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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김진수장로의 성공적인 실패] 바이오 회사의 사장이 되다

성공적인 실패 (19) – 바이오 회사의 사장이 되다

내가 회사를 팔기로 결정하고 이 일이 순조롭게 진행될 때 나는 대학 교수 친구가 설립한 회사에 투자해 주기를 요청 받았다. 나는 친구 교수의 인격과 그가 소유한 회사 기술의 가능성을 절대적으로 믿었기에 그 회사에 투자하기로 결정을 하였다. 그 회사가 소유한 기술은 내가 하고 있었던 컴퓨터 분야와는 전혀 관계가 없었지만 같은 업계의 고객을 두었다는 데는 공통점이 있었다. 나는 보통 투자 시 점검하여야 하는 기본적인 투자에 관한 연구를 하지 않았다. 나는 사람을 그냥 믿기로 한 것이었다. 내가 창업한 회사 판매가 마무리되자 친구 교수는 나에게 그 회사 사장을 맡아 달라고 요청해왔다. 나는 그 분야 기술에 관하여는 별로 지식은 없었지만 회사를 키운 경험이 있었기에 그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하였다.

나는 그때까지 있었던 고객을 대상으로 연구에 들어갔다. 그리고 매출액 예상액과 실제 매출액에 큰 차이가 있음을 발견하였다. 그리고 근본적인 원인을 찼기 위해 고객 방문을 시작하였다. 유럽, 아시아, 미국 등 몇 회사를 방문하면서 회사의 기술진이 생각하는 것과 고객이 생각하는 것 사이에 많은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나는 그 사실을 실무진에게 알리고 현재 세운 비즈니스 계획이 너무 현실성이 없음을 알렸다. 그 헤 계획한 매출액의 단 10%도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게 되었다. 지출을 줄이지 않는 한 많은 금액의 추가 투자를 필요로 하게 되었다. 확실한 성과를 내고 있지 못하는 상황에서 추가로 투자를 받는 것은 쉽지 않는 일이었다. 나는 내가 가지고 있는 재산을 회사에 투자하여야만 했다. 처음 계획하였던 금액 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투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단 시작한 이상 어떤 결과가 나와야 된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그와 동시에 지출을 줄여야 했다. 나는 제일 먼저 나의 보수를 절반으로 삭감하였다. 나의 보수는 사업 계획이 그대로 진행될 경우를 가상하여 책정한 것인데 예산 수입에 큰 차이가 발생한 이상 그 보수를 유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CTO로 있는 친구의 보수도 큰 폭으로 삭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의 친구는 만약 회사가 목표를 달성하면 삭감된 봉급을 추가로 주자고 제안하였지만 나는 그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현실을 직시하기 위함이었다.

내가 일을 시작하기 전 그 회사는 직원들의 복지 차원에서 음료수를 무료로 직원들에게 공급하고 있었다. 나는 즉시 무료 공급을 중지시키고 원가에는 미치지 않지만 최소한의 금액을 지불하게 하였다. 그들은 그 음료수가 공짜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 세상에는 공짜가 없는 법이다. 누군가가 그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다. 회사가 손해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는 그것은 고스란히 투자자가 지불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행위는 투자자의 돈을 가볍게 본다는 암시인 것이다.

수입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내가 투자한 자금이 점점 바닥이 나기 시작하였고 추가로 투자하기로 한 사람이 추가 투자를 망설이기 시작하였다. 나는 비로소 내가 투자한 투자의 위험 부담이 점점 커짐을 인식하기 시작하였다. 새로운 기술이 실용화되는 시간을 그들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이유는 자신들이 만든 기술을 너무 믿고 냉철한 현실을 보는데 소홀한 결과에 기인한 것이었다. 나는 더 이상 사장의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생각하였다. 계속하여 투자하는 것은 무리였다. 그렇다고 추가 투자자를 구할 자신이 없었다. 사장인 내가 자금이 있으면서 계속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은 내가 그 가능성을 믿지 않는 것이기에 추가 투자자를 설득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래서 나는 사장직을 사임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를 파산 시킬 수 없어 몇 번의 추가 투자가 불가피한 상황이 되는 나로써는 재정적으로 큰 손실을 보았다. 그 사실이 나를 오랫동안 아프게 하였다. 

그리고 이 실패를 통해 매우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 그 첫 번째는 창업자는 자기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투자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배수진을 치지 않으면 안 된다. 자신의 재산을 투자하여야 한다. 돈이 있는 곳에 마음이 있기 마련인 것이다. 자신의 돈을 투자해 시작한 회사와 남의 돈으로 만 시작한 회사는 근본적으로 많은 차이가 있다. 자신의 돈과 시간을 투자하지 않으면 일에 집중할 가능성이 훨씬 떨어진다. 실패하여도 잃어 버릴 것이 별로 없으면 꼭 성공하여야 하겠다는 마음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만약 스스로 자본이 없어 자금을 끌어들여야만 한다면 회사가 안정궤도에 들어서기 전 까지는 보수를 받지 않든가 받아도 최소한으로 한정되어야 한다. 그래서 예정된 목표에 이르지 못하였을 경우 잃어버릴 것이 분명히 있어야 한다. 실패해도 아프지 않으면 실패는 반복되는 것이다. 그 아픔이 크면 클수록 다시 실패하지 않는다.

두 번째는 창업자인 사장은 상품의 생산에서부터 판매에 이르기까지 모든 일에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객들의 반응을 확실히 알아야 한다. 고객을 직접 만나기 전에는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없다. 고객을 방문하여 그들의 반응을 연구개발팀에 전달하여야 한다. 만들어진 상품과 고객이 원하는 상품의 차이를 감지하는 일은 사장의 업무 중 매우 중요한 업무이다. 물론 회사가 정상궤도에 들어서면 지정된 부서에서 그 업무를 담당하겠지만 그때까지는 그 업무를 사장이 하여야 한다. 심지어 정상 궤도에 들어선 회사라 할지라도 사장은 이 일에 충실하여야 한다. 그리고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한다. 우수한 품질을 개발하였고 열심히 노력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그것은 일꾼이 하는 것이다. 문제가 발생시 일꾼은 충분한 이유만 찾으면 되지만 주인은 그 이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해결책을 반드시 찾아야 한다. 주인에게는 해결책 없는 이유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세 번째, 책으로 습득한 지식은 때로는 회사에 악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많은 경영 서적은 큰 회사를 위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한 지식을 창업한 회사에 무조건 적용하려고 하면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 창업된 회사는 그 회사의 실정에 맞게 모든 일을 수행하여야 한다. 큰 회사를 흉내 내어서는 안 된다. 즉 경영에 관한 책을 밑줄 쳐 가면서 읽은 후 그것을 회사에 반드시 적용하려고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점진적인 적응이 더 필요하다. 얼마나 많은 작은 교회가 큰 교회 흉내내서 성장하려고 하다가 실패했는가?

마지막으로 나는 내가 비즈니스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것은 교만이었다. 나는 내가 아직 비즈니스를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아픔은 꽤 오래 지속되었다. 매일 100불짜리 저녁을 먹는다고 해도 137년 걸리는 돈을 손해 보았는데 어찌 아프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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