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산 (Temple Mount)
여호와께서 가라사대 네 아들 네 사랑하는 독자 이삭을 데리고 모리아 땅으로 가서 내가 네게 지시하는 한 산 거기서 그를 번제로 드리라 (창 22:2)
현재 황금돔이 있는 성전산의 다른 이름은 모리아산(Mount Moriah)이다. 이곳에서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아들 이삭을 희생시키려고 했었다.
아브라함이 이곳에 단을 쌓고 나무를 벌여놓고 그 아들 이삭을 결박하여 단 나무 위에 놓고 손을 내밀어 칼을 잡고 그 아들을 잡으려 하더니 여호와의 사자가 …내가 이제야 네가 하나님을 경외하는 줄을 아노라 … 아브라함이 가서 그 수양을 가져다가 아들을 대신 하여 번제로 드렸더라 (창 22:9-13)
이곳은 나중에 다윗이 여부스 사람 오르난에게 은 오십 세겔을 지불하고 산 타작마당이었으며(삼하 24:24-25), 기원전 950년경 다윗의 아들 솔로몬은 이곳에 성전을 건축했다. 솔로몬 성전은 약 360년동안 건재했었고, 기원전 586년 바벨론의 느브갓네살에 의해 화려함의 극치를 자랑했던 솔로몬 성전은 무너지고 하나님 임재의 상징이었던 법궤도 성전산에서 사라졌다. 바벨론에서 50년간의 유수기간이 끝난 후 종교심이 많은 일부 유대인들은 예루살렘으로 돌아와 어려움과 방해 가운데서도 느헤미야의 지휘 아래 성전을 재건했는데, 그 시기가 기원전 515년이었다. 이스라엘에서는 느헤미야의 성전부터 헤롯성전까지 제2차 성전시대라고 부른다. 그러나 이미 느헤미야 성전 시대부터 지성소에 법궤는 사라지고 없었다고 믿는다. 기원전 20년 이두메아 출신 헤롯은 느헤미야 성전을 헐고, 성전부지를 더 넓게 확장하기 위해 모리아산을 더 많이 깎아 내렸다. 산이 깎여 토사가 흘러내려서 지반이 약해질 수 있으므로 모리아산의 사방으로 옹벽을 쌓고 엄청난 크기의 석회석으로 성벽을 쌓듯 사방을 감싸게 된다. 따라서 모리아산의 지반은 튼튼하게 되었고, 그 위에 헤롯은 로마제국 안에서 가장 아름답고 휼륭한 건축물을 세웠다. 탈무드는 헤롯이 모리아산에 세운 성전에 대해서 말하길, ‘예루살렘 성전을 못 본 사람은, 이 세상의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을 못 본 사람이다’라고 한다. 요세푸스는 덧붙여, ‘예루살렘 성전은 금으로 덮여있었으며, 아침에 뜨는 해의 빛이 성전에 비춰져 그 광채로 눈이 부실 정도였으며, 이방인이 멀리서 볼 때 산에 눈이 덮인 모습과 같았다’라고 했다. 로마제국 안에서도 가장 뛰어난 건축물 중의 하나였으니, 예수님을 따라 갈릴리 지방에서 온 제자들도 그 위용에 깜짝 놀랐던 것도 당연했던 것이다.
예수께서 성전에서 나가실 때에 제자 중 하나가 가로되 선생님이여 보소서 이 돌들이 어떠하며 이 건물들이 어떠하니이까 (막 13:1)
그러나 그 화려했던 성전 안에는 하나님의 임재를 상징하는 법궤는 없었다. 예루살렘 성전의 화려함에 정신줄을 놓은 제자들에게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희 보는 이것들이 날이 이르면 돌 하나도 돌 위에 남지 않고 다 무너뜨리우리라 (눅 21:6)
예수님의 죽으심과 부활 후 약 40년이 지난 서기 70년, 로마의 디도 장군에 의해 성전은 불타고, 성전 안에 있던 많은 성물과 성전세, 건물의 금은 녹아서 성전 바닥으로 스며들었다. 그리고 약탈에 눈먼 로마 병사들은 굳은 금과 은을 찾기 위해 성전의 돌 위에 돌 하나도 남기지 않고 다 파괴했다. 주님의 예언은 그렇게 성취가 되었고, 서기 692년 성전이 있었던 자리에는 아랍 사람들이 이슬람 사원을 건축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위사원 (Dome of the Rock)이다. 그래서 지금은 예루살렘 성전이 있었던 이곳에 바위사원 혹은 황금돔이 자리를 잡고 있다. 황금돔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건물의 지붕이 금으로 도금이 되어 있기 때문이며, 바위사원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그 사원 안에 있는 바위 위에서 아브라함이 이삭을 뉘여놓고 희생시키려고 했던 장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그 바위가 있는 장소가 지성소 위치라고 말하기도 한다. 어쨌든 성전산 위에는 두 개의 큰 건축물이 있는데, 하나는 통곡의 벽에서 올라와 바로 앞에 놓여있는 엘악사 사원과 바위 사원 뿐이다. 바위 사원 서쪽 가까운 거리에 각각 십자가를 가진 두 개의 검정색 지붕이 보이는데, 작은 지붕이 있는 곳은 골고다이다. 골고다(Golgotha)란 해골의 곳(마 27:33), 즉 ‘해골처럼 생긴 바위’란 뜻이고, 돌을 채석하면서 바위가 깎여 해골처럼 생긴 이곳에서 예수님은 십자가에 달리셔서 죽으셨던 것이다. 그 작은 지붕 옆으로 큰 지붕이 보이는데, 그곳은 아리마대 요셉의 무덤, 즉 예수님이 묻히시고 부활하신 곳이다. 따라서 성전산 주변으로 구약의 가장 중요한 장소와 신약의 가장 중요한 장소가 같이 있는 것이다. 모리아산에서 아브라함이 이삭을 희생제물로 바치려 했을 때, 하나님께서는 그의 믿음을 보시고 준비해 놓으셨던 수양이 대신 희생되도록 하셨다.
아브라함이 눈을 들어 살펴본즉 한 수양이 뒤에 있는데 뿔이 수풀에 걸렸는지라 아브라함이 가서 그 수양을 가져다가 아들을 대신하여 번제로 드렸더라 (창 22:13)
예루살렘 구도시의 핵심은 모리아산이었던 성전산이지만 실제 구도시 전체가 ‘모리아 땅’(창 22:2)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이삭대신 번제물이 되었던 숫양은 모리아 땅의 가시덤불(thicket)에 걸렸었다. 모리아 땅의 골고다 위의 나무에 달린 예수님은 이삭 대신 죽은 숫양이 가시덤불에 걸렸듯이 가시덤불로 만든 면류관을 쓰시고 나무에 매달려 우리의 죄를 위해 대신 죽으셨던 것이다.
보라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 양이로다 (요 1:29)
글, 사진_ 이호일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