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칼럼이상열 선교사의 원주민 이해하기 카누 여정 - 침묵으로 배우는 지혜

[칼럼:원주민 이해하기] 카누 여정 – 침묵으로 배우는 지혜

카누 여정 – 침묵으로 배우는 지혜

카누 여정이 지속되면서 서로를 많이 알아가게 되었다. 지난 해 만난 사람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다른 부족에 카누 인원이 부족하면 가서 도와주다보면 어느덧 참석한 모든 사람이 한가족처럼 느껴진다. 낮에는 열심히 노를 젓고 밤에는 또 다른 이야기 꽃을 피웠다. 여행이 끝나는 날이 다가올수록 이야기 꽃은 더욱 강렬히 피어났다. 하지만 반드시 지켜야 하는 일이 있었다. 11시가 되면 무조건 소등하고 잠을 자야 하는 것, 그리고 침묵의 시간을 가져보라는 추천 사항도 있었다. 처음에 나는 내일 카누를 저으려면 피곤하니 충분히 휴식을 취하라는 뜻은 줄 알았다. 그런데 전체 카누 팀장이었던 웨스가 왜 침묵을 추천하는지 설명해 주었다.

“지금 우리는 조상 때부터 살아온 이 대지 위에 텐트를 치고 누워있다. 어머니인 대지 위에 누워 안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침대 위에서는 그 품을 느끼기 쉽지 않았으니 이제 어머니의 품에 안겨 어머니의 음성을 들어보라. 그리고 하늘 아버지가 들려주시는 하늘의 메시지와 숲에서 들여오는 형제자매들의 속삭임을 들어보라. 우리 조상들은 이 대지에서 그들과 지혜를 교감하면서 살아왔고 이곳에 누워 귀를 기울였다. 우리도 이제 이곳에 누워 잠잠히 그들의 소리를 보고 느끼고 들어보라.”

범신론적 사상을 말하는 게 아니었다. 사람뿐 아니라 자연에서 오는 지혜를 느껴 보라는 의미였다. 자연에서 지혜를 얻으려면 먼저 침묵을 해야 한다고 했다. 사람들과는 활동하고 대화하고 강연을 들으며 지혜를 배우지만,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려면 인간의 언어를 멈춰야 한다고 했다. 참석한 이들이 지혜에 귀를 열수 있도록 침묵의 시간을 지켜주려 한 것이다. 또한 상상 못할 수많은 상처를 가진 이들이 자연 앞에 그저 아무말 없이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치료와 위로를 얻고 있었다. 원주민은 모두가 인정하고 공감하는 조상때부터 구전된 지혜도 중요하게 여기지만, 개인이 깊은 묵상 속에서 얻는 깨달음도 의미있는 지혜로 여긴다.

오랜 시간에 걸쳐 만나고 이어져 온 참석자들이기에 꼬박 15일 내내 자기 이야기를 한다고 해도 속이 후련하게 풀릴 리는 만무했지만, 그들은 밤 11시가 되면 반드시 불을 끄고 각자의 자리에서 개인 침묵 시간으로 들어갔다. 바쁜 삶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간과했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위해서는 나의 언어를 멈추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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