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커플매뉴얼 #3 – “우리는 왜 싸울까?”
“카르만의 트라이앵글 (The Karpman Triangle)에 대해 들어본적이 있나요? 관계 삼각형 (The Relationship Triangle)이라고 불리기도 하지요.”
1968년 미국 듀크의학대학교 (Duke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에서 대학원과정을 공부하던 스테판 카르만 박사 (Stephen Karpman)는 관계삼각형 모델을 개발해 발표했고, 학계는 열광했습니다. 관계삼각형 모델은 모든 남녀관계에 세 가지 역할(role)이 존재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그 세가지 역할은 핍박자 (P: Persecutor), 구조자 (R: Rescuer) 그리고 피해자 (V: Victim)입니다. 지금 우리가 시청하는 드라마와 영화에 등장하는 연인 및 부부관계는 이 모델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연인과의 저녁약속시간에 당신이 30분 늦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식당 주인에게 미안해하며, 혼자 30분째 기다리는 당신의 연인은 이 상황가운데 피해자의 위치에 놓여지게 됩니다, 그에게 눈치를 주는 식당주인과 여전히 나타나지 않는 당신은 지금 핍박자의 위치에 있습니다. 관계삼각형에서 지금 무엇이 빠져있나요? 그는 지금 구조자가 필요합니다. 마음속으로 당신이 빨리 도착해서 구조자의 역할이 되어주기를 원할 것입니다. 당신이 나타나 이렇게 말해주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많이 기다렸지. 정말 미안해. 다음부터는 안늦을께. 먼저 주문하지 않고, 기다려줘서 정말 고마워. 당신 배려심은 정말 최고야!” 당신이 이렇게 말한다면 당신은 구조자의 역할을 통해서 그의 필요를 충족해주게되고, 그 결과 맛있게 저녁식사를 하며 기분좋게 데이트를 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당신이 나타나자마자 이렇게 말해버린다면 어떻게 될까요? “먼저 도착했으면 내 도착시간에 맞춰서 알아서 음식을 주문했어야지. 나 무슨 음식 좋아하는지 몰라? 왜 이렇게 센스가 없어? 내가 이렇게 늘 일일이 다 설명을 해야만해? 그러니까 식당 주인한테 눈치를 받는거야.” 그에게 필요한 사람은 구조자인데, 당신은 더 강력한 핍박자로써 나타났습니다. 이 뒤의 상황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저녁식사 내내 어색한 침묵이 그 자리를 덮을 것이고, 또 한차례 연인과 다투게 될 것입니다.
또다른 예로 설명드리겠습니다. 당신은 연인과 드라이브중입니다. 당신의 연인은 운전을 하고 있고, 당신은 옆자리에서 스타벅스 드라이브인으로 주문한 커피를 마시며 차안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듣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다른 차선에 있던 차가 끼어들었고, 깜짝 놀란 당신의 연인은 급브레이크를 밟았습니다. 다행히 사고는 피했지만, 급브레이크의 충격때문에 당신은 마시던 커피를 옷에 쏟았습니다. 이때 당신의 연인이 말합니다. “아니 저 사람 운전을 저렇게 하면 어떻해? 미친거아니야? 하마트면 사고날뻔했잖아!” 지금 당신의 연인은 당신에게 구조자가 되어달라고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당신 연인의 시각으로 이 상황을 바라보면, 갑자기 차선을 변경한 차량의 운전자는 핍박자이고, 깜짝 놀라 사고를 피하기 위해 급브레이크를 밟은 자신은 피해자입니다. 따라서 그는 이순간 당신이 구조자가 되어주기를 원합니다. 피해자의 위치에 놓인 당신 연인은 아직 당신의 상황을 살펴볼 마음의 여유가 없습니다. 따라서 당신에게 아마도 이런 말을 먼저 듣고 싶을 것입니다. “진짜 저 사람 미쳤나봐? 어떻게 운전을 그따위로 할 수 있어? 당신 많이 놀랐지? 당신이 그 때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으면 진짜 크게 사고났을거야. 당신 운전 진짜 잘한다.” 당신이 구조자가 되어줌으로써 당신 연인의 필요가 이제 충족되었습니다. 필요가 충족된 그는 당신 또한 피해자라는 것을 서서히 인식하게 됩니다. 이제 그는 기꺼이 당신을 위하여 구조자의 역할을 하려할 것 입니다. 그는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고마워. 그런데 당신 내가 갑자기 급브레이크를 밟아서 많이 놀랐지? 나 때문에 옷이 다 망가져서 어떻하지? 그 옷 당신이 정말 좋아하는 옷인데… 우리 지금 쇼핑하러 갈까? 내가 옷 사줄께.”
그런데 같은 상황에서 당신이 이렇게 말한다고 가정해봅시다. “아니 그렇게 갑자기 급브레이크를 밟으면 어떡해? 옆의 차가 끼어들려고 하면 그냥 양보해주면 되잖아. 나 이 옷 다버렸는데 어떻할꺼야? 이거 진짜 내가 좋아하는 옷인데. 아 짜증나!” 만약 상황이 이렇게 전개 된다면, 아마도 당신 연인은 당신에게 더 화를 내며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너 지금 내가 잘못했다는 거야? 아까 내가 브레이크 안밟았으면 어떻게 됐을지알아? 그까짓 옷이 뭐가 중요하다고. 너, 교통사고 한 번 제대로 나봐야 정신을 차리지?” 이제 상황은 겉잡을 수 없이 흘러가게 됩니다. “뭐? 지금 나한테 교통사고 나라고 그랬어? 어떻게 그렇게 말 할 수 있어? 당신 너무 말 막하는거 아니야?”
왜 상황이 이렇게 점점 악화될까요? 한 자리를 놓고 두 사람이 경쟁했기 때문입니다. 당신 연인이 피해자의 역할을 하려했을때, 당신 역시 그순간 피해자의 역할을 하려고 했었고, 그를 핍박자로 만들려 했기 때문입니다. 관계삼각형 모델은 싸움의 원인이 두 사람이 동시에 한 역할 차지하려고 하는 것에 있다고 설명합니다. 서로 동시에 피해자의 역할을 하려고 하거나, 동시에 핍박자의 역할을 하려고 하거나, 동시에 구조자의 역할을 하려고 할때, 부딪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먼저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었을때, 그에게 필요한 역할을 내가 아주 잠시 1분 동안만 해주면 됩니다. “자기야, 나 감기에 걸린 것 같아”라고 이야기하는 연인에게 “그러니까 내가 비타민 C 챙겨 먹으라고 했지?”이렇게 반응하면 안됩니다. 지금 그에게 필요한 건 핍박자가 아니라 구조자입니다. 따라서 이렇게 반응해줘야합니다. “그래. 자기 많이 힘들어보인다. 내가 감기약 사다 줄까? 오늘 운전은 내가 대신 할게.” ‘감기’가 핍박자이고, 연인이 피해자라면, 당신이 해줘야하는 역할은 구조자입니다.
적절한 타이밍에 서로의 역할을 바꾸는 것도 중요합니다. 한사람은 계속 피해자의 역할만 하고, 다른 사람은 계속 구조자의 역할만 한다면, 두 사람 사이에 싸움이 없을지라도 그 관계는 건강한 관계라고 할 수 없습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역할을 바꾸는 타이밍입니다. 먼저 상대방의 필요를 잠시 채워주고 난 뒤, 역할을 바꾸는 것이 좋습니다.
관계삼각형 모델을 이해하셨다면 오늘 연인과 만날때 한번 적용해보시기 바랍니다. 안테나를 세우고 상대방이 어떤 역할을 하기 원하는지 대화가운데 감지되시면, 그에게 필요한 역할을 먼저 1분만 해주시기 바랍니다. 그 효과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일 것입니다.
“사랑은 무례하지 않으며, 자기 유익을 구하지 않으며, 쉽게 성내지 않으며, 원한을 품지 않습니다. (고린도전서 13장 5절)”
제타리목사/심리상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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