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법의 핵심 원리로서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
예수님 당시에 서기관들은 율법을 연구하는 전문가였습니다. 대부분의 서기관들은 바리새파(Pharisees)에 소속되어 있거나, 바리새파의 신학적 견해를 동의하였습니다. 그러나 모든 서기관들이 바리새파에 소속되어 있었던 것은 아니고, 사두개파나 다른 그룹에 소속되어 있거나, 또는 어느 당파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고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서기관들도 있었습니다. 따라서 사복음서에서는 이러한 경계를 나누기 위해서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을 각각 독립된 존재로 기록합니다(마 5:20; 12:38; 15:1; 23:2, 13, 15, 23, 25, 27, 29; 막 7:1, 5; 눅 5:21, 30; 6:7; 11:53; 15:2; 요 8:3). 그러나 유일하게 마가복음2장 16절에서 “바리새인들의 서기관들”이라는 표현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마가복음에 기록되어 있는 대부분의 서기관들은 예수님을 비난하거나 함정에 빠뜨리려는 목적으로 예수님께 접근합니다(막 2:6; 3:22; 11:18). 하지만 마가복음 12장 28절에서 이 서기관은 예수님께서 사두개인들의 질문에 지혜롭게 대답하시는 모습을 보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예수님께 접근합니다. 이와 반대로 동일한 내용을 기록하고 있는 마태와 누가는 서기관이 예수님을 ‘시험하고자’(peirazo: to test) 접근했다고 그 이유를 분명히 기록하고 있습니다(마 22:35; 눅 10:25).
마가복음 12:28-34절은 “A(12:28) – B(12:29-33) – A´(12:34)”의 교차 대구법(Chiasm)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서기관은 예수님께서 사두개인들에게 올바르게 대답하는 것을 보고(idon: seeing) 예수님께 질문을 합니다(A: 막 12:28). 서기관의 질문에 예수님께서는 신명기 6:4-5절과 레위기 19:18절을 인용해서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가장 큰 계명으로 정의하시고, 서기관은 예수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하면서 사랑이 모든 번제물들과 제사들보다 중요하다고 대답합니다(B: 막 12:29-33). 예수님께서는 서기관이 지혜롭게 대답하시는 것을 보시고(idon: seeing) 서기관의 영적 상태를 말씀하십니다(A´: 막 12:34). (Joel Marcus, Mark 8-16, The Anchor Yale Bible 27a, pp. 844-45).
(막 12:28) 그리고 서기관들 중에서 한 사람이 다가와서 그들이 함께 논쟁하는 것을 듣고, 또한 그(예수)가 그들에게 올바르게 대답하는 것을 보고, 그(예수)에게 질문하였습니다. “모든 것들 중에 첫 번째 되는 계명이 무엇입니까?” (29) 예수께서 대답하셨습니다. “첫째는 이것이다. ‘들으라 이스라엘아, 주 우리 하나님은 한 분 주님이시다.’ (30) 그러므로 너의 온 마음으로부터 그리고 너의 온 생명으로부터, 그리고 너의 온 생각으로부터, 그리고 너의 온 힘으로부터 너의 주 하나님을 사랑하라. (31) 둘째는 이것[이다.] ‘너의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하라.’ 이것들보다 더 큰 계명은 없다.” (32) 그리고 그 서기관이 그(예수)에게 말하였습니다. “선생님, 올바른 [말씀입니다.] 그분(하나님)은 한 분이시며, 그분(하나님) 이외에 다른 이가 없다고 말씀하신 것을 당신이 참되게 말씀하셨습니다. (33) 그리고 온 마음으로부터, 그리고 온 지혜로부터, 그리고 온 힘으로부터 그(하나님)를 사랑하는 것과, 또한 이웃을 자기 자신처럼 사랑하는 것은 모든 번제물들과 제사들보다 더욱 중요합니다. (34) 그러자 예수께서 그가 지혜롭게 대답한 것을 보시고 그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너는 하나님의 나라로부터 멀리 있지 않다.” 그리고 아무도 더 이상 그(예수)에게 질문하지 않았습니다. (Translated by YG Kim)
예루살렘의 종교 지도자들은 예수님을 올무에 빠뜨리려고 권위(막 11:27-33)와 세금(막 12:13-17), 그리고 부활 논쟁(막 12:18-27)에서 예수님께 적대적으로 접근했습니다. 그러나 본문에 등장하는 서기관은 예수님께 다가와 예수님과 사두개인의 부활 논쟁을 듣고 있었고, 예수님께서 부활을 부인하는 사두개인들에게 올바르게 대답하는 것을 보고, 예수님께 질문하였습니다(막 12:28). 서기관이 예수님께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을 보면, 아마도 그는 세상의 마지막 날에 모든 의인들의 부활한다고 생각하는 바리새파에 소속되어 있는 서기관일 가능성이 가장 높습니다.
서기관은 율법과 관련해서 “모든 것들 중에 첫 번째 되는 계명이 무엇입니까?”(막 12:28d)라고 예수님께 질문합니다. 서기관의 질문은 당시 율법 교사들 사이에서 전형적으로 논의 주제였습니다. 율법학자들은 토라(Torah)를 613개로 구분하였고, 이를 긍정적인 내용 248개와, 부정적인 내용 365개로 분류하였습니다. (R. Alan Culpepper, Mark, 2007, Smyth and Helwys, p. 419; Robert H. Stein, Mark, Baker Academic, 2008, p. 560). 따라서 예수님 당시 율법을 연구하는 서기관들은 613개의 율법 가운데에서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원리가 무엇인지 논쟁 가운데에 있었습니다. 따라서 예수님을 향한 서기관의 질문은 613개의 율법 가운데에서 가장 중요한 율법에서부터 덜 중요한 율법으로 서열을 나누는 순서를 질문하는 것이 아니라, 613개의 율법을 관통하는 가장 핵심적인 원리를 질문하는 것입니다.
서기관의 질문에 예수님께서는 율법의 두 가지 핵심 원리를 말씀하십니다. 율법의 첫 번째 핵심 원리는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마태와 누가와 달리 마가는 예수님께서 “들으라 이스라엘아, 주 우리 하나님은 한 분 주님이시다”(막 12:29b)라고 말씀하셨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신명기 6장 5절을 인용하신 예수님의 말씀은 경건한 유대인들이 매일 아침 저녁으로 암송하는 ‘쉐마’(Shema)의 말씀으로 율법의 필수 전제 조건입니다. 마태와 누가와 다르게 마가가 “주 우리 하나님은 한 분 주님이시다”라는 말씀을 강조해서 기록하고 있는 이유를 마가 공동체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로마의 다신교적 환경에 처해 있는 마가 공동체에게 ‘하나님은 한 분이시다’라는 유일 신앙을 강조하기 위함입니다. 따라서 예수님을 따르는 것이 다신교 중에서 하나의 신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유일하신 하나님을 섬기는 것입니다. 또한 예수님께서 하나님을 “우리 하나님”이라고 표현하고 계신데 이것은 유대인과 이방인의 갈등 속에서도 이방인 공동체인 마가 공동체가 언약의 공동체임을 강조하기 위함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유일 신앙 안에서 하나님을 사랑하는 방법을 네 가지 영역으로 세분화하여서 제시하십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네 가지 영역은 ‘마음’(kardia: heart)과 ‘생명’ (psyche: soul)과 ‘생각’ (dianoia: mind)과 ‘힘’ (ischys: strength)입니다.
첫 번째로 ‘마음’은 단순히 감정을 표현하는 장소가 아니라 인간의 의지와 선택과 그리고 내면 생활의 중심을 이루는 장소입니다. 예수님께서 하나님을 ‘온 마음으로부터’ 사랑하라고 말씀하신 이유는 위선(hypocrisy)이 없는 진실함(sincerity)과 하나님의 뜻에 일치함(alignment of will)으로 하나님을 사랑하라는 의미입니다.
두 번째로 ‘생명’은 피조물인 인간의 생명의 원리이자 존재 자체입니다. 따라서 예수님께서는 자신의 육체적 생명보다 하나님을 더 사랑해야 한다고 결단을 요구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길 위에서 첫 번째 수난 예고(막 8:31) 이후에 제자들에게 십자가를 지고 자신을 따르라고 말씀하셨는데, 그 이유를 “왜냐하면 누구든지 자신의 생명을 구원하려고 원한다면, 그는 그것(생명)을 잃을 것이다. 그러나 누구든지 자신의 생명을 나와 그리고 복음을 위해서 잃으면, 그는 그것(생명)을 구원할 것이다”(막 8:35)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결과적으로 예수님께서는 육체적인 생명보다 더 귀한 것은 하나님과의 올바른 관계 속에 주어지는 ‘영원한 생명’(eternal life)임을 강조하십니다.
세 번째로 ‘생각’은 인간의 사고와 이해력 그리고 지적인 능력을 의미합니다. ‘생각’은 신명기 6장 5절에 기록되어 있는 ‘쉐마’의 말씀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내용으로 예수님께서 추가하신 내용입니다. 그러면 예수님께서 왜 “온 생각으로부터” 하나님을 사랑하라고 말씀하고 계십니까? 그 이유는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이 맹목적인 순종이 아니라 지적인 성실함과 의지를 포함한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생각으로부터’ 하나님을 사랑한다는 것은 인간의 내면에서 갈등하고 있는 도덕적 의식(moral consciousness)을 하나님의 뜻과 일치시키는 삶입니다.
마지막 네 번째로 ‘힘’은 인간의 모든 에너지와 생명력을 의미합니다. ‘힘으로부터’ 하나님을 사랑하는 모습은 우리의 신체적 능력뿐만 아니라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물질적 자원을 포함해서 하나님을 사랑하라는 의미입니다.
결과적으로 예수님께서는 인간의 마음과 생명, 그리고 생각과 힘이라는 네 가지 요소를 제시함으로써 인간 존재의 어느 한 부분도 예외 없이 하나님을 사랑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율법의 두 번째 핵심 원리는 이웃 사랑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레위기 19장 18절의 말씀을 인용하셔서 “너의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하라”(막 12:31b)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원칙은 유대 전통에서도 율법의 요약으로도 선언되었습니다(Rabbi Akiba, Sifra, Kedoshim 4:12; “You shall love your neighbor as yourself” (Lev 19:18) – This is the great principle of the Tora).
예수님께서는 서기관으로부터 질문을 받지 않은 내용인 이웃 사랑을 언급하신 이유는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이 곧 이웃을 사랑하는 모습으로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이 하나님과의 수직적 관계로 나타난다면, 이웃을 사랑하는 것은 하나님의 사랑이 어떻게 이웃에게 수평적으로 나타나는지 보여줍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두 계명보다 “더 큰 계명이 없다”고 말씀하심으로써, 모든 율법의 핵심 원리가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으로 정의하셨습니다.
율법의 두 가지 핵심 원리에 관한 예수님의 말씀을 들은 서기관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줍니다. 서기관은 예수님께서 사두개인들에게 ‘올바르게’(kalos: well, answer rightly) 대답하신 것을 보고(막 12:28) 질문을 하였기에, 서기관은 자신의 입술로 예수님께서 ‘올바르게’(kalos; 막 12:32) 대답하셨다고 고백합니다. 특별히 서기관은 예수님을 ‘선생님’(didaskalos: teacher)으로 지칭하면서 예루살렘의 다른 종교 지도자들과 다르게 예수님을 향한 존경을 표현합니다. 서기관은 마음과 지혜 그리고 힘으로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이 이웃 사랑과 하나가 되어야 함을 강조해서 반복합니다. 또한 서기관은 하나님과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 “모든 번제물들과 제사들보다 더욱 중요”하다는 고백을 합니다(막 12:33). 이 고백은 “순종이 제사보다 낫고 듣는 것이 숫양의 기름보다 낫습니다”(삼상 15:22; 바른 성경)라는 고백과, “나는 인애를 원하고 제사를 원치 아니하며 번제보다 하나님 알기를 원한다”(호 6:6; 바른 성경)라는 구약의 핵심 원리와 일치합니다. 이 고백이 놀라운 이유는 당시 성전에서 제사를 집례하던 종교 지도자들이 예수님을 죽이려 음모를 꾸미고 있던 맥락에서, 서기관의 고백은 종교적 의식(ritual)보다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사랑의 실천이 하나님 나라의 백성들의 본질적인 삶의 특징임을 보여줍니다.
예수님께서는 서기관이 ‘지혜롭게’(nounechos: wisely) 대답한 것을 보시고 서기관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지혜롭게’라는 헬라어 부사는 ‘마음’(nous: mind)이라는 명사와 ‘소유하다’(echo: to have)라는 동사가 결합된 단어로 신약 성경에서 단 한 번 사용되는 ‘하팍스 레고메나’(Hapax Legomena)입니다. 서기관이 ‘지혜롭게’ 대답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위선이 없는 진실함과 하나님의 뜻에 일치함으로 예수님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예수님께서는 서기관에게 “너는 하나님의 나라로부터 멀리 있지 않다”라는 칭찬을 해주시면서 회개와 결단을 요구하십니다.
예수님과 서기관의 대화가 끝나자 아무도 더 이상 예수님께 질문하지 않았습니다. 마가는 이러한 변화를 통하여 예수님께 예루살렘에서 종교 지도자들과의 논쟁을 끝내고, 예수님의 가르침(막 12:35-37)과 경고(막 12:38-40) 그리고 십자가를 향한 여정으로 전환됨을 보여줍니다.
<함께 나누기>
- 마가복음 12장 28-34절의 구조를 설명해 보십시오.
- 예수님께서 대답하시는 율법의 첫 번째 핵심 원리인 “하나님 사랑”을 “마음, 생명, 생각, 힘”이라는 네 가지 영역에서 어떻게 설명될 수 있습니까? 각 영역에서 그 의미와 특징을 설명해 보십시오.
- 예수님께서 대답하시는 율법의 두 번째 핵심 원리인 ‘이웃 사랑’은 하나님 사랑과 어떠한 연결 고리가 있습니까?
-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율법의 두 가지 핵심 원리에 관하여 서기관은 어떻게 대답했습니까? 또한 서기관은 왜 하나님과 이웃 사랑이 모든 번제물들과 제사들보다 더 중요하다고 고백했습니까?
- 서기관이 ‘지혜롭게’ 대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입니까? 또한 ‘지혜롭게’ 행동하는 사람의 특징은 무엇입니까?
복음에 빚진 자 김윤규 목사 (토론토 쉴만한물가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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