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의 아픔을 넘어서_신동희 전도사(키치너워터루 드림교회)
나와 우리 가족은 8월 25일 남편이자 아빠인 고창석 목사를 하나님 나라로 떠나보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것은 단순히 그 한사람을 잃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 이상이다. 정현종 시인은 방문객 이라는 시에서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라고 노래했다. 한 사람이 내게 오는 것은 단순한 일이 아니 라고한다. 한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한 사람이 내게서 떠나 간다는 것은 실로 어마어마한 상실이며,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잃는 일이다. 그래서 누군가가 나에게서 떠나면 상실의 아픔 때문에 힘이 들 수밖에 없다. 이런 어마어마한 것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감사한 일들이 참 많았다.
10월 23일부터 28일까지 남편의 유해를 고향 제주도에 안치하기 위해 두 아들들과 함께 한국에 다녀왔다. 힘든 여정이었지만 함께 추모 예배해 준 많은 감리교 신학대학교 93 신학과 동기 목사님들과 또 유해 안치 예배를 위해서 애써주고 참석해 주신 많은 이들 때문에 말할 수 없는 감사함과 위로함을 받고 돌아왔다.
이곳 캐나다 토론토에서 한국 인천공항으로 가는 여정은 거의 이틀의 여정이 걸린다. 시차 때문에 더 그렇다. 아들들과 월요일 아침 출발한 여정이었지만 화요일 오후에나 도착한 한국 인천공항, 남편 친구 목사님이 공항에 마중 나와주셨다. 우리는 화요일(24일) 밤 8시에 남편 동기 목사님들과 함께 남편 추모예배를 드리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먼저 동기 목사님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동기 목사님이 목회하시는 인천드림교회 (박장현 목사 담임)로 이동했다. 우리 교회와 이름이 같은 드림교회는 참 멋진 교회였다. 몇 년 전에 리모델링을 해서 아주 깨끗하고 현대식으로 교회를 찾는 모든 이들이 예배드리기에 불편함이 없도록 모든 시스템은 물론 목사님들(드림교회에서 시무하시는 목회자들)께서 세심한 배려를 하고 계셨다.
많은 동기 목사님들이 남편의 추모예배를 함께 드리기 위해 참석해 주셨다. 학창시절 함께 공부했던 목사님들 도계셨고, 처음 뵙는 동기 목사님들도 계셨다. 평일 저녁시간, 사역을 마치고 쉬고싶으셨을텐데, 동기 목사를 생각하고 유가족인 나와 우리 아들들을 위로하기 위해 멀리 시애틀에서, 전북 익산에서, 영월 등과 인근 각처에서 참석해 주셨다. 뭐라 말할 수 없는 감동과 감사가내마음에 일었다. 그것도 평소 동기 모임보다 훨씬 많은 30명이 넘는 목사님과 다섯 분의 사모님들이 함께해 주셨다.
추모예배 순서는 93 신학과 동기회 총무이신 이용종 목사님(만석교회 담임)의 사회와 오태현 목사님(의정부제 일교회 담임) 기도, 이민호 목사님(영종중앙교회 부담임)의 성경봉독, 남편이랑 가장 친했던 친구 이준구 목사 님(우성교회 담임)이 “여호와는 우리의 목자시니 우리에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란 주제를 가지고 설교를 하셨다. 이 목사님은 93년 2학기부터 고창석 목사와 함께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쌓아 온 우정과 그 동안 함께 하면서 그 시간 동안 남편을 통해서 배운 삶의 진솔함과 목사로서의 삶 등을 조명하며, 특히 고창석 목사의 삶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사랑 넘치는 오지랖의 삶”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천국에서 평안히 쉬고, 남은 사역은 친구들인 자신들이 성실히 해 나가겠다는 다짐의 말도 덧붙이셨다. 친구의 일이건, 남의 일이 건 돕는데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다 갔다는 설교에, 한 예로 지난해 동기회장이었던 박근진 목사님(생명나무교회 부담임)은 7-8월 많이 아픈 와중에 말할 힘도 없으면서도 박 목사님께 전화를 걸어 동기 박한희 목사의 목회자리 잘 도와주라고 신신당부했다는 내용을 전했다.
나는 이런 동기 목사님들의 사랑에 답례로 감사 인사를 전했다. 특별히 감사한 것은 이렇게 동기 목사님들과 함께 추모예배를 드릴 수 있어서 감사 할 뿐 아니라 이 예배를 위해서 수고해 주신 93 동기회 회장이신 박장혁 목사님과 모든 임원 목사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했다. 추모예배의 특별 순서로는 장학금 전달식이 있었다. 드림교회 박장혁 목사님(93 신학과 동기회 회장)은 그 교회에서 장학금을 마련하셔서 나에게 전달해 주셨고, 시애틀 정요셉 목사님(좋은씨앗연합감리교회 담임)도 큰아들 우림이에게 교회에서 마련한 장학금을 전달하기 위해 그 먼 길을 비행기로 날아와서 함께해 주셨다. 이 모든 순서 후에 드림교회 박장혁 목사 축도로 추모예배를 마쳤다.
또 제주도에서 진행 된 남편 유해 안치 때도 감사한 일이 많았다. 제주도가 고향인 남편은 제주도 고향을 사랑 했다. 그래서 남편과 이야기했던 일 중 하나가 자신의 유해를 제주도 선산 가족 묘지에 묻자는 이야기였다. 그래야 우리 자녀들이 한국과의 관계성도 계속해서 가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래서 나는 남편 유골함을 두 개로 준비해서 하나는 이곳 키치너 워터루에 있는 납골당에 안치 했고, 다른 하나는 제주도에 있는 가족묘지에 안치하는 걸로 결정했다. 이번 제주도에서 남편 유해를 안치하면서 드린 예배가 한편으로 뜻 깊었던 것은 고향 본교회 목사님(고근섭 목사 – 조천감리교회 담임)께서 10월 29일 예배를 마지막으로 은퇴를 결정하셔서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신다고 했다. 그래서 남편 유해 안치 예배는 아버지처럼, 형님처럼 생각했던 고향 조천 교회 담임 목사님께서 인도해 주신 마지막 예배가 되었다. 고근섭 목사님도 눈물로 남편을 보내면서 긴 세월 동안 함께했던 좋은 추억을 잠깐이나 나눠주시며 천국에서 다시 만날 때까지 평안하기를 빌었고, 유가족인 우리를 위로해 주셨다.
이렇듯 남편 고창석 목사를 보내면서 감사한 일들이 참 많았다. 많은 분들의 진심어린 위로와 응원이 상실의 아픔을 넘어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또한 남편이 하던 목회사역도 계속 해서해 나갈 힘을 얻는다. 앞으로도 남편의 빈 자리를 느끼겠지만 그때마다 함께하는 하나님의 은혜와 그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이들과의 동력함으로 주님께서 부르시는 그날까지 달려가기를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