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하나님의 교육명령] 신앙전수와 아버지의 자리

신앙전수와 아버지의 자리

  믿음을 가진 부모라면 자녀에게 신앙을 물려주고 싶은 것이 당연한 마음이다. 그런데 부모가 자녀를 어떻게 신앙교육을 해야 하는지 잘 모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교회탐구센터가 2023년 7월 28일부터 8월 11일까지 학령기 자녀를 둔 크리스천 부모 1,000명(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5%p)을 대상으로 ‘한국 기독교 가정의 신앙 및 자녀 신앙교육 실태’에 대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 항목에서 ‘신앙적 가정을 세우기 위해 가장 중요한 역할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질문도 해봤다. 응답자의 51.5%가 ‘남편/아버지’라고 답했다. 그런데 정작 아버지들에게 ‘신앙지도를 위한 교육과 훈련을 받은 경험’을 질문했을 때 아버지의 71%는 훈련을 받은 바가 ‘전혀 없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가정을 위한 아버지의 역할에 대해서는 ‘경제적 책임자’라는 인식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조사에서 아버지를 가정의 제사장으로 이해하는 아내와 자녀를 보기 드물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깝다.

세 분의 아버지

  나는 마음속에 세분의 아버지가 계신다. 첫 째는 이 세상 만물을 창조하신 하나님 아버지, 둘째는 하늘나라로 돌아가신 제 육신의 아버지. 마지막으로는 제 신앙의 아버지가 계신다. 제 마음속 신앙의 아버지는 은퇴하셨지만 나에게는 여전히 젊으신 분이다. 나의 기억에는 내가 고등학교 2학년 때 처음 뵌 모습이 생생하다. 지금도 나에게 선한 영향력으로 살아있는 말씀 중심 목회와 받은 사랑 생각하면 늘 빚진자의 추억이다. 지금도 새벽마다 저와 우리 가족의 이름을 부르며 기도해 주시고, 무엇보다  믿음의 가족이 무엇인지를 배우고 있다.

“그러므로 사랑을 받은 자녀 같이 너희는 하나님을 본받는 자가 되고”(엡 5:1).

  교회에서 다음 세대를 섬기는 사람들은 모두 아버지이다. 부모, 목사, 교사, 그리고 그 외 많은 어른들이 있다. 다음 세대를 섬기는 사람들의 소망은 무엇일까? 건강하게 성장하여 예수님 잘 믿는 것을 바라보는 것 만큼 흐믓한 일이 또 있을까? 그나마 감사하다. 우리에게 세 분의 아버지가 있지 않은가? 그래서 교회에는 고아가 없다. 우리 곁에 세 분의 아버지가 존재하는 교회가 있어서 참 행복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최고의 선물이다. 그 중심에 세 분의 아버지가 계시기 때문이다. 지치고 상한 마음으로 교회에 찾아오는 아이들에게 “괜찮다”, “잘 될 거야’, “주님이 널 사랑한다”, “널 포기할 수 없다”, “가슴이 뛴다. 너 때문에”, “행복하다. 네가 있어서”라며 세상에서 들어보지 못한 하늘의 메시지를 우리 아이들에게 변함없이 들려주는 교사들(아버지)이 있다.

믿음의 가정에서의 아버지

  아버지의 자리는 ‘영적 거장, 제사장’이라 할 수 있다. 어쩌면 이 말은 아버지들에게는 부담이요, 어머니들에게는 정죄의 잣대가 될 수 있다. 그만큼 가정의 영적 기둥, 아버지의 자리가 흔들리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우리는 아버지가 ‘제사장’으로 준비되지 못했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유대인들은 안식일이 되면 세상의 파라오 문화와 일상의 모든 시간을 멈추고, 영원한 시간을 바라보며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자녀들, 3대가 함께 식탁에 모여 하나님을 찬양하고, 아버지가 자녀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쳐주고, 온 가족이 말씀을 토론한다. 인류가 겪은 많은 질문들을 담고 있는 토라 경전을 읽으며 자신의 질문들에 대해 경청하고 답해주는 어른들과 소통하면서 아이들의 생각과 통찰은 빠르게 확장되어간다. 시대가 아무리 바뀌어도 수천년동안 변치 않는 그들의 가정예배 문화이다. 

  아버지의 자리는 ‘제사장’으로서 하루를 온전히 가족과 함께 보내는 것이다. 오늘날까지 세계에서 가장 자녀교육을 잘 하는 유대인들, 그들이 세계를 이끌어가는 탁월한 지도자들을 배출해내는 비밀이 여기, 샤밭 테이블(shabbat table)의 아버지 자리에서 시작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샤밭 테이블에는 그 동안 흩어져 살고 있는 가족들이 가급적 한자리에 모여 즐거운 식탁을 나누게 된다. 그리고 그 동안 식사대접을 하고 싶었던 손님들을 초대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한 주에 한 번 꼭 있는 샤밭 테이블은 풍성한 식탁과 더불어 가족과 이웃이 함께 어울리는 작은 규모의 선교 축제, 화목제가 된다. 

  샤밧 테이블의 아버지 자리는 세대를 넘나드는 연대와 신뢰, 끊임없는 소통 그리고 그 가운데 자신의 뿌리를 알고 그 속에서 정체성을 형성해가는 시간이다. 아버지의 자리는 소극적 종교 행위를 위한 단순한 제사장의 자리만이 아니라 계속해서 무언가를 하라는 세속의 요구와 풍속에 적극적으로 저항하는 것을 보여주는 자리이다. ‘아버지의 자리’가 유대인의 역사 속에서 수 천년동안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대단한 설교와 메시지가 아니라 그들이 젖먹이일 때부터 몸에 배어있는 의식이자 마치 어떤 것도 끊을 수 없는 언약처럼 그들에게 연결되어 세대에서 세대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전수되는 신앙은 아버지의 자리에서

  오늘날 이민교회 가정들의 ‘아버지 자리’는 어떠한가? 사라진지 오래되었다. 이 시대의 진짜 땅 끝은 바로 내 자녀의 방이라는 웃픈 이야기가 나온 것도 아버지의 자리가 사라지면서 이다. 우리의 현실은 같은 집에서 잠을 자는 사람들 정도의 의미에 불과한 가정이 너무 많다. 

  수천 년 간의 기독교 역사를 통해 증명한 매우 자명한 사실은 바로 자녀들은 ‘아버지의 자리’에서 전하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세워진다는 것이다. 가정과 다음 세대에 대한 우려와 혼란이 계속되는 한국 사회와 이민 사회는 유대인들의 ‘아버지 자리’에서 지혜를 얻을 필요가 있다.

자기 집을 잘 다스려 자녀들로 모든 공손함으로 복종하게 하는 자라야 할지며(사람이 자기 집을 다스릴 줄 알지 못하면 어찌 하나님의 교회를 돌보리요)(디모데전서 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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