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복음의 압축본(Plot Synopsis) 포도원의 비유 I
마가복음 12:1-12절에 기록되어 있는 ‘포도원의 비유’는 예수님의 성전 정화 사건(막 11:15-19)과 연결된 예루살렘의 종교 지도자들과 예수님의 불화(不和)의 연속선상에 있습니다(막 11:27-33). 산헤드린(Sanhedrin)의 구성원들이었던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과 장로들이 예수님께 권위에 관한 질문을 던졌을 때 예수님께서는 직접적인 대답을 하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예수님께서는 세례 요한과 관련된 수사학적 ‘역 질문’(Counter-question)을 통하여 예루살렘 종교 지도자들을 침묵하게 하셨습니다.
권위에 관한 예루살렘 종교 지도자들의 질문에 예수님께서는 직접 대답하지 않으셨지만, 예수님께서는 이사야서 5장 1-7절의 포도원 비유를 인용하고 확장해서 예루살렘 종교 지도자들의 질문에 간접적으로 포도원 비유를 통하여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밝히십니다.
신약 성경에서 비유를 의미하는 헬라어 명사 ‘파라볼레’(parabole: parable)는 히브리어 명사 ‘마샬’(masal)을 번역한 단어입니다. ‘마샬’은 ‘격언, 수수께끼, 알레고리, 비유’를 모두 포함하는 넓은 개념입니다. 따라서 예수님 당시의 청중들은 비유와 알레고리를 엄격하게 구분하고 있지 않았으며, 예수님께서는 자신의 가르침에 알레고리적 기법을 사용하셔서 포도원 비유를 말씀하십니다(See 막 4:1-20 네 가지 땅에 떨어진 씨앗의 비유).
이사야서 5장 1-7절의 포도원 비유와 마가복음 12장 1-12절의 포도원 비유는 모두 ‘알레고리’(Allegory) 해석이 가능합니다. 알레고리 해석(Allegorical interpretation)이란 이야기의 각 세부 사항이 특정한 영적 혹은 신학적 의미를 담고 있는 일종의 ‘베일’(veil)에 가려진 이야기를 말합니다. 비유의 방법인 단순한 직유(Simile)나 은유(Metaphor)가 하나의 비교 대상을 갖는 것과 달리, 알레고리는 이야기 속의 여러 요소가 외부의 실체와 일대일로 대응적 해석이 가능합니다.
이사야 선지자는 이사야서 5장1-7절에서 직접적으로 알레고리 해석을 제시해 줍니다. 농부되신 하나님께서 직접 극상품의 포도나무를 심어 포도원을 가꾸셨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정성스러운 사랑과 돌봄에도 불구하고 포도나무는 좋은 포도 열매를 맺은 것이 아니라 들포도 열매를 맺었습니다(사 5: 2). 이사야 선지자는 포도원 비유를 직접 알레고리 방법으로 해석해 주는데, 포도원 주인은 하나님이시고, 포도원은 이스라엘 족속이고, 여호와께서 기뻐하시는 나무는 유다 사람들이고, 여호와께서 원하셨던 포도 열매는 정의와 공의였지만, 맺힌 포도 열매는 살육과 부르짖음이었다고 선포합니다(사 5:7).
이와 유사하게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포도원 비유는 알레고리 해석의 직접적인 설명이 제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네 가지 땅에 떨어진 씨앗의 비유(막 4:1-20)와 같이 알레고리 해석이 가능합니다. ‘포도원 주인’은 ‘하나님’이시고, ‘포도원’은 ‘이스라엘 또는 하나님의 백성들’이고, ‘소작인’은 ‘예루살렘 종교 지도자’들이고, ‘보내진 종’들은 ‘구약의 선지자’들이고, ‘사랑하는 아들’은 ‘예수 그리스도’이시고, ‘아들의 죽임’은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을 상징하고 있고, ‘포도원 주인으로부터 포도원을 넘겨 받은 다른 사람들’은 ‘열두 제자들과 새로운 믿음의 공동체’입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예수님의 포도원 비유는 마가복음 전체의 핵심 줄거리를 포함하고 있는 ‘압축판’(Plot Synopsis)이면서, 동시에 구약 성경과 신약 성경 전체의 내용을 관통하는 구속사의 요약본입니다(See, Mary Ann Tolbert, Sowing the Gospel: Mark’s World in Literary-Historical Perspective, Fortress, 1989, p. 232; Jack Dean Kingsbury, The Christology of Mark’s Gospel, Fortress Press, 1983, pp. 150-51).
예수님께서는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과 장로들을 향하여 포도원 비유를 말씀하시면서, 구속사의 역사 속에서 이스라엘을 향한 하나님의 사역을 그려 보이십니다. 예수님께서는 포도원 주인이 ‘내 아들’이라고 부르는 ‘사랑하는 아들’로서 자신을 묘사하여, 그 아들이 악한 소작농들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모습도 동일하게 보여 주십니다(12:6-8). 더 나아가 예수님께서는 시편 118편 22-23절을 인용하시면서, ‘건축자들’이 버린 이 ‘돌’을 하나님께서 ‘모퉁이의 머릿돌’로 두실 것을 비유로 말씀하시면서, 예수님께서 죽음을 이기시고 부활의 사건을 통해 하나님께서 자신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높이실 것을 예언하십니다(12:10-11).
예수님의 비유에 대한 반응으로 예루살렘 종교 지도자들은 예수님을 체포하려 하였습니다(12:12a). 그 이유는 예루살렘 종교 지도자들이 예수께서 자신을 하나님의 아들로, 그리고 자신들을 살인하는 소작농들과 동일시하셨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포도원의 비유는 배경 설정(12:1), 종들의 파송과 박해와 죽음(12:2-5), 사랑하는 아들의 파송과 죽음(12:6-8), 주인의 심판(12:9), 시편 118편 22-23절 인용을 통한 확증(12:10-11), 그리고 종교 지도자들의 반응(12:12)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막 12:1) 그리고 그(예수)가 그들에게 비유들로 말씀하시기 시작했습니다. “한 사람이 포도원을 경작하여 주위에 울타리를 둘렀고, 포도즙을 짜는 저장용 틀을 파고, 망대를 세우고, 그것을 소작인들에게 맡기고, 타지로 떠났다. (2) 그리고 때가 되었을 때, 그는 포도원의 소출 가운데에서 [자기 몫을] 소작인들로부터 받기 위해서 한 종을 소작인들에게 보냈다. (3) 그런데 그들이 그(종)를 붙잡아 때리고 빈손으로 돌려보냈다. (4) 그러자 또 다시 그가 그들에게 다른 한 종을 보냈다. [그러자] 그들은 그 종의 머리를 때리고 모욕했다. (5) 그리고 그는 또 다른 [종을] 보냈고, 그들이 그를 죽였다. 그리고 다른 많은 [종들을 보냈고], 그들이 일부는 때리고, 일부는 죽였다. (6) 그에게는 아직 사랑하는 아들 하나가 남아 있었다. 마지막으로 그를 그들에게 보내며 말했다. ‘그들이 나의 아들을 존경할 것이다.’ (7) 그러나 그 소작인들은 서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상속자이다. 오라 우리가 그를 죽이자. 그러면 그 유산이 우리의 것이 될 것이다.’ (8) 그리고 그들이 그를 잡아 죽이고, 포도원 밖에 그를 던졌다. (9) 그렇다면 포도원 주인이 어떻게 하겠느냐? 그가 와서 소작인들을 죽이고, 다른 사람들에게 포도원을 줄 것이다. (10) 너희들은 이 말씀을 읽지 않았느냐?
건축자들이 버린 돌,
이것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다.
(11) 이것이 주님으로부터 말미암아 일어난 것이니,
우리의 눈에는 놀라운 일이다.
(12) 그 때 그들이 그(예수)를 붙잡으려 했지만, 무리를 두려워 했습니다. 왜냐하면 그(예수)가 그들에게 비유로 말씀하신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그를 놓고 떠났습니다. (Translated by YG Kim)
예수님께서는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예루살렘 종교 지도자들에게 간접적인 포도원 비유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말씀하십니다. 마가는 “그(예수)가 그들에게 비유로 말씀하시기 시작했습니다”(막 12:1a)라고 포도원 비유를 시작하고 있는데, 예수님의 비유를 듣고 있는 “그들”은 일차적으로 산헤드린 공의회 구성원들인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과 장로들입니다. 또한 예수님의 가르침을 기쁘게 듣고 있었던 무리들도 함께 있었는데, 그들은 예루살렘 종교 지도자들이 예수님을 즉시 체포하지 못하게 하는 보호막 역할을 하였습니다(막 12:12a). 더 나아가서 예수님의 제자들도 무리들과 함께 청중석에 있었습니다. 따라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포도원 비유는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거부하는 유대 최고 권력 기관 산헤드린 공회원들을 직접적으로 겨냥한 메시아적 심판의 메시지입니다.
마가는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비유’(parabole: parable)로 말씀하셨다고 기록하고 있는데, ‘비유’는 단수형이 아니라 복수형입니다. 그 이유는 포도원의 비유 안에 모퉁이의 머릿돌 비유(막 12: 10-11)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포도원 비유는 한 사람이 포도원을 경작하기 위해서 주위에 울타리를 치고, 포도즙을 짜는 저장용 틀을 파고, 망대를 세우고, 그것을 소작인들에게 맡기고 타지로 떠나는 모습에서 시작됩니다(막 12:1b). 이러한 모습은 당시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흔하게 있었던 ‘부재 지주’(absentee landlord) 제도의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이스라엘 백성들을 향해 예루살렘 종교 지도자들에게 위탁된 영적 책임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또한 마가복음 12장 1절은 이사야서 5장 1-2절의 말씀과 유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구약 성경의 히브리어를 헬라어로 번역한 70인 역(LXX)에서 이사야서 5장 1-2절의 ‘포도원’(ampelon: vineyard), ‘울타리’(phragmos: fence), ‘경작하다’(phyteuo: to plant), ‘포도즙을 짜는 저장용 틀’(prolenion: vat in front of a wine-press), ‘망대’(pyrgos: tower)라는 단어들이 동일하게 또는 변형되어서 마가복음 12장 1절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알레고리 해석의 상징적인 의미에서도 두 본문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데, 이사야서 5장 1-7절에서 ‘포도원 주인’은 ‘하나님’을 상징하고 있고, ‘포도원’이 ‘이스라엘의 족속’을 상징하고 있고,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나무’가 ‘유다 사람들’을 상징하고 있는데, 이와 유사하게 마가복음 12장 1-7절에서도 ‘포도원 주인’은 ‘하나님’을 상징하고 있고, ‘포도원’은 ‘이스라엘 또는 하나님의 백성’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공통점과 별개로 두 본문은 구조적 차이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사야서 5장의 포도원 비유에서는 하나님께서 극상품의 포도나무를 심었으나, 포도원 자체가 실패하여서 ‘들포도’ 열매를 맺었다는 사실에 집중하고 있지만, 마가복음 12장의 포도원 비유에서는 하나님께서 심은 포도원은 번성하였지만, 포도원을 위탁 받아 소작하고 있는 소작인들의 탐욕과 반역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이사야서 5장에서는 하나님께서 직접 포도원의 울타리를 헐어 들짐승의 먹이감이 되게 하여 황폐하게 하셨다면(사 5:5-6), 마가복음 12장에서는 주인이 소작인들을 징벌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넘겨주었습니다(막 12:9b).
이러한 비교를 통하여 우리는 이사야 선지자가 이스라엘 백성들의 전체적인 타락을 책망하였다고 하면, 예수님께서는 이사야 5장 1-7절의 말씀을 배경으로 ‘부재 지주’(absentee landlord) 제도를 통한 ‘임대’와 ‘소작인’이라는 개념을 추가하여서 예루살렘의 종교 지도자들의 부패와 청지기적 사명의 실패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다음 호에 포도원 비유가 계속됩니다.
<함께 나누기>
- 신약 성경에서 ‘비유’(Parable)를 의미하는 ‘파라볼레’(parabole)는 히브리어 명사 ‘마샬’(masal)을 번역한 단어입니다. 예수님 당시 비유는 좁은 개념이 아니라 넓은 개념이었습니다. 그 의미를 설명해 보십시오.
- 비유에서 알레고리 해석(Allegorical interpretation)이란 무엇입니까? 마가복음 4장 1-20절에 기록되어 있는 네 가지 땅에 떨어진 씨앗의 비유를 기억하고 답변해 보십시오.
- 이사야서 5장 1-7절의 포도원 비유와 마가복음 12장 1-12절의 포도원 비유를 알레고리 해석으로 그 대상을 설명해 보십시오.
- 마가복음 12장 1-12절의 포도원 비유가 마가복음 전체의 핵심 줄거리를 포함하고 있는 ‘압축판’(Plot Synopsis)이면서, 동시에 성경 전체의 구속사적 요약본이라고 불리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포도원 비유를 듣고 있는 일차적인 독자들은 누구입니까?
- 이사야서 5장 1-7절의 내용과 마가복음 12장 1-12절의 내용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입니까? 특별히 마가복음에 기록되어 있는 포도원의 비유의 차이점은 어떠한 결과를 가져옵니까?
복음에 빚진 자 김윤규 목사 (토론토 쉴만한물가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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