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마오 (Emmaus Nicopolis)
그 날에 저희 중 둘이 예루살렘에서 이십 오리 되는 엠마오라 하는 촌으로 가면서 (눅 24:13)
엠마오(Εμμαοῦς)의 헬라어 뜻은 ‘뜨거운 샘물’이란 뜻으로, 누가복음에 딱 한번 등장하는 마을이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두 제자들과 함께 동행하면서 그 동안 일어난 일에 대해 대화하다가 도착하여 떡을 떼신 곳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장소에 대한 확실한 전통은 초대 교회에서 잃어버렸다. 엠마오라 추정하는 여러 지역 중에 셩경에 나오는 ‘이십 오리 (약 11km)’ 거리와 거의 일치하는 지역으로 모짜(Motza)가 있다. 모짜는 예루살렘에서 공항으로 가는 길에 있으며 예루살렘으로부터 거리가 9.5 km이며, 이스라엘의 우기에 호수처럼 많은 물이 모이는 곳이다. 그러나 이곳은 누가복음의 사건을 기념하는 전승이나 기념교회 같은 것이 없다. 반면에 12세기 십자군들은 아비나답의 집이 있었던 기럇여아림(삼상 7:1) 근방 아부고시(Abu Ghosh)를 성경의 엠마오라 생각했고, 그 지역의 샘물(Spring)이 솟는 곳 위에 교회를 건축했다.
그러나 이 장소들 이외에 순례자들이 방문하는 가장 권위있고 일반적인 엠마오는 예루살렘에서 40km 떨여져 있으며 아얄론 골짜기와 접해있는 엠마오 니코폴리스(Nicopolis)라고 불려지는 곳이다. 이곳은 예루살렘에서 지중해로 내려가는 도중의 낮은 평지(Shephelah)에 위치해 있으며, 고대로부터 ‘기쁨의 물이 샘솟는 곳’ 혹은 ‘기쁨의 오아시스’라고 알려져 왔다. 엠마오는 서기 3세기에 헬라어로 니코폴리스, 즉 ‘승리의 도시’라는 새로운 이름이 덧붙여졌다. 아얄론 골짜기는 여호수아가 아모리 사람들을 무찌르던 때에 달이 머물렀던 아얄론 골짜기(수 10:12)와 맞닿아 있는 곳이며, 유다 마카비가 기원전 165년 그리스 군대를 격파해 큰 승리를 얻었던 곳이기도 하다. 기원전 1세기 엠마오는 로마인들에게 불태워졌고, 누가복음에서 ‘촌’(village)이라고 번역된 작은 마을인 이곳에서 예수님과 제자들은 떡을 떼었다고 전해져 내려온다.
저희와 함께 음식 잡수실 때에 떡을 가지사 축사하시고 떼어 저희에게 주시매 저희 눈이 밝아져 그인줄 알아 보더니 예수는 저희에게 보이지 아니하시는지라 (눅 24:30-31)
서기 3세기에 엠마오는 재건되었고 첫번째 기독교 공동체가 나타났다. 그리고 서기 5세기에 기념 교회가 세워지고 지금까지 그 흔적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서기 6세기의 요르단의 마다바 지도에도 엠마오 니코폴리스가 성경의 엠마오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예루살렘에서 엠마오로 내려가던 제자 둘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이 된다. 글로바라는 제자와 다른 한명이 예루살렘에서 이십오리나 되는 엠마오라는 촌으로 내려가는데, 예루살렘에서 예수님의 시신이 사라지고 천사가 나타난 이야기를 하면서 길을 가게 된다. 그때, 한 사람을 만나게 되고 같이 동행하게 되는데 그분이 바로 그들 이야기의 주인공 예수님이셨다. 제자들은 부활하셔서 영광의 몸을 입으신 예수님을 못 알아 보게 되는데 성경에서는 저희의 눈이 가리어져서 그인줄 알아보지 못했다(눅 24:16)라고 말하고 있다.
예수님은 그들이 나누던 이야기를 직접 듣기 원하셨고, 슬픔에 잠겨있던 두 제자들 중 글로바라 하는 자가 예루살렘에서 일어난 큰 사건을 말하게 된다.
그 한 사람인 글로바라 하는 자가 대답하여 가로되 당신이 예루살렘에 우거하면서 근일 거기서 된 일을 홀로 알지 못하느뇨 (눅 24:18)
글로바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앞에 두고, 나사렛 예수가 십자가에서 죽어 장사되었는데, 시신은 사라지고 목격자인 여인들이 천사들만 나타남을 보았다고 전했던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고난 받는 그리스도의 의미를 설명해 주셨고, 말씀을 듣던 제자들의 마음은 뜨겁게 바뀌었던 것이다(눅 24:32). 그렇다면 엠마오로 내려가던 두 명의 제자들 중 글로바는 누구였을까? 기독교 전승에 의하면 그는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의 남편 요셉의 형제였다고 전해져 내려온다.
예수의 십자가 곁에는 그 모친과 이모와 글로바의 아내 마리아와 막달라 마리아가 섰는지라 (요 19:24)
즉 십자가에 달린 예수님 곁에 섰던 글로바의 아내는 엠마오로 내려가던 제자의 아내였던 것이다. 그리고 글로바와 함께 엠마오로 내려가던 다른 이름없는 제자는 글로바의 막내 아들, ‘시몬’이었다고 전해져 내려온다. 시몬은 그 후 43년동안 이스라엘 땅의 예수님을 구세주로 고백하는 ‘메시아닉 쥬’ (Messianic Jewish) 공동체를 이끌었고, 120세에 순교했다고 한다.
사슴이 뛰노는 골짜기란 뜻의 아얄론 골짜기에 접해있는 엠마오에서 제자들은 성경을 풀어준 사람과 떡을 떼었고, 그때 제자들은 그 사람이 부활하신 영광의 주님임을 알아보았다. 그들은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서 너무나 기쁜 나머지 이십 오리나 되는 먼 거리를 사슴과 같이 달음질쳐 다른 제자들에게 이 기쁜 소식을 전했던 것이다.
과연 살아나셨고 시몬에게 나타나셨다 하는지라 (눅 24:34)
글, 사진_ 이호일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