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 “백성을 섬기는 대리자”
고대 사회에서는 합법적으로 왕위를 계승하여 국가를 다스리는 사람을 “바실레우스”라 칭했습니다. 지역의 “통치자,” “영토를 다스리는 권력자,” 또는 “국가의 왕”을 의미하는 바실레우스는 선한 의미에서 최고 책임자였습니다. 이 낱말은 후대에 정치적 야욕에 사로잡혀 왕위를 찬탈한 권력자들과 구별된 단어입니다. 그리스 시인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는 바실레우스가 누군지를 잘 설명합니다. “당신의 명성은 넓은 하늘에까지 올라가고, 신에 대한 두려움을 마음에 품은 어떤 흠 없는 왕의 명성도 마찬가지입니다. 왕은 많은 강력한 사람들을 지배하고 정의를 옹호합니다. 검은 땅은 밀과 보리를 열매로 맺고, 나무는 과실을 맺으며, 양 떼는 끊임없이 새끼를 낳고, 바다는 물고기를 낳습니다. 이 모든 것이 그의 훌륭한 지도력 덕분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의 통솔 아래 번영합니다.” 바실레우스는 백성들의 삶에 스며들어 그들과 함께 고난을 겪고 또한 번영하는 선한 의미를 가졌습니다.
바실레우스, 즉 왕에 관하여 플라톤은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자비로운 왕의 이상적인 모습이 일어났는데, 그는 인간 위에 신처럼 활동하고 양을 치는 목자로서 그들을 부양한다. 그는 자신의 의지에 대한 개인적인 법 외에는 다른 법을 알지 못할 뿐만 아니라 하나의 사회적 질서에 이끌리지 않는다. 그의 의지는 특정 땅이나 국가의 규범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모든 것의 규범이다. 왕의 본성과 임무는 그가 전 세계 사람들에게 은혜를 베푸는 은인이라는 사실로 요약될 수 있다.”
왕은 국민들의 번영과 풍요를 추구하고 그들의 평화로운 삶을 책임지는 자발적인 신성한 마음의 소유자였습니다. 이 마음의 근원은 고대 이스라엘의 왕들로 거슬러 올갑니다. 고대 유대 사상에 따르면 백성을 대표하는 왕은 필연적으로 야훼 하나님의 은혜로운 언약을 이행하는 탁월한 대행자였습니다. 왕은 여전히 사람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왕을 하나님의 대행자로 믿는 이스라엘의 신앙은 그 어떤 공식화된 형태의 법률보다 강했습니다.
고라자손은 하나님께서 성취하실 일들을 왕이 이룬다고 찬양합니다. “왕은 사람들보다 아름다워 은혜를 입술에 머금으니 그러므로 하나님이 왕에게 영원히 복을 주시도다. 하나님이여 주의 보좌는 영원하며 주의 나라의 규는 공평한 규이니이다. 왕은 정의를 사랑하고 악을 미워하시니 그러므로 하나님 곧 왕의 하나님이 즐거움의 기름을 왕에게 부어 왕의 동료보다 뛰어나게 하셨나이다. 그러므로 만민이 왕을 영원히 찬송하리로다.” 모든 사람보다 뛰어나시고 사람에게 은혜와 복을 주시어 만민이 영원토록 찬양 받으실 분은 하나님 한분입니다.
왕이 그의 백성을 평화로운 가운데 복된 생활을 보장해 준다는 솔로몬의 글 속의 왕은 하나님입니다. “왕이 가난한 백성의 억울함을 풀어 주며 궁핍한 자의 자손을 구원하며 압박하는 자를 꺾으리로다. 그의 날에 의인이 흥왕하여 평강의 풍성함이 달이 다할 때까지 이르리로다. 산 꼭대기의 땅에도 곡식이 풍성하고 그것의 열매가 레바논 같이 흔들리며 성에 있는 자가 땅의 풀 같이 왕성하리로다. 그의 이름이 영구함이여 그의 이름이 해와 같이 장구하리로다. 사람들이 그로 말미암아 복을 받으리니 모든 민족이 다 그를 복되다 하리로다.” 왕은 백성들의 생활을 살피고 그들의 일상을 평화롭게 하고 곡식을 풍성하게 결실케 하여 긍극적으로 복을 받게 하시는 하나님입니다.
신약 성경에서 바실레우스가 사람이나 신들 그리고 하나님과 그리스도께 적용되지만, 고대 이스라엘의 왕의 개념은 오직 하나님과 그리스도께만 제한적으로 사용됩니다. 비록 지상의 왕들에게 이 타이틀이 붙여진다 해도, 그들은 하나님이나 그리스도와 대조되거나 종속된 것으로 간주됩니다. 사복음서 저자들은 의도적으로 예수 그리스도가 “왕”이심을 강조합니다. 예수님도 스스로 “내가 왕이니라”고 자신의 정체를 밝혔습니다. 사도 바울도 예수님을 “그가 모든 통치와 모든 권세와 능력”을 가지신 왕이라고 설명합니다. 요한 계시록도 예수 그리스도를 “만왕의 왕이요 만주의 주”라고 묘사합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현재 만왕의 왕으로 통치하고 계십니다. 자신의 통치에 관해서 예수님은 “내가 만일 하나님의 손을 힘입어 귀신을 쫓아낸다면 하나님의 나라가 이미 너희에게 임하였느니라”고 말씀합니다. 이렇게 말씀하셨던 이유는 유대인들이 예수님을 향하여 귀신의 왕 바알에불을 힘입어 귀신을 쫓아냈다고 비방했기 때문입니다. 귀신 하나가 다른 귀신을 쫓아낸다면 귀신의 왕국은 서 있지 못하고 무너질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귀신을 쫓아내신 예수님의 권능은 하나님의 능력으로 한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나님의 나라와 반대 되는 이 세상 나라의 왕인 사탄을 제압함으로 만왕의 왕이심을 증거하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세상 나라와 예수님께서 통치하시는 하나님의 나라를 구별시키십니다. 어느날 유대 나라 지도자들이 예수님을 사형에 처하도록 재판 권한자인 빌라도에게 데려옵니다. 빌라도가 예수님께 묻습니다. “당신이 유대인의 왕이요?” 이 질문에 예수님께서는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니니라 만일 내 나라가 이 세상에 속한 것이었더라면 내 종들이 싸워 나로 유대인들에게 넘겨지지 않게 하였으리라”고 답합니다. 계시록에는우주에 존재하는 두 나라를 “세상 나라”와 “그리스도의 나라”가 양립하고 있다는 것을 밝힙니다.
성경은 이 두나라의 특색을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하나는 사람이 통치하는 세상적인 인간의 나라요, 다른 하나는 그리스도께서 통치하시는 하나님의 나라입니다. 하나는 사람을 멸망시키는 나라요, 다른 하나는 사람을 치료하며 구원하며 축복하는 나라입니다. 하나는 사람이 호령하며 위세를 부리는 나라요, 다른 하나는 사람을 섬기는 나라입니다. 하나는 인간이 왕처럼 다스리는 나라이나, 다른 하나는 하나님께서 아버지처럼 사랑하시는 집 (가정)입니다. 하나는 기득권을 상실한 자들 (가난한 자, 여자, 세리, 죄인, 사마리아인 등)을 멸시하고 천대하며 정죄하는 나라이나, 다른 하나는 그런 자들에게 무한한 사랑을 베푸는 나라입니다. ”
예수님께서는 하나님 나라 백성은 자신을 모범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강조합니다. “너희가 아는 것처럼 이방 사람들의 통치자라는 사람들은 사람들을 지배하려고 한다. 고관들도 사람들에게 세도를 부린다. 그러나 너희는 그래서는 안된다. 누구든지 너희 중에서 높아지려거든 종이 되어야 한다. 누구든지 너희 중에서 첫째가 되려거든 모든 사람의 종이 되어야 한다. 인자도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다. 인자는 자기 생명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고 왔다.” 하나님 나라 백성인 그리스도인들은 세상 나라 사람들과 차별이 되어야 합니다.
이남규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