄 알았고, 예루살렘에 거주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들은 신약 성경을 통하여 마가와 바나바 그리고 사도 바울의 관계를 알 수 있습니다. 바나바의 사촌인(골 4:10) 마가는 바울의 1차 전도 여행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마가는 바울의 1차 전도 여행 중 버가(Perga)에서 중도하차(中途下車)를 하고 예루살렘으로 돌아갔습니다(행 13:13; [누가는 요한 마가의 유대식 이름을 사용해서 요한으로 기록하였습니다]). 이 일로 인하여 2차 전도 여행을 준비하고 있었던 바울은 마가를 감싸고 있는 바나바와 다투게 되었고(행 15:36-41), 바울은 디모데와 함께 2차 전도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행 16:1).
그러나 바울이 골로새서와 빌레몬서를 기록하면서 마가를 언급하는 것으로 보아 (골 4:10; 몬 1:24), 바울은 마가와 화해를 하고 함께 동역자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바울은 자신의 마지막 목회 서신인 디모데후서 4:11절에서 디모데에게 마가를 데리고 오라는 부탁을 합니다. 이렇게 마가는 복음의 협력자로 바울과 친밀한 교제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그러면 마가는 자신의 이방인 중심의 공동체에게 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기를 원하고 있었습니까?
AD 64년 7월 18일 로마의 대 화재(Great Fire of Rome) 이후에 로마의 황제 네로(Nero; 재위 기간 54-68년)에 의한 피의 학살이 기독교인들에게 시작되었고, 옥중에 있었던 바울이 AD 64년 말~65년경에 참수형을 당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마가의 영적 아버지라고 불렸던(벧전 5:13) 사도 베드로도 AD 65년경에 순교를 당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마가는 예수님의 제자로서 순교자의 길을 걸어갔던 베드로와 다메섹으로 가는 길 위에서 예수님의 음성을 듣고 복음을 위해서 자신의 삶을 바친 바울의 순교를 지켜보면서 예수님의 생애를 기록하는 것이 너무나도 소중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마가는 로마의 황제 네로가 그리스도인들을 박해하고 있는 상황 가운데에서 로마에 살고 있는 이방인 중심의 공동체들을 향하여 복음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고자 베드로의 죽음 이후인 AD. 65-69년 사이에 마가복음을 기록한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마가는 사도 베드로와 바울을 통하여 예수님의 삶에 관하여 듣고 배웠습니다. 또한 마가복음 14:51-52절에 등장하는 맨 몸에 홑이불(a linen cloth)을 두른 청년이 마가의 자전적(自傳的) 고백(autobiographical comment)이라고 가정해 보면, 마가 또한 예수님의 생애를 직간접적으로 목격했을 가능성도 높습니다(R. E. Brown, The Death of the Messiah, 1994, 1:297-304).
마가는 자신의 복음서를 장소적인 측면에서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서 기록하고 있습니다. 마가는 예수님의 공생애를 갈릴리 지역의 사역과(막 1:1-8:21), 갈릴리에서 예루살렘으로 가는 길 위에서의 가르침(막 8:22-10:51), 그리고 예루살렘에 입성하신 예수님의 사역으로(막 11:1-16:8)으로 나누어서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구성을 통하여 마가는 복음이신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오셔서 하나님의 나라를 선포하시고,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오신 목적을 제자들에게 가르쳐 주시고, 십자가 위에서 죽으시고 부활하셨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마가는 예수님이 누구인가를 설명하기 보다, 예수님을 하나님의 아들(the Son of God)로서 ‘그리스도’(Christ)라고 선포하고(막 1:1), 자신의 복음서를 읽는 로마의 이방인 중심의 공동체가 예수님이 그리스도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서 복음이 무엇인가를 깨닫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마가는 세례 요한이 잡힌 시점을 기준으로 예수님의 공생애의 삶을 소개합니다(막 1:14). 예수님께서 갈릴리에 오셔서 하나님의 복음을 전파하신 첫 번째 내용은 하나님의 구속의 시각으로 때(Kairos: time)가 찾고,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으니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라”(막 1:15)라는 메시지입니다. 이러한 입장에서 마가는 자신의 신학에 큰 영향을 미쳤던 바울의 신학적 견해를 따라서 복음은 예수 그리스도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언급하고 있습니다. 마가는 자신의 복음서를 읽는 독자들이 영적인 눈을 떠서 예수님의 십자가의 사건과 부활에 관한 예언이(막 8:31; 9:31; 10:33-34) 어떻게 하나님과 예수님의 사역을 통하여 성취되었는지 깨닫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들이 복음으로 이 땅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마가의 신학적 견해(theological perspective)을 통하여 함께 바라보기를 소망합니다. 또한 하나님의 나라를 향한 푯대를 정하고 순례자의 삶을 걸어가고 있는 우리들이 예수님이 누구인가를 다시 한번 깨닫기를 소망합니다.
복음에 빚진 자 김윤규 목사 (토론토 쉴만한물가 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