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그리스도, “영광을 훔친 가짜”
“적그리스도 Antichrist”라는 낱말은 희랍어 접두어 “안티”와 그리스도를 뜻하는 “크리스토스”가 결합된 합성어입니다. 접두어 안티는 원래 “~ 대신에 in place of”라는 뜻이었지만, 나중에는 “~에 반대하여 against”라는 의미를 갖게 됩니다. 현대 영어의 “해독제 antidote,” “항균제 antibiotic,” “부동액 antifreeze” 등의 단어에서 이러한 대적 및 방지의 경향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적그리스도라는 이름에서 접두어 안티는 두 가지 기본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첫째, 인간 삶의 모든 영역에서 그리스도를 대적하는 적대자를 가리킵니다. 둘째, 세계 지배에서 구세주를 대체하려는 그리스도의 경쟁자를 가리킵니다. 따라서 “대적”과 “대체”의 개념이 그리스도의 이름과 결합하여 인류사 전체에 걸쳐 암약하는 악마적 존재의 실체를 묘사합니다.
수 세기 동안 적그리스도는 역사적 인물들과 혼동되어 왔습니다. 이는 구약 시대부터 이어져 온 현상입니다. 선지자 다니엘은 그 인물을 거룩한 성전을 더럽히고 황폐하게 만드는 혐오스러운 존재라고 예언했습니다. 다니엘은 “그가 장차 지극히 높으신 이를 말로 대적하며 또 지극히 높으신 이의 성도를 괴롭게 할것이며”라고, 그 인물이 장차 행할 일을 언급합니다. 실제로 기원전 164년부터 75년까지 시리아를 통치했던 안티오쿠스 4세 에피파네스는 예루살렘을 파괴하고 제우스 제단을 세워 돼지를 바침으로써 성전을 더럽혔습니다. 그는 “황폐케 하는 가증한 것”으로 불린 예수 그리스도 이전의 적그리스도였습니다.
로마 황제 칼리굴라는 예루살렘 성전에 자신의 동상을 세워 그리스도를 대신하려 했습니다. 메시아의 탄생을 대적하고 구세주를 제거하려한 헤롯 대왕 역시 적그리스도적 인물입니다. 1세기 말에 활동했던 대표적인 이단 사상가 케린투스는 예수님의 동정녀 탄생을 부인하고 요셉과 마리아의 육체적 아들임을 주장했습니다. 이에 초기 교부들은 기독교의 핵심 교리인 예수님의 성육신과 신성을 부인한 그를 적그리스도로 규정했습니다.
예수님께서 경고하신 적그리스도의 실체는 두 축으로 나뉩니다. 첫번째는 스스로 구세주의 왕좌에 오르려는 자들입니다. 예수님은 “너희가 사람의 미혹을 받지 않도록 주의하라. 많은 사람이 내 이름으로 와서 이르되 나는 그리스도라 하여 많은 사람을 미혹하리라”고, 자칭 그리스도라고 하는 적그리스도를 언급합니다. “그 때에 사람들이 너희에게 말하되 보라 그리스도가 여기 있다 혹은 저기 있다 하여도 믿지 말라. 거짓 그리스도들과 거짓 선지자들이 일어나 큰 표적과 기사를 보여 할 수만 있으면 택하신 자들도 미혹하리라.” 이들은 초자연적인 권능과 기만적인 표적을 앞세워 구세주의 자리를 차지하려는 자들입니다.
예수님께서 경고하신 적그리스도의 두번째 축은 현세적 지배력으로 그리스도의 권세를 대체하려는 자들입니다. 예수님은 로마 군대가 예루살렘을 파괴하고 성전을 더럽힐 것을 이렇게 예언하셨습니다. “멸망의 가증한 것이 서시 못할 곳에 선 것을 보거든 (읽는 자는 깨달은 진저) 그 때에 유대에 있는 자들은 산으로 도망할지어다.” 절대 권력자였던 로마 황제는 성전에 “멸망의 가증한 것”인 자신의 신상을 세우고 모든 이에게 그것을 숭배하도록 강요했습니다. 멸망의 가증한 것이란 로마 황제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교회에서 그리스도의 머리되심을 혼동케 하는 자들입니다. 그리스도의 자리를 차지하는 이들이 적그리스도입니다.
사도 바울은 이들에 관해서 “그는 대적하는 자요, 또 하나님이라 불리거나 혹은 경배 받는 모든 것 위로 자기를 높이는 자로서 하나님처럼 하나님의 성전에 앉아 자기가 하나님인 것을 스스로 보이느니라”고 설명합니다. 역사상 많은 국가 통치자들, 정치인들, 그리고 영향력 있는 교회 지도자들이 적그리스도로 지목되었습니다. 바울 사도는 이들이 “모든 능력과 표적과 기적과 불의의 모든 속임으로” 활동하는 것을 강조합니다.
사도 요한은 적그리스도가 나타내 보이는 세 가지 기본적인 태도를 제시합니다. 첫째, 이들은 그리스도의 하나님의 아들이심을 부인합니다. 사도 요한은 “거짓말하는 자가 누구냐 예수께서 그리스도이심을 부인하는 자가 아니냐 아버지와 아들을 부인하는 그가 적그리스도니”라고, 아버지와 아들을 분리하는 자가 적그리스도입니다. 이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을 부인하는 자들입니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아들이시며 메시아이시므로, 그리스도를 부인하는 것은 하나님께서 그분 자신을 세상에 계시하시는 방식을 부인하는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하나님의 아들이심을 시인하는 사람은, 육체로 오셔서 십자가에 죽으시고 부활 승천하신 하나님의 독생자를 믿는 자신의 신앙을 선언하는 것입니다.
둘째, 이들은 그리스도의 성육하심을 거부합니다. 사도 요한은 적그리스도의 분별 방식을 이렇게 제시합니다. “사랑하는 자들아 영을 다 믿지 말고 오직 영들이 하나님께 속하였나 분별하라 많은 거짓 선지자가 세상에 나왔음이라. 이로써 너희가 하나님의 영을 알지니 곧 예수 그리스도께서 육체로 오신 것을 시인하는 영마다 하나님께 속한 것이요 예수를 시인하지 아니하는 영마다 하나님께 속한 것이 아니니, 이것이 곧 적그리스도의 영이니라.” 요한은 이 원칙을 거듭 강조합니다. “속이는 자들이 세상에 많이 들어왔는데 그들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육체 안에 오신 것을 시인하지 아니하느니라. 이런 자가 속이는 자요 적그리스도니라.”
셋째, 이들은 메시아 주권과 영광을 거부합니다. 사도 요한은 “예수께서 그리스도이심을 부인하는 자”가 미혹하는 자이고 적그리스도임을 반복하여 언급합니다. 그리스도의 성육신과 메시아적 직분을 왜곡하고 부정하는 자들이 적그리스도입니다.
요한 사도는 “지금도 많은 적그리스도가 나타났다”고 경고합니다. 적그리스도의 특징은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그들은 그리스도의 성육신을 거부하며 하나님의 아들 되심과 주권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이들은 영적인 표적과 기사를 행사하여 자신의 권능을 드러내 보임으로써 성도들을 미혹하여 그리스도가 받아야 할 영광을 자신들이 취하는 자들입니다. 요한은 우리에게 “스스로 조심하라”고 말씀한 후에, “그를 집에 들이지도 말고 인사도 하지 말라”고 단호한 어조로 권면합니다. 이남규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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