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 이야기 9> 용서 결단의 과정
누군가를 용서한다는 말을 현실적으로 실현가능한 수준으로 풀어서 표현하자면 그 사람이 잘못을 행하기는 했지만 그가 행한 잘못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에게 보복하지 않는 것을 의미하며 더 나아가 그 사람을 위해 기도하기로 작정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핍박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고 하신 말씀을 따르는 일이기도 합니다. 나에게 상처를 주고 해를 끼친 사람을 사랑하라는 말씀을 실천하는 첫번째 단추는 그에게 보복하지 않고 그를 위해 기도하는 것입니다.
용서는 상대방에게 값을 요구하는 대신 자기 자신이 값을 치러야 하는 자기 희생적인 결단입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우리는 많은 눈물을 흘릴 수 있고 때로 요셉처럼 소리 내어 울 수도 있습니다. 십자가를 지시기 전에 예수님께서는 심히 고민하고 슬퍼하며 기도하셨고 (마 26: 37-38; 막 14:34) 땀이 핏방울처럼 되어 땅에 떨어지기까지 씨름하며 기도하셨습니다 (눅 22:44).
용서는 이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어떤 일들은 상처나 피해가 크지 않기 때문에 용서하기 위해 몸부림치지 않아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상처가 아물기도 하지만, 어떤 일들은 그 상처로 인한 짐이 크고 무겁기 때문에 그 짐을 내려 놓기 위해 잠을 못 이루며 씨름하고 몸부림을 쳐야 합니다. 그래서 이성적으로나 논리적으로는 내가 받은 상처만큼, 내가 당한 만큼 상대방에게 되돌려주고 싶지만 그렇게 하지 않기로 마음에 결단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러한 결단을 통해 내가 마음에 평화를 누리게 되는 일은 단번에 찾아오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용서는 과정입니다. 뿐만 아니라, 용서를 결단하기까지 우리는 많은 단계를 거쳐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자신이 받은 상처와 상대방에 대한 용서의 문제로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용서를 결단하기까지 거쳐야 할 여러 단계들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용서를 결단하기 과정에서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상대방이 나에게 행했던 일로 인해 내가 어떤 피해를 보게 되었는지, 그가 행했던 일이 어떤 점에서 잘못된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기술하는 일입니다. 자신이 당한 일이 어떤 것이었는지 구체적으로 기술하다 보면 어떤 일들은 실제 행해졌던 일보다 내가 감정적으로 느끼는 무게가 지나치게 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누군가를 용서한다는 말은 그가 했던 잘못에 대해 그에게 보복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가지기 때문에 그 사람이 행한 잘못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다음으로는 상대방이 행했던 잘못과 관련하여 내가 느꼈던 감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기술해 보는 일이 필요합니다. 그 일로 인해 내가 느꼈던 감정이 두려움인지, 아니면 죄책감인지, 혹은 수치심이나 모욕감인지, 아니면 슬픔인지 명료화 해 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부정적인 감정들이 어떻게 상처가 되어 분노를 발전했는지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셋째로는 자신에게 일어났던 상처와 분노를 글로 적어 보거나 누군가에게 고백하는 일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에게 갇혀 있던 상처와 분노를 밖으로 내보내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상처는 공기를 만나 딱지가 생기고 그 딱지가 떨어져야 새 살이 돋아 날 수 있고 분노의 압력은 밖으로 김을 흘려 보내야 가라앉을 수 있게 됩니다.
넷째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어떤 일들은 나의 실수가 원인이 되어 그 실수에 대한 반응으로 상대방이 나에게 잘못된 일을 한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숙고의 과정은 실수를 줄이는 지혜를 얻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고 상대방에게 허용하지 말아야 할 일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 줄 수도 있습니다. 이런 일들은 자신을 또 다른 상처나 피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필요합니다.
다섯째로는 지난 번 글에서 기술했던 것처럼 상대방을 한 인간으로서 불완전성과 한계성을 가진 존재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용서를 실천하기 위해 내적인 노력을 하는 것입니다. 이런 노력에는 나 자신도 부지 중에, 혹은 삶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는 불완전한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일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이런 노력들은 상대방에 대한 연민을 가지게 하는 데 도움을 줄 것입니다.
여섯째로는 상대방의 잘못으로 인해 발생한 나의 고통의 의미를 기술해 보는 것입니다. 고통이 단지 고통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의미를 지닌 것이 되도록 하기 위해 자신이 받은 고통의 의미를 숙고하는 일은 영적 성장의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습니다. 이 일은 우리에게 일어나는 잘못된 일을 통해서도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의 섭리를 발견하게 해 주고 우리로 하여금 과거로부터 해방되어 하나님께서 행하실 새로운 일에 소망을 품을 수 있게 해 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용서를 선언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용서를 마음에 결단하고 그 결단을 기도를 통해 입술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그 기도는 단지 결단의 표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분노의 감정을 버리고 마음의 평화를 누릴 수 있도록, 그리고 당장은 어렵겠지만 마침내 상대방을 끌어안을 수 있고 상대방에게 선을 행할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하는 것입니다. 상대방을 위해 기도하는 일은 그에게 선을 행하는 첫번째 걸음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용서의 선언은 우리에게 과거의 일로 인한 부정적인 감정이 되살아날 때 그 부정적인 감정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지켜주는 일을 할 것입니다.
용서를 선언할 때는 앞의 단계들에서 살펴보았던 내용들을 적은 종이를 불로 태우는 의식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 태움과 함께 과거의 부정적인 감정들을 떠나 보내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면 후에 그 감정들이 되살아날 때 그 감정들을 떠나 보냈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데 도움을 줄 것입니다. 용서가 우리 삶에 실현되기 위해서는 때로 이처럼 내적인 노력과 함께 외적인 노력이 함께 어우러지는 것이 필요합니다.
박진경 (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 객원교수, Family Alive 대표, 홈페이지: www.familyalive.ca, 이메일: familyalive202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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