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나의 사랑하는 아들이다”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께서 자신의 길을 예비하는 세례 요한에게 세례를 받는 장면은 우리들에게 낯설게 다가옵니다. 왜냐하면 세례 요한이 강조하고 있는 것처럼 자신보다 더욱 능력이 있고 거룩한 영으로 세례를 베푸실 분에게 ‘죄 용서함을 위한 회개의 세례’를 베푸는 것은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막 1:7-8).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세례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셨고, 요한 마가는 세례 요한이 예수님께 세례를 베푸는 장면을 통하여 예수님이 누구인가를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9) 그 무렵에 예수께서 갈릴리의 나사렛으로부터 오셔서 요단강에서 요한에 의해 세례를 받으셨습니다. (10) 그리고 [예수께서] 물 속에서 올라오는 순간에 [예수는] 하늘이 찢어지고 영이 비둘기같이 자신에게 내려오는 것을 보셨습니다. (11) 그리고 하늘로부터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너는 나의 사랑하는 아들이다. 내가 너를 무척 기뻐한다.” (Translated by YG Kim)
마가는 예수님의 탄생 기사를 알고 있었지만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마가는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는 장면을 통하여 예수님의 탄생 기사에서 강조되어지는 하나님의 아들(the Son of God)로서 예수 그리스도(Jesus Christ)의 정체성(마 1:21; 눅 2:11)을 하늘로부터 들려오는 소리를 통하여 보여 주고 싶어합니다.
먼저 우리들은 죄가 없으신 예수님께서 왜 세례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셔야만 하는지 질문하게 됩니다. 마가는 그 이유를 직접 언급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마태복음 3장 15절의 말씀을 통하여 깨닫게 되는 것은 예수님께서 세례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신 이유는 하나님의 모든 ‘의로움’(dikaiosyne: righteousness)을 이루시기 위함입니다. 특별히 마태복음 3장 15절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의로움’이란 말씀에 의해서 구체적으로 표현되지 않은 하나님의 의로움이 세례를 통하여 성취되어진다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시는 장면은 사복음서에서 가장 먼저 삼위 하나님께서 동시에 등장하셔서 역사하시는 장면입니다. 비록 세례 요한이 예수님께 세례를 베풀고 있지만, 세례 요한은 성령과 하나님께서 예수님의 정체성을 드러내실 수 있도록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시는 장면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죄가 없으신 예수님께서 세례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신 이유는 “죄 용서함을 위한 회개의 세례”(막 1:4)를 받기 위함이 아니라 ‘하나님의 아들로서 예수님이 그리스도’라는 사실을 선포하기 위함입니다.
그러면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시는 장면을 통하여 마가가 강조하고 있는 내용은 무엇입니까? 마가는 예수님께서 세례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시고 물 속에서 올라오는 시점을 강조하기 위해서 순간의 시간을 표현하는 ‘유쓰스’(euthys: immediately)라는 부사를 사용합니다. 그리고 세례를 받으시고 물 속에서 나오시는 순간에 예수님은 하늘이 찢어지는 모습을 바라보십니다.
하늘이 찢어진다는 표현은 마가의 독특한 표현입니다.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시는 동일한 내용을 기록하고 있는 마태와 누가는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시고 물 속에서 나오실 때에 하늘이 ‘찢어지다’ (schizo: to tear apart)라는 동사를 사용하지 않고 하늘이 ‘열리다’(anoigo: to open)라는 동사를 사용합니다(마 3:16; 눅 3:21). 그러므로 마가는 자신만의 독특한 신학적 성향(theological tendency)을 가지고 하늘이 ‘찢어지다’라는 동사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들은 깨닫게 됩니다.
구약적 배경에서 하늘이 찢어지는 광경은 하나님의 은혜를 간구하는 모습과 연결되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이사야 선지자는 과거에 하나님께서 베풀어 주신 은혜를 기억하면서 하나님께서 자신의 백성들을 돌아보시고(사 63:15-16) 연약함을 헤아려 달라고 간구합니다(사 63:17-19). 그리고 하늘에서 굽어 살피시는 하나님께서 하늘을 찢고 내려오셔서 백성들을 구원해 주시기를 간구합니다(사 64:1). 이렇게 하늘이 찢어지는 모습은 하나님의 임재가 이 땅에 나타나는 모습과 연결되어져 있습니다.
또한 마가는 복음서 마지막 부분에서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숨지시고 난 후에 성전의 휘장이 위에서부터 아래로 찢어지는 모습에서도 이 동사(schizo: to tear apart)를 다시 한번 사용해서 자신의 복음서를 읽는 독자들에게 메시아의 비밀을 드러내는 문학적인 모티브(literary motif)로 사용을 하고 있습니다(막 15:38).
마가복음에서 ‘메시아의 비밀’(Messianic secret)이란 1901년 윌리엄 브레데(William Wrede)에 의해 제시된 이론으로 십자가의 사건 이전에 예수님께서는 마귀들과(막1:25, 34; 3:12), 제자들(막 8:30; 9:9), 기적을 경험한 증인들(1:43-45; 5:43; 7:36; 8:26), 그리고 군중들이(막 7:24; 9:30) 예수님이 메시아라는 사실을 알리려고 할 때에 예수님은 이를 금지시키신다는 내용입니다. 따라서 마가는 ‘메시아의 비밀’ 가운데에서 마가복음 1장 1절의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어떻게 예수님의 십자가의 사건과 부활의 사건을 통하여 증명되어지는지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 가운데에서 마가가 ‘찢어지다’라는 동사를 자신의 복음서의 처음과 끝에 사용하고 있는 이유를 생각해 보면, 마가는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시는 장면에서 하늘이 찢어지고 영이 임하는 모습과 하나님의 소리를 유일하게 예수님만 보고 듣게 하지만, 자신의 복음서의 마지막 부분에서 성전의 휘장이 위에서 아래로 찢어지는 장면을 통하여 예수님의 십자가의 사건을 믿는 자들이 예수님을 통하여 하나님께 나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문학적 모티브를 통하여 강조하고 있습니다(c.f., 히 6:19-20; 9:3-14, 24-28; 10:19-20).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시고 물 밖으로 나오셨을 때에 하늘이 찢어지고 ‘영’(pneuma: Spirit)이 비둘기 같이 자신에게 내려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마가는 이미 1장 8절에서 ‘거룩한 영’에 관하여 언급하였기에 ‘영’에 관한 수식어를 언급하고 있지 않습니다(마태는 동일한 본문에서 ‘하나님의 영’이라고 언급하고 있고(마 3:16), 누가는 ‘거룩한 영’으로 언급하고 있습니다(눅 3:22). 그러나 요한은 마가와 동일하게 ‘영’(Spirit)으로 표현합니다(요 1:32)). 그리고 우리들이 이사야서의 메시지를 통하여 알고 있듯이 하나님의 거룩한 영이 예수님에게 임하는 모습을 통하여 마가는 예수님이 구약에서 예언된 메시아라는 사실을 증언하고 있습니다(사 11:2; 42:1; 61:1).
그러면 우리들은 한 가지 질문을 던지게 되는데 “왜 마가는[거룩한] ‘영’(Spirit)을 ‘비둘기’(dove)로 비유할까?”라는 질문입니다. 신약 성경은 하나님의 영을 ‘바람 같은 성령’으로 표현하기도 하고(행 2:2), ‘불 같은 성령’으로 표현 하기도 하고(행 2:3), ‘물 같은 성령’으로 표현하기도 합니다(요 7:37-38). 그러나 마가는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시는 장면에서 하나님의 영을 ‘비둘기’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들은 마태복음 10장 16절의 말씀에 근거해서 비둘기를 순결에 비유하거나, 레위기에서 새의 번제에서 드릴 수 있는 비둘기로 생각합니다(레 1:14). 그러나 이러한 해석은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시는 장면에서 비둘기와 같은 영의 의미를 해석하는데 도움을 주지 못합니다.
그러면 왜 마가는 영을 비둘기로 표현하고 있습니까? 그 이유를 우리가 아가서 2장 12절의 말씀을 통하여 생각해 보면, 솔로몬은 창세기 1장 2절의 말씀을 인용하면서 하나님의 영이 수면 위에서 움직이는 모습을 비둘기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하나님의 영이 움직이는(raḥap: to hover) 모습이 새의 이미지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시는 모습 가운데에서 ‘비둘기 같은 영’이 예수님께 내려오는 모습은 예수님께서 새 창조의 사역을 감당하실 분이라는 사실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세례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시는 장면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은 하늘로부터 들려오는 소리(phone: voice)입니다. 이 소리를 통하여 마가는 하나님의 아들로서 예수 그리스도를 강조함과 동시에 하나님의 구원 계획 안에서 메시아의 사역을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마가의 메시아 비밀의 모티브 가운데에서 하늘에서 들리는 “너는 나의 사랑하는 아들이다”라는 소리는 오직 예수님께서만 들으십니다. 그러므로 마가는 소리를 듣는 대상을 예수님으로 한정하기 위해서 2인칭 단수 인칭 대명사 ‘슈’(sy: You)를 사용합니다.
그러나 마태는 이 동일한 본문을 기록하면서 3인칭 단수 지시 대명사 ‘우토스’(outos: This)를 사용하여서 “이는 나의 사랑하는 아들이다”(마 3:17) 라는 표현을 통하여 하늘에서 들려오는 음성을 듣는 자들이 예수님만이 아니라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시는 장소에 함께 있었던 사람들로 그 범위를 확장시킵니다.
그러면 우리들은 하늘에서 들려온 소리로서 “너는 나의 사랑하는 아들이다”라는 표현을 어떠한 배경 가운데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까?
사무엘하 7:14절과 시편 2:7절의 말씀을 통하여 다윗 왕가의 메시아에 관하여 함께 생각해 볼 때에 ‘하나님의 아들’(the Son of God)로서 메시아는 신적 권위뿐만 아니라 하나님에 의한 특별한 권리와 책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마가는 자신의 복음서를 읽는 독자들에게 예수님을 하나님의 사랑하는 아들로 표현하고 있고, 예수님의 사역이 하나님을 무척 기쁘게 하신다는 사실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복음서를 읽는 독자들이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예수님의 사역을 통하여 복음을 믿기를 원하고 있습니다(막 1:15).
결과적으로 마가는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시는 장면을 통하여 하나님께서 예수님이 자신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증언하심으로 예수님의 구원 사역을 우리들에게 선포하고 있습니다.
<함께 나누기>
- 예수님의 지상 명령으로서 세례는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 그리고 성령님의 이름으로 베풀어집니다(마 28:19). 그러므로 세례의 자리는 삼위 하나님이 함께 하십니다. 사복음서에서 삼위 하나님께서 함께 등장하시는 역사적인 장면은 예수님께서 세례 요한에게 세례를 받는 장면입니다. 그러면 죄가 없으신 예수님께서 세례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셔야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마 3:15)
- 예수님께서 세례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시고 물 속에서 나오셨을 때에 하늘이 찢어졌다고 마가는 표현하고 있습니다. ‘찢어지다’라는 동사가 이사야서 64장 1절의 말씀에서는 하나님의 은혜를 간구하는 모습으로 사용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마가복음 1장 10절과 15장 38절에서 ‘찢어지다’라는 동사는 메시아의 비밀이 드러내는 문학적인 모티브로 사용이 되었습니다. 마가가 이러한 방법을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 마가는 하나님의 영을 표현하는 방법 가운데에서 ‘영’을 ‘비둘기’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시는 장면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은 하늘에서 들려오는 소리입니다. 이 소리를 통하여 우리들은 예수님의 기독론적인 정체성을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복음에 빚진 자 김윤규 목사 (토론토 쉴만한물가 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