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로의 무덤 (Tomb of Lazarus)
주기도문교회에서 감람산 동쪽으로 내려가는 도로를 타고 차로 10분만 내려가면 베다니에 도착할 수 있지만, 지금은 서안지구와 이스라엘을 나누는 장벽 때문에 차로 동쪽 유대광야 방향으로 내려가다 유대인 마을 마알레 아둠밈 서쪽 알 아자리아(el-˓Azarîyeh) 아랍마을 방향인 감람산으로 가야한다. 참으로 시간과 경제적 낭비가 아닐 수 없다. 감람산에서 차로10분이면 도착할 거리를 1시간을 운전해야 겨우 ‘나사로 교회’(St. Lazarus Roman Catholic Church)에 도달하는 것이다.
서기 4세기 후반 불가타(Vulgata) 성경을 편찬한 제롬(Jerome)에 따르면, 한 교회가 나사로의 무덤 위에 지어져 있다고 했는데, 실제 ‘나사로 교회’는 비잔틴 시대의 모자이크 흔적을 가지고 있다. 현재 있는 교회는 1953년에 건축 되었고, 교회 터는 마리아와 마르다 집이었다고 전해져 내려온다.
나사로 교회에 입장하면 예배당 앞 모스크와 맞닿아 있는 곳에 예쁜 화분 하나가 모스크 담장벽 아래에 위치해 있다. 그곳이 원래 나사로의 무덤 입구였다. 그러나 아랍 사람들이 비잔틴 제국을 무너뜨린 후 성지를 점령하고 성경 속 사건들이 일어난 교회 옆마다 모스크를 세워 나갔다. ‘나사로 교회’ 옆에도 당연히 교회보다 조금 크게 모스크가 세워졌고, 원래 무덤 입구는 옮겨지게 된다. 그 옮겨진 입구가 현재 나사로 무덤 입구인 것이다. 그곳을 방문하기 위해 교회의 뒷문을 나와 5분정도 올라가면 여러 상점들을 만날 수 있는데, 눈에 띄는 품목의 상품이 보인다. 바로 훅 불면 날아갈 것 같이 작은 씨앗을 갖는 ‘겨자씨’이다. 아랍 선물가게에서 파는 그 겨자씨는 사실 겨자씨가 아니라 담배씨이다. 한국에서 신앙생활을 할 때 교회에서 플라스틱 코팅 면에 아주 작은 점 같은 것이 들어 있는 겨자씨 책갈피를 받아본 경험을 해본 분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안에 들어 있던 것은 겨자씨가 아니라 담배씨였다. 이스라엘 땅에 담배나무가 들어온 것은 약 200년전에 미국에서였다고 한다. 실제로 ‘나사로 교회’ 예배당 입구 앞쪽에는 담배나무가 심겨져 있고, 가을에 그 씨앗을 따서 훅 불면 바람에 쉽게 날아간다. 실제 겨자풀은 갈릴리와 간혹 예루살렘이나 베들레헴 목자들의 들판 근방에서 볼 수 있는데, 노란색이 감도는 야생 겨자풀은 2월부터 3월달에 본격적으로 피어나는 것이다.
순례자는 옮겨진 무덤 입구를 통해 내려가서 나사로가 세마포를 입고 누워있던 무덤에 당도하게 된다. 나사로의 무덤은 일반 무덤과는 다르게 무덤의 입구가 땅바닥의 지하처럼 생겼다. 돌문을 닫아도 창문이 있어 시체 썩는 냄새가 새어 나왔을 법한 창문이 있는 구조였던 것이다.
예수님은 가버나움에서 절기행사를 지키기 위해 신실한 유대인들이 행했던 것과 같이 예루살렘을 방문할 때, 트랜스 요르단 지역의 세례 요한 공동체(요 10:40), 여리고를 지나 베다니, 벳바게, 감람산, 기드론 골짜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예루살렘에 이르게 된다. 이런 여정가운데 ‘주님이 사랑하시던 나사로’가 병들었다는 소식을 그의 누이들에게 전해 듣고 베다니(Bethany)에 이르게 되었던 것이다 (요 11:3).
예수께서 가라사대 돌을 옮겨 놓으라 하시니 그 죽은 자의 누이 마르다가 가로되 주여 죽은 지가 나흘이 되었으매 벌써 냄새가 나나이다 (요 11:39)
전승에 의하면 예수님은 그 창문처럼 생긴 입구에 대고 말씀하셨다.
큰 소리로 나사로야 나오라 부르시니(요 11:43)
순례자들은 한 사람씩 나사로가 누웠던 그 무덤 안으로 들어가고 바깥쪽 무덤 창문에서 예수님이 나사로를 부르듯 ‘김 00야 나오라!’고 외쳐본다. 그럼 나사로가 누웠던 무덤에서 ‘김00’는 그 음성을 듣고 나오는데, 아마도 그런 모습으로 나사로는 부활해서 걸어 나왔을 것이다.
죽은 자가 수족을 베로 동인 채로 나오는데 그 얼굴은 수건에 싸였더라 예수께서 가라사대 풀어 놓아 다니게 하라 하시니라 (요 11:44)
예수님께서는 살아 생전에 양과 목자의 관계에 대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 양은 내 음성을 들으며 나는 저희를 알며 저희는 나를 따르느니라 (요 10:27)
예수님이 사랑하시던 나사로는(요 11:3) 목자의 음성을 듣는 양처럼 죽어서도 그의 말을 듣고 무덤에서 살아나게 된다. 그러므로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제자가 된 자는 그가 다시 오실 때, 그의 음성을 듣고 죽음을 박차고 그의 영광에 참여할 것이다.
주께서 호령과 천사장의 소리와 하나님의 나팔로 친히 하늘로 좇아 강림하시리니 그리스도 안에서 죽은 자들이 먼저 일어나고 그 후에 우리 살아 남은 자도 저희와 함께 구름 속으로 끌어 올려 공중에서 주를 영접하게 하시리니 그리하여 우리가 항상 주와 함께 있으리라 (살전 4:16-17)
글, 사진_ 이호일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