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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가본것 같은 성지순례] 베드로 수위권 교회 (Church of the Primacy of Peter)

베드로 수위권 교회 (Church of the Primacy of Peter)

갈릴리 바다 북쪽 해변, 7개의 샘물이 터져서 갈릴리 바다에 유입이 되는 지역에 아름다운 이야기를 품은 교회가 있다. 그것은4세기 비잔틴 시대의 교회 흔적 위에 건축된 ‘베드로 새 사명 교회(Peter’s New Commission Church)’이다.  교회 공식 명칭은 ‘베드로 수위권 교회(Church of the Primacy of Peter)’이지만 개신교에서는 흔히 ‘베드로 새 사명 교회’ 라고 부른다. 베드로가 예수님의 수제자라는 의미가 강조된 ‘베드로 수위권 교회’보다는 요한복음 21장의 말씀에서 베드로가 제자로 새롭게 부름받은 사건이  강조된 ‘베드로 새 사명 교회’가 더 말씀에 어울리기 때문이다. 

교회 정문에서 바닷가 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좌측에 맑은 물이 흐르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그것은 7개 샘물 중의 하나이다. 7개의 샘물이 터져 갈릴리 바다에 합류 되는 이 장소를 가리켜 아랍어로 타브가(Tabgha), 히브리어로 에인쉐바(Ein Sheva), 그리고 라틴어로 헵타페곤(Heptapegon)이라 불렀다.  갈릴리의 어부들은 이곳에서 그물을 던졌고, 풍성한 수확을 얻었다.  그러므로 시몬과 안드레 역시 이곳에서 그물을 던졌었고, 주님의 부르심에 즉각적인 응답을 했다. 

그리한즉 고기를 에운 것이 심히 많아 그물이 찢어지는지라 이에 다른 배에 있는 동무를 손짓하여 와서 도와달라 하니 저희가 와서 두 배에 채우매 잠기게 되었더라 예수께서 시몬에게 일러 가라사대 무서워 말라 이제 후로는 네가 사람을 취하리라 하시니 저희가 배들을 육지에 대고 모든 것을 버려두고 예수를 좇으니라 (눅 5:6-11). 

이곳이 주님께서 제자들을 처음 부르셨고, 부활 후 다시 제자로 부르셨던 장소인 것이다. 죽음에서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예루살렘에서 실망과 좌절 가운데 있던 제자들에게 나타나셔서 갈릴리에서 보자고 말씀하셨다. 

이에 예수께서 가라사대 무서워 말라 가서 내 형제들에게 갈릴리로 가라 하라 거기서 나를 보리라 하시니라 (마 28:10)

부활하신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왜 갈릴리에서 보자고 하셨을까? 그것은 예수님이 잡히시던 그날 밤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예수님은 제자들 모두가 자신을 버릴 것이라고 예언하셨다 (마 26:33). 이 때 베드로는 다 주를 버릴지라도 언제든지 버리지 않겠다고 맹세했지만,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가야바 대제사장 집 뜰에서 ‘저주하며 맹세하여’ 스승을 모른다고 부인했다 (마 26:74). 예수님과 제자의 관계는 그날 저녁으로 끝났던 것이다. 그렇기에 부활하신 주님은 스스로 제자들을 찾아왔지만, 예수님과 제자들의 관계는 뭔지 모르게 서먹서먹한 그런 분위기였을 것이다.  

기원전 2세기부터 서기 66년까지 사해바다 북서쪽에 정착한 쿰란 공동체의 공동체 규율집에 따르면 그들은 2년간의 수련과정을 성공적으로 합격한 정식회원들과만 식사를 같이 했었고, 믿음이 다르거나 정체성이 같지 않은 사람들과는 식사를 같이 하지 않았다. 공동체 규율을 어기게 되면 벌점을 받았고, 벌점이 어느 한도를 넘으면 공동체에서 쫓겨 나기도 했었다.  주님이 잡히시던 그날 밤, 자의든 타의든 제자들은 예수 공동체의 회원으로 남아있을 수 있는 최저 점수에도 모두가 미달이었던 것이다.   

그런 가운데 언제 주님을 만날지 모르는 제자들은 다시 어부로 돌아갔다 (요 21:3). 예수를 죽기까지 따르겠다는 공동체의 맹세를 깨버렸던 제자들이었기에 제자가 되기 전의 상태인 어부로 돌아간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갈릴리 바닷가에서 주님은 식탁교제를 준비해 놓으셨고(요 21:9), 제자들은 처음 부름을 받았던 때와 같이 예수님의 말씀대로 순종하여 153 마리의 많은 물고기를 잡을 수 있었다(요 21:11). 

이 교회는 4세기 비잔틴 시대를 거쳐, 1263년에 교회가 파괴된 후, 1933년에 현무암으로 단장된 아름다운 교회이다. 예수님과 제자들이 조반을 먹었다는 구전 전승이 전해져 내려오는 바위 식탁인 ‘주님의 식탁(Mensa Christi)’이 교회 안에 있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갈릴리에 제자들보다 먼저 오셨고, 그 바위 위에 식탁을 차리시고, 아침을 같이 드셨다. 쿰란 공동체의 규율에 따르면 식사를 같이한다는 것은 같은 믿음을 가진 공동체란 뜻이다. 주님은 1세기 종교 공동체의 언어로 그들을 다시 제자로 삼겠다고 말씀하신 것이다. 그리고 시몬 베드로에게 묻는다.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이 사람들보다 나를 더 사랑하느냐 하시니 …두번째 가라사대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세 번째 가라사대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요 21:15-17). 

주님은 시몬에게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고 물으셨지만, 이 질문 이면에는 ‘내가 너를 많이 사랑한다’는 메시지가 있는 것이다. 주님이 시몬을 사랑하는 마음은 시몬이 주님을 사랑하는 마음과 비교할 수 없다. 승천을 얼마 안 남긴 주님은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를 마지막 식사를 제자들과 함께 하시며, 자신의 생명으로 산 제자들을 무엇보다도 사랑한다는 것을 말씀하신 것이다.  마치 주변의 7개의 샘물에서 마르지 않는 샘물이 터져 나와 갈릴리 바다를 풍요롭게 하듯, 예수님으로부터 흘러나온 풍성한 사랑의 샘물은 제자들을 새롭게 하고, 새로운 사명으로 거듭나게 했던 것이다. 

글, 사진_ 이호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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