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향한책읽기, 존 마크 코머, [슬로우 영성], 두란노, 2021
자신이 개척한 교회인 브리지타운교회(Bridgetown Church)가 1년에 천 명씩 등록하며 급성장하는 교회가 되어 가고 있을 때 담임목사인 존 마크 코머(John Mark Comer)는 파격적인 선택과 행보를 걷는다. 그것은 대형교회 멀티사이트 교회로 분립하는 성장과 부흥의 정점에서 담임목사직의 사임을 발표한 것이다. 그리고 그는 그 교회의 멀티사이트 교회들 가운데 한 교회에서 교육담당 목사가 된다. 담임목사의 자리를 내려놓고 교육담당목사로 간다는 것은 분명 목사에게 문제가 있거나, 능력이 없거나, 배짱이 없다는 구설수에 오를 수밖에 없다.
정말 어떤 문제가 있어서 저자는 그런 결정을 하게 된 것일까. 저자는 이 책 [슬로우 영성]을 통해 예수님께서 우리를 초대하고 계시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아니 어떤 초대이기에 그런 선택을 하게 된 것일까. 자신은 예수님께서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라고 하신 그 초대에 응했다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독자에게 예수님의 초대를 받아들일 것인지를 묻고 있다. 그리스도인들이 바쁨과 서두름과 과로의 문화에 동화되고 있기에 그리스도인들의 삶에서 하나님이 점점 주변으로 밀려나고 계시다는 것이다. 어떤 관계이든지 둘 만의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당연한데 과연 당신과 하나님과의 관계는 어떠한 지 묻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이 시대 영성의 가장 거대한 적을 만성적 바쁨이라고 했다. 그 만성적 바쁨은 자신에게도 들이닥쳤고 자신은 침몰하기 직전이었다고 고백한다. 그 때에 미국의 철학자 달라스 윌라드의 “바쁨은 우리 시대에 영적 삶을 방해하는 큰 적이라 삶에서 바쁨을 가차 없이 제거해야 한다.”는 말을 곱씹게 되었다. 또한 코리 텐 붐 여사의 “사탄이 우리가 죄를 짓게 만들 수 없을 때는 바쁘게 만든다.”고 한 말과 심리학자 칼 융이 “바쁨은 악마의 것이 아니라 악마 자체다”라는 말에 가슴을 치며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돌아보니 담임목사로서의 삶 가운데 바쁨으로 말미암아 관계를 죽이고 기쁨과 감사를 죽이고 살아온 것이 보였다. 바쁨은 지혜를 죽이고 영성, 건강, 가정, 배려, 창의성, 베풂까지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모든 것을 죽이고 있음을 철저하게 보게 되었다. 특히 성공에 묶여버린 삶이 결국에는 폭력으로 바뀌어 자신의 몸을 한계까지 밀어붙이거나 자녀와 전쟁을 벌이고 자녀가 마음의 상처를 입고 두려움에 떨어도 그들과 함께 할 시간을 내지 못하고 있는 자신을 들여다보게 된다.
예수님은 “사람이 만일 온 천하를 얻고도 자기 목숨(영혼)을 잃으면 무엇이 유익하리요”(막 8:36)라고 말씀하셨다. 진정한 문제는 시간이 해법이 아니라는 점이다. 하루가 열시간만 더 있으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결코 바쁜 삶의 해법은 더 많은 시간이 아니다. 데살로니가전서 4장 11절 “조용한 삶을 영위하는 것을 여러분의 야망으로 삼으십시오(you make it your ambition to lead a quite life)”라는 성경 말씀을 통해 진정한 자신의 야망이 조용한 삶을 추구하는 것이 되어야 함을 비로소 깨닫게 된다.
욜로(YOLO, 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해 소비하는 태도)나 포모(FOMO, 다른 사람은 모두 누리는 좋은 기회를 놓칠까 봐 걱정하고 불안한 마음)의 문화적 시대 속에 “그거 봤어?”라는 한 마디에 자신이 뒤처지고 있다는 불안감에 몸을 떨게 되는 이 시대에 우리는 과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저자는 그런 고민에 기가 막히게 좋은 소식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당신은 모든 것을 할 수 없다.”는 말이다. 아니 이것이 무슨 좋은 소식인가.
사람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소리를 하고 있지 않은가. ‘한계를 뛰어넘으라’는 소리에는 열렬히 환호하지만 ‘한계를 받아들이라’는 말에는 분노하는 것이 사람임을 모르는가. ‘느리다(slow)’라는 표현은 경멸의 표현으로 쓰이며, 아이큐가 낮거나 둔하거나 서비스가 엉망이거나 영화가 따분하다는 뜻으로 쓰이는지 정말 모르는가. 느린 것은 나쁜 것이고 빠른 것은 좋은 것이라는 문화가 주는 강력한 메시지를 들어보지 못했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인간이 흙으로 지음 받았음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올바른 시작이 가능하다고 강력히 주장한다. 한계가 있음을 아는 것이 시작이라는 것이다. 불멸의 존재가 아니라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우리는 바른 방법을 찾아가는 여정이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예수님으로부터 배운 4가지 습관(침묵과 고독, 안식일, 단순함, 늦추기)을 이 책의 후반부에 자세히 설명한다. 이런 예수님의 습관을 통해 배우는 것은 삶의 속도를 늦추는 것이 결국의 초점이 아니라 하나님과 사람들과 현재 순간에 집중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바쁨으로 돌아가려는 중력이 실로 엄청나기에 우리는 금세 이전처럼 돌아가게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늦추라(Slow), 숨을 쉬라, 현재로 돌아오라, 예수님 안에 거하라”를 바쁨의 중력에 끌려가려고 할 때 늘 되뇌인다고 한다.
저자는 먼저 예수님으로부터 배운 이 습관들을 통해 현재라는 이 순간에 집중하여 ‘하나님, 내 영혼, 내 생명’을 찾을 수 있었음에 감격한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그 감격을 함께 경험하자고 초대하고 있는 것이다. 프랭크 루박은 “하나님으로 충만하다면 모든 지금은 영원이다.”라고 했다. 왜 우리는그 다음 순간으로 그렇게 서둘러 넘어가려고만 하고 있는가. 지금 이곳에서 감사히 받고, 축하하고, 나누어야 할 것을 ‘슬로우 영성’으로 하나님으로 충만한 삶을 경험하기를 원하는 이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