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 아웃의 종말
얼마 전 <번 아웃의 종말>이란 흥미로운 제목의 책이 출간되었다. 이 책의 저자인 조나단 말레식은 그 이력이 특이하다. 그는 미국 킹스칼리지에서 신학을 가르치는 종신교수였다. 하지만 그는 어느 순간부터 자신이 하는 일에서 의미를 찾을 수 없었다. 그것은 학생들의 반응이 자신이 젊었을 때와 같은 그런 반응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열의 없이 시큰둥한 학생들에게 강의하는 것이 마치 돌을 향하여 말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시험을 치르고 나면 하루 종일 연구실에 틀어박혀 표절 답안지를 가려내는 일에 시간을 쏟았다. 자신이 젊었을 때 대학교수를 꿈꾸며, 이것이야말로 가장 멋진 인생이라고 생각했던 그 모습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점점 강단에 서는 것이 힘들었다. 까닭 모를 통증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결국 완전한 탈진상태에 이르게 되었다. 결국 그는 학교를 사임하고 도대체 이런 번 아웃이 무엇인지, 왜 이런 번 아웃에 빠지는 지를 탐구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책이 바로 <번 아웃의 종말>인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번 아웃을 경험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물리적인 업무 강도가 너무 세면 찾아오는 것일까? 말레식의 진단에 따르면 번 아웃이 오는 근본적인 이유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크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내가 꿈꾸고 그렸던 일이 이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일 하려고 지금까지 이런 고생을 했는가 하는 회의감이 몰려오면서 현실과 이상의 괴리 사이에서 몸부림을 치다가 그만 탈진 증세가 찾아오는 것이다. 이런 괴리를 경험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 문화가 일 자체를 너무 과대 포장해서 미화했다는 것이다.
이 일을 하는 것이 곧 나의 미래의 꿈이었고, 그 일을 하는 것이 너무나도 멋진 나를 규정해준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예를 들어 예전에 항공사 스튜어디스는 선망의 직업이다. 그러나 막상 해보니 진상 손님을 대하는 것을 비롯해 10시간 이상씩 비행기를 타는 것이 얼마나 고된지 모른다. 이처럼 내가 멋지게 꿈꾸며 준비했던 미래의 일이 막상 그 안에 들어가 보니 생각보다 너무나 다를 때, 우리는 일에 대한 회의감과 함께 자신에 대한 회의감과 현실적인 어려움에 압박을 당하며 이것을 어떻게든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을 치다가 그만 번 아웃을 경험하고 마는 것이다. 우리의 선택은 둘 중 하나다. 일에 대한 이상을 내려놓던지, 아니면 그 일 가운데 소명을 발견하는 것이다. 이 일을 통해서도 하나님께 영광 돌릴 수 있는 길에 눈을 뜨는 것이다. 요즈음 나는 얼마나 번 아웃을 경험하는가? 나의 일 가운데 소명을 발견하고 사는가, 아니면 무기력하게 쳇바퀴 돌아가듯 사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